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제자들의 유쾌한 교실 다섯 번째 쉬는 시간
5화 협객으로 살고 군자로 죽다에서 인용한 <논어>의 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2-17 https://ctext.org/analects/wei-zheng#n1134
5-7 https://ctext.org/analects/gong-ye-chang#n1201
11-15 https://ctext.org/analects/xian-jin#n1370
이제 본격적으로 공자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논어> 이외에 공자 제자에 대한 기록은 사마천의 <사기>를 참고해야 합니다. <사기열전> 중에 <중니제자열전>이 있습니다. 여기서 중니란 바로 공자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점은 따로 강조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중니제자열전>에는 공자 제자들에 대한 여러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공자 제자들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전하는 기록에 따르면 공자가 평생 가르친 지자는 3,000명이나 된다고 해요. 꽤 많은 숫자입니다. 그중에 이름을 남긴 제자는 약 70여 명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 70여 명의 제자가 모두 <논어>에 나오는 것은 아니예요. <논어>에 등장하는 제자 수는 약 30여 명 정도 됩니다. 그중에는 공자의 제자로 볼 수 있는가 논란이 있는 인물도 있기는 한데, 여튼 사기에서 이야기하는 숫자보다는 적은 게 확실합니다.
그럼 그렇게 많은 제자 가운데 누가 가장 뛰어날까? 예나 지금이나 순서가 궁금하기 마련입니다. 옛사람도 이를 꽤 궁금하게 여긴 까닭에, 거의 공인된 답이 있습니다. 바로 다음 시간에 소개할 안연입니다. 보통 그를 으뜸가는 제자로 꼽지요. 공자가 크게 사랑한 까닭입니다. 허나 후대 사람의 생각은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 제자 가운데 자로를 첫번째로 꼽았습니다.
공자는 생전에 10명의 제자를 언급한 적이 있었어요.
바른 행실로는 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궁이 있지.
말재주로는 재아와 자공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염유와 계로가,
옛 글을 연구하는 데는 자유와 자하가 있다.
(11-3)
이 10명을 꼽아 공문십철孔門十哲이라 해요. 공자의 제자 가운데 10명의 빼어난 인물이라는 뜻입니다. 네 가지 분야에서 10명을 꼽았기에 사과십철四科十哲이라 하기도 해요. 앞으로 공자 제자들의 이야기는 이 10명의 제자 가운데 주요 제자를 꼽고 여기에 몇 명의 인물을 더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여기서 계로季路라고 언급된 제자가 바로 자로입니다. 전하는 기록에 따르면 노나라의 귀족 계씨季氏 집안에서 일했기에 계로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당시 유력 가문에서 자리를 맡을 정도였으니 꽤 실력 있는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자로는 정사政事, 나랏일에 빼어난 인물이었어요. 특히 군사 방면에 훌륭한 재주를 지녔습니다.
<논어>에서는 군사 방면에 자로가 빼어난 능력을 가졌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을 여럿 만날 수 있어요. 훗날 유가儒家 지식인이 대부분 문사文士였던 점을 생각하면 유가 역사에서 꽤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아무래도 군사분야는 유가와 거리가 멀잖아요.
제가 자로를 첫 번째로 꼽은 이유는 '제자'라는 말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제자라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저는 선생과의 투닥거림이 떠오릅니다. 선생이 바라는 이상과 제자의 현실에는 늘 간극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제자는 늘 선생에게 숙제거리를 던져주는 존재입니다. 자로야 말로 이에 딱 어울리는 제자이지요.
한편 개인적인 호감도 숨길 수 없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제가 자로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솔직함 때문이예요. 그는 자신의 감정을 불쑥불쑥 드러내는 그런 인물이었답니다. 글에서는 분량 때문에 소개하지 못했지만 자로는 공자에게 싫은 내색을 내비친 거의 유일한 제자였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을 때 딱 부러지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인물이었어요.
한 번은 자로가 후배에게 자리를 알아봐 주었나 봅니다. 그러나 공자는 그의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큰 일을 맡겼다고 보았습니다.
"네가 남의 자식을 망치는구나"
"백성이 있고 사직이 있습니다. 어째 꼭 책상머리에서 책을 읽는 것만 공부겠습니까?"
"내가 이래서 말재주 있는 놈을 미워한다!"
(11-25)
자로의 대답이 흥미롭습니다. 책을 읽고 배우는 것만이 공부겠느냐 반문합니다. 실무를 보는 것도 나름의 공부가 아니겠느냐는 뜻이지요. 비록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직접 일을 하면서 배우는 것도 괜찮지 않느냐는 뜻입니다. 꽤 설득력 있는 말입니다.
이에 대한 공자의 대답이 또 재미있습니다. 자로의 대답이 그럴싸했는지 반론을 펼치지는 못하고 자로의 말재주를 나무라지요. 저는 이 문장을 보면 빙그레 웃음이 납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선생과 제자 사이의 생각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 까닭입니다. 공자의 걱정도 이해되고, 자로의 대답도 이해됩니다. 공자의 핀잔도 물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면이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자로는 공자보다 일찍 세상을 떠납니다. <논어>에 이에 얽힌 내용은 없습니다. 그러나 자로와 공자의 관계를 생각하면 공자가 크게 상심했을 거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쪽 팔을 잃은 것처럼 큰 아픔이었을 것입니다.
공자와 자로의 관계에 대해 다룬 짧은 단편 소설이 있어 소개합니다. 나카지마 아츠시라는 사람이 쓴 <제자>라는 짧은 글입니다. <논어> 등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로와 공자의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해놓았어요. 그의 작품집 <역사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에 실려 있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참! 제자들을 소개하며 나름 정한 원칙이 있습니다. 바로 본명을 소개하지 않는 것입니다. 공자의 제자들은 본명이 아닌 자字로 많이 불리었습니다. 자로의 경우 본래 이름은 중유仲由예요. <논어>를 주의 깊게 읽지 않으면 자로의 이름이 중유라는 것을 알기도 어려울뿐더러 태반이 자로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혼란을 막고자 널리 쓰이는 호칭을 사용했음을 알려둡니다.
다음에는 또 자로와 전혀 다른 제자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나이도 어리고 공자의 사랑을 듬뿍 받은 제자이지요. 바로 '안연'이 그 주인공입니다. 다음 쉬는 시간에는 안연에 얽힌 자투리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