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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Nov 11. 2018

졸업사진

해태의 글쓰기

청소년 글쓰기 교실에서 학생들이 쓴 글을 소개합니다. 
관련내용은 OZGZ.NET에서 볼수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ozgz/1509


책상 정리를 하다 검정색 책이 내 손등을 찍었다. 초등학교 졸업사진이다. 6학년 졸업식에 받고 거들떠도 보지 않고  존재를 몰랐던 책이다.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었지만 정리보단 나을 것 같아서 펼쳐봤다.


선생님들 사진부터 6학년 1반, 2반, 3반, 4반까지 있다. 나는 내 반이었던 4반부터 펼쳤다.. 추억의 이름들이 보인다. 그러다가 내 사진이 나왔다. 내 사진은 웃고 있지 않았다. 옆 애들은 모두 웃고 있는데… 그다음 사진도 억지웃음이었다. 그러면서 흑역사가 촤라락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청룡열차가 무섭다고 안 탔다가 친구랑 다른 것을 탄 거, 이유도 없이 장난친 애랑 싸워서 괜히 남아서 반성문을 썼다거나, 나만 방학숙제 안 했다던가 하는 사소한 것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거는 고치고 싶다. 이렇게 진지하게 보다가 절친 사진이 보여 핸드폰을 켰다. 메시지로 ‘6학년 사진 보고 있음.’이라고 문자를 쳤다. 그리고 몇 명 이름도 같이 쳤다. 바로 답장이 왔다. 2년밖에 안 지났는데 추억의 이름이 됐다고. 졸업하고 이사 와서 동창 애들은 못 보니까 그럴 만도 하다.


가끔 공원 가면 만날 때도 있는데 인사만 주고받을 뿐 안부는 물을 시간도 없다. 가볍게 다툰 일을 사과하려고 친구 집에 가지만 집에 없거나 기억을 못 해서 다시 돌아온다. 지금은 계속 잊고 산다. 별로 신경도 쓰지 않지만 잘 산다. 하지만 가끔 생각이 날 땐 흑역사만 생각이 나서 신경을 안 쓰고 있다. 책을 덮고 그 자리에 그대로 꽃아 둔다. 언젠가는 다시 꺼내 보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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