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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Jan 02. 2019

전통을 넘어

공자와 제자들의 유쾌한 교실 여덟 번째 쉬는 시간

오늘은 연재의 고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야겠습니다. 본디 마음으로는 예전에 책으로 썼던 글을 가볍게 정리하자는 생각에 시작했습니다. 헌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브런치 편집팀과 소통하면서 두 가지 요청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웹에서 읽기 편하도록 분량을 줄일 것. 다른 하나는 독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제목과 주제를 정할 것. 


그렇게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웹에서 읽기에는 영 부담되는 양이었습니다. 물론 전체 원고를 다 올릴 생각은 아니었어요. 일부를 발췌할 생각이었는데 그것도 꽤 많은 분량이었습니다. 결국 현재 연재하는 최초 기획의 채 절반도 되지 않아요.


볼륨이 좀 있으면 그것대로 편리한 점이 있습니다. 방대한 주제를 차근차근 다룰 수 있다는 점이지요. 헌데 각 주제, 공자의 각 제자를 짧게 다루자니 그것대로 숙제를 하나 얻은 꼴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제목과 주제를 더 선명하게 고쳐달라는 주문을 받으니 좀 수정을 해야겠더군요.


여기에 조금의 욕심이 스며드니 처음 기획과는 영 다른 글이 되고 있습니다. 본디 책에서는 <논어>에 실린 공자와 제자들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소개해주는 정도가 목표였습니다. 스스로도 객관적 서술에 중점을 두었어요. 좀 건조한 서술이라 할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는지 약간의 해석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지난 여덟 번째 시간, 내쫓긴 제자를 위한 변호(링크)에서 인용한 계강자, 맹무백과 공자의 대화는 많은 수정을 더한 결과입니다. 본디 원문에서는 제자 각각에 대해 질문하고 공자가 그에 대답을 붙이는 식입니다. 원문으로 읽으면 나름 운율도 있어 읽는 맛이 있지만, 번역해 놓으니 중언부언하는 것 같아 짧게 정리해 버렸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현실주의의 입장에 염유를 놓고 공자를 생각해보자는 것도 나름 질문의 결과입니다. 공자 이후 유가의 흐름을 보면 맹자와 같은 철저한 이상주의자가 등장하기도 하나, 대체로 그의 제자들은 각각의 자리에서 현실 정치의 장에서 활약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공자의 후예 가운데는 영 엉뚱한 인물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오기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자하의 제자로 전해지는데, 그렇게 치면 공자의 손자 제자뻘 됩니다.


<사기>에서는 <손자오기열전>에 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병법의 대가인 손자와 함께 이름을 올릴 정도로 군사에 재능 있는 인물이었는데 그의 생애를 보면 도무지 공자의 문도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제자라고 하여 꼭 모범생만 있는 건 아니지만, 대체 공자의 제자였던 자하가 그에게 무엇을 가르쳤는지 의문입니다.


공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순자 역시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그의 제자로 한비자와 이사가 유명하지요. 정통을 고수하는 입장에서 보면 고려할 것도 못 되는 인물이지만 당대 그의 명망과 역할을 보면 무시하는 것도 능사는 아닌 듯싶습니다. 그런 현실주의자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공자라는 인물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요.


일부 연구자들은 후대 사람들이 맹자 본인의 주장을 너무 믿었기에 맹자가 공자의 적통이 되었다 보기도 합니다. 본디 맹자는 유가 가운데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이지만, 후대의 필요와 목적에 의해 지나치게 숭상되었다는 말이지요. 개인적으로 영 근거가 없는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논어로 돌아오면 그런 폭넓은 가능성, 극단적인 이상주의자와 극단적인 현실주의자 가운데 누가 논어를 편집하는데 큰 역할을 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아무래도 스승의 말을 엮고 책으로 만드는 것은 이상주의자들이 참여하기 마련이지요. 따라서 논어의 말과 주장도 조금은 걸러 읽을 필요가 있을 겁니다. 


요컨대, 논어에서는 염유를 비난하는 식의 언급이 많지만 다른 측면의 시각도 있었을 수 있겠지요. 그래서 공자의 비난에 대한 염유의 대응을 나름 상상해보았습니다. 


[곡부에서 만난 공자상] 편의점 앞의 공자라... 여러 생각이 드는 이미지입니다.


기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을 덧붙이면, 중국 고대 사상을 공부하고 싶으시다면 <순자>를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순자>의 시작인 <권학편>을 권합니다. 그 유명한 '청출어람'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오늘날 읽어도 꽤 훌륭한 글입니다. 제 프로필에 적힌 글귀, '명명지지冥冥之志' 역시 <순자>의 <권학편>에서 따온 문구입니다. 


주희 해석에 경도된 유가의 관점에서 보면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한 이단에 불과합니다. 허나 그가 주장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 본성의 악함보다는, 학문學問의 역할이었습니다. 각기 문제를 안고 있는 존재이지만 학문을 통해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순자가 주장하고 싶은 핵심입니다. 


그래서 순자는 <권학편>, 학문을 권하는 이야기로 책을 시작합니다. 논어가 '학습'이라는 주제로 시작한다는 점을 기억하시는지요? 흥미롭게도 <맹자>에는 학문에 대한 논의가 별로 보이지 않는답니다. 펑유란은 <대학>이나 <중용>도 순자의 영향을 받은 글이라 주장하기도 했지요. 


가볍게 읽으려면 책도 가벼워야 합니다. 완역은 아니지만 상술한 권학편을 실려 있습니다.


그리하여 '변호'라는 제목을 붙여 글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제목과 내용이야 꾸역꾸역 쓰면 되겠지만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관련된 이미지를 찾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웹에 소개되는 글이다 보니 이미지가 중요합니다. 제목과 함께 포털에 처음 노출되기도 하구요. 


글과 관계가 있으면서도 시선을 끄는 이미지를 찾는 것이 매번 고역입니다. 때로는 몇 시간씩 이미지를 찾아 헤매곤 합니다. 앞으로 몇 번의 연재가 남았는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어찌하면 좋을지...


염유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 <공자>의 한 장면을 쓸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헌데 영화에서 그려지는 모습은 논어나 제 글에서 다루는 모습과 영 다른 바람에 생각을 접어두었어요. 게다가 영화 이미지는 이미 사용하기도 했고. 참고로 영화에서는 염유가 '책구'라는 괴이한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염유의 본명은 '염구'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올 수 없는 이름인데 번역의 실수겠지요. 


월요일 연재다 보니 어떻게 한 해의 마지막 날 연재 원고를 나누게 되었어요. 해가 바뀌었지만 열심히 남은 이야기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공자 제자 가운데 가장 심한 말을 들은 제자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바로 재아라는 인물이지요.



<광고>

해를 지내며 새로운 실험을 하려 합니다. 유튜브로 세미나를 해보려구요. <캐임브리지 중국철학 입문>이라는 책을 다루려 합니다. 중국 철학 관련서 가운데는 최근에 나온 아주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 페이스북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1월 3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진행하려 해요. 


책 표지를 보면서 나름 웃었습니다. 얼마나 표지 디자인에 고민이 깊었을까. 왼쪽은 원서 오른쪽은 번역서입니다.


https://www.facebook.com/zziraci/posts/2160077014058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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