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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Dec 19. 2018

극기복례의 주인공, 안연

공자와 제자들의 유쾌한 교실 여섯 번째 쉬는 시간

6화 밥 한덩이와 물 한바가지의 여유에서 나눈 인용문의 원문입니다,


7-12: https://ctext.org/analects/shu-er#n1262

6-11: https://ctext.org/analects/yong-ye#n1231

9-20: https://ctext.org/analects/zi-han#n1328

9-21: https://ctext.org/analects/zi-han#n1329

6-3: https://ctext.org/analects/yong-ye#n1224


훗날 유학자들은 도통道統이라는 것을 주장합니다. 훌륭한 가르침(道)이 특정한 인물의 계보(統)를 통해 전해진다는 말입니다. 이는 본래 불가佛家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여요. 불가의 선종禪宗을 보면 이 계보를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간략하게 추리면 이렇습니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제자 마하가섭에게 전해지고, 이는 또 이후에 달마대사를 통해 중국에 전해집니다. 달마의 제자들이 차례로 이 가르침을 전하는데 그중에는 육조六祖 혜능慧能이 가장 유명합니다. 


그래서 <육조단경六祖壇經>이라는 책도 있어요. 여기서 육조는 여섯 번째 조사祖師라는 뜻입니다. 달마가 초조初祖, 첫 번째 조사입니다. 전해지는 바로는 달마는 석가모니 이후 28번째 조사였다고 해요. 그렇게 보면 육조 혜능은 불가 역사에  33번째 조사가 됩니다. 이 계보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어요.


불가가 중국에 전해진 이후 유가 지식인들도 자신들의 계보를 만듭니다. 상식적으로는 공자가 첫 번째가 되어야겠지만 그보다 더 멀리서 시작합니다. 아마 자신들이 더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거예요. 

공자까지 이를 간단히 추리면 이렇습니다. 요임금 - 순임금 - 우임금 - 탕임금 - 문왕 - 무왕 - 주공 - 공자. 저 먼 전설의 임금이 요임금의 시대부터 자신들의 계보가 시작된다는 것이지요. 그럼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논어>를 참고하면 안연이 되어야 하지만 불행히도 일찍이 세상을 떠납니다. 그래서 후대 사람들은 안연 대신에 더 어린 제자가 공자의 뜻을 이었다고 주장해요. 바로 증삼曾參이라는 제자입니다. 그래서 공자 이후의 계보는 이렇습니다. 공자 - 증삼(증자曾子) - 자사 - 맹자... 


맹자는 우리가 잘 아는 <맹자>라는 책의 주인공입니다. 자사는 공자의 손자이며 <중용>이라는 책을 쓴 인물로 추정됩니다. 증삼은 <대학>이라는 책의 저자로 전해지는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소개할 기회가 있을 거예요. 이렇게 셋이 공자 이후의 전통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헌데 이렇게 셋만 있으면 좀 부족해 보였는지, 아니면 <논어> 기록된 공자의 사랑을 지울 수 없었는지 여기에 안연이 추가되어 넷이 공자 바로 아래에 위치합니다. 공자의 사당 공묘孔廟에 가보면 공자 아래에 이 넷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훗날 사람들은 성인聖人의 후예라는 점에서 이들 네 명에 성인을 뜻하는 성聖을 붙여 별명을 지어줍니다. 안연은 복성復聖, 증삼은 종성宗聖, 자사는 술성述聖, 맹자는 아성亞聖이라 부르지요. 여기서 안연에게 붙은 복성復聖이라는 별명은 본디 <논어>에 나오는 한 구절을 참고한 표현입니다.


한 번은 안연이 공자에게 인仁에 대해 물었어요. 이때 공자의 대답이 꽤 유명합니다. '자신을 이겨서 예로 돌아가는 것이 바로 인이다.'라고 말하지요. 이를 원문 표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극기복례克己復禮 위인爲仁. 한 번쯤은 들어본 표현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오늘날에도 많이 쓰는 '극기'라는 표현이 여기서 비롯되었답니다. 비록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그 뒤에 나오는 복례復禮라는 표현에서 안연을 가리키는 복성復聖이라는 말이 만들어졌어요.


[누항陋巷] 누추한 골목이라는 뜻으로 안연이 살았던 곳이랍니다. 박인로의 유명한 <누항사>도 여기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유가 지식인들이 주장했던 도통道統이라는 게 정말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특정 인물을 꼽아 그에게만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어찌 그것이 가능할까요. 어쨌든 안연은 공자 제자 가운데 가장 빼어난 인물이었지만 도통道統의 계보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가 일찍 세상을 떠난 까닭입니다.


가정은 부질없는 일이지만, 따라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솟아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만약 안연이 더 오래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안연도 당당히 도통의 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하늘이 자신을 버렸다는 공자의 탄식처럼 안연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안연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대체 그가 얼마나 살았는가를 두고 후대 사람들은 말이 많았어요. 그가 청년인 나이에 일찍 세상을 떠난 건 아닐까. <사기: 중니제자열전>은 공자보다 30살이 적었다고 전합니다. 공자가 방랑을 시작한 나이가 50대 중반, 노나라로 돌아온 것이 70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으니 안연은 적어도 20살은 훌쩍 넘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여요. 


그의 나이가 어찌 되었건 후대에 이렇게 많은 기록이 붙는 것을 보면 꽤 훌륭한 인물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게다가 공자 선생님의 사랑을 듬뿍 받은 제자인 것도 분명하지요. 어찌나 그의 명성이 널리 알려졌는지 <논어> 이외에도 안연의 활약을 볼 수 있는 글이 여럿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책이 <장자>입니다.


<장자>에서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특히 안연을 매우 훌륭한 인물로 소개합니다. 오죽하면 공자를 뛰어넘는 인물로 그리기도 할까요. 자세한 내용은 <장자>를 특히 <내편: 인간세>를 주목해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그 외에도 여러 차례 안연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요.


[오강남의 <장자>] 여러 <장자> 번역 가운데 가장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내편> 전문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자로와 안연은 모두 공자의 가까운 제자였지만 성격은 정반대였습니다. 오죽하면 아래와 같은 기록이 있을까요.


안연과 자로가 선생님을 모시고 있었다.
"각자 꿈꾸는 바를 이야기해보거라."
자로가 말했다. "귀한 수레나 비싼 가죽옷을 친구와 나누어 쓰다가 상하는 일이 있어도 개의치 않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안연이 말했다. "훌륭한 점을 자랑하지 않고, 노력한다고 뻐기지 않고 싶습니다."
자로가 말했다. "선생님의 꿈을 듣고 싶습니다."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늙은이들이 편안하게 여기고, 친구들이 믿어주고, 젊은이들이 품어주는 사람이고 싶다."
(5-26)

세 사람의 차이를 명확히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자로는 시원시원한 성격의 인물이 분명합니다. 반면 안연에게는 좀 깍쟁이 같은 구석이 있어요. 안연의 말을 듣고 자로가 빈정이 상했는지 공자 선생님의 말씀을 듣겠다고 합니다. 이어지는 공자의 말도 인상 깊지만 안연과 자로의 차이도 흥미롭습니다. 이렇게 전혀 다른 인물이 공자를 스승으로 모시고 있었다니.


이런 점이 공자의 훌륭한 점입니다. 다양한 성격을 가진 서로 다른 제자를 품은 인물이었다는. 자로와 안연이 있었다면 이와는 또 전혀 다른 인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자공이 그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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