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역사문화기행 3기 #1
퀴즈를 하나 내 볼게요.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나라는 어디일까요? '북한!'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북한은 좀 특수한 관계니 접어둡시다. 우리나라 헌법에 따르면 북한 땅도 우리나라 땅이예요. 게다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지요. 아주 가깝지만 실제로는 아주 먼 기묘한 관계에 놓여 있답니다.
그럼 일본은? 아마 적지 않은 수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로 일본을 꼽을 거예요. 좁은 바다를 건너면 되니 제법 가까운 나라라고 할 수 있어요. 실제로 우리 주변에도 일본을 다녀온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답니다. 일본어도 꽤 익숙한 편이예요. 한국 사람이라면 간단한 문장 몇 개는 구사할 수 있을 정도이지요. 알게 모르게 단어도 꽤 많이 알고 있어요.
그러나 일본도 가장 가까운 나라는 아니랍니다. 앞에서 헌법을 운운했으니 헌법 조문을 살펴볼게요. 헌법 4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나라는 어디일까요? 지도를 펼쳐놓고 봅시다. 한반도에 맞닿은 나라를 찾아보아요. 보통 압록강과 두만강 남쪽을 한반도라고 하니, 압록강과 두만강 그 너머에 있는 나라가 가장 가까운 나라이지요.
바로 중국과 러시아, 이 두나라가 우리와 국경을 마주한 나라랍니다. 북한과 특수한 관계 때문에 실제 국경 역할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엄연히 중국과 러시아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나라입니다.
저는 실제로 두만강에 가 본 적이 있어요. 바로 투먼시图们市, 우리나라 말로는 도문시라는 곳에 가면 두만강 너머를 볼 수 있답니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두만강을 투먼강이라 불러요. 강 폭이 좁아 마음만 먹으면 쉽게 건너갈 수 있을 정도예요. 손에 닿을 듯 가까운 강 너머에 갈 수 없다니. 가깝지만 하염없이 먼 그곳을 보며, 기묘한 감정이 들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편 투먼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훈춘琿春이라는 곳이 있어요. 이곳은 흥미롭게도 세 나라의 국경이 맞닿은 곳이랍니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우리.
중국과 러시아가 멀게 느껴지는 것은 그간 이념 갈등이 두 나라와의 관계를 막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두 나라를 여행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자유롭게 오갈 수 있지요. 서울 한복판에서 중국 사람이나 러시아 사람을 만나는 일도 크게 어렵지 않아요. 특히 중국 사람은 어디서나 볼 수 있어요.
저는 서울 한복판, 남산 아래 살고 있답니다. 가끔 산책 삼아 남산에 오르곤 해요. 서울 남산 꼭대기, N서울타워까지 올라가는데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습니다. 헌데 갈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해요. 어찌나 외국 사람이 많은지 한국어를 도통 들을 수가 없을 정도랍니다. 재미있게도 그중 태반이 중국어예요. 서울에 오는 중국인들은 꼭 한 번씩 이곳을 들르나 봅니다.
가까운 명동은 어떤가요? 그곳은 이미 중국 사람을 위한 곳으로 변해버렸어요. 중국어로 물건을 팔며 사람들을 부르곤 합니다. 어찌나 중국 사람이 많은지 한국 사람은 소외감을 느낄 정도예요. 실제로 중국인을 더 우대하는 바람에 한국인의 불만이 높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랍니다.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19/03/125452/
다시 지도로 눈을 돌려봅시다. 앞에서 헌법상의 영토를 말했지만 실상은 영 다르지요. 두 발로 걸어서 국경을 넘는 일은 우리에게는 멀고 먼 이야기예요. 앞으로도 당분간은 외국여행을 가려면 비행기나 배를 타야 할 거예요. 마치 이웃나라 일본처럼. 그래서 어떤 사람은 우리도 일본처럼 섬나라나 마찬가지라고 말하곤 해요. 한반도, 거대한 대륙에 맞닿아있지만 실제로는 섬처럼 뚝 떨어져 있다는 뜻이지요.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랍니다.
섬나라처럼 뚝 떨어진 상황에서도 여전히 중국은 가장 가까운 나라예요. 비록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 않더라도 말이지요. 서울과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거리는 952km, 반면 일본의 수도 도쿄와의 거리는 1159km랍니다. 이러니 당연히 중국인과 일본인 여행객을 많이 볼 수 있지요. 참, 중국의 압도적인 인구도 생각해야 해요. 단순히 인구 수만 따지면 중국인 여행객이 일본의 몇 배나 되어야 할 거예요.
실제로 올해 2019년 2월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은 45만 명, 일본인은 21만 명이예요. 이어지는 숫자는 더 재미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대만이 9만 4천 명으로 3위예요. 4위는 미국 5만 7천 명, 5위는 홍콩 5만 1천 명입니다. 대만과 홍콩, 커다란 의미에서의 중국 방문객을 다 합치면 압도적인 숫자가 됩니다. 약 60만 명, 전체 여행객 120만 명의 절반이 되는 숫자이지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 바로 코앞에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예요.
그러나 거꾸로 우리에게 중국은 여전히 먼 나라인가 봅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 수를 보면 알 수 있어요. 2017년 총 700만 명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답니다.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떠난 사람도 230만 명이나 되어요. 헌데 중국으로 떠난 사람은 380만 명이랍니다. 일본의 절반, 미국으로 떠난 사람보다 조금 많은 정도이지요. 실제로 우리 주변을 살펴봐도 미국과 일본에 다녀온 사람을 더 쉽게 만날 수 있어요.
이처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단언컨대 중국은 더 가까운 나라가 될 거예요.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보면 당연합니다. 앞으로 오가는 사람 수도 많아지겠지요. 실제로 매년 중국과의 교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답니다.
작년 2018년, 저는 청소년들과 함께 중국을 다녀왔어요. 흥미롭게도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4월 27일은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는 날이었답니다. 두 정상은 두 손을 맞잡고 판문점의 경계선을 오갔어요. 뉴스에서 본 그 장면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눈앞에 벌어졌기 때문이지요.
제 생일이 6월 25일인데, 6.25 노래 가운데는 이런 가사가 있어요. '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어렸을 적 저에게 북한은 원수였어요. 한편 북한을 도운 중국은 원수의 친구, 원수나 다름없는 존재였지요. 그러나 이제는 그런 적대감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작년 중국을 방문했던 누구도 원수의 나라, 적국을 여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판문점 너머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은 상상뿐이지만 분명 그런 날은 머지않아 올 거예요. 그렇게 되면 중국은 더욱 가까운 나라가 되지 않을까요? 기차는 물론, 자동차, 자전거, 나아가 두 발로 걸어서 여행할 수 있는 나라가 되겠지요. 중국은 앞으로 더욱 가까운 나라, 진짜 이웃나라가 될 거예요.
이 글은 지금도 충분히 가깝지만 앞으로 더 가까워질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랍니다. 2019년 2월, 우리는 중국의 시안과 청두를 방문하고 돌아왔어요. 멋진 여행 이야기를 차차 정리해보려 합니다.
<장자>라는 책을 보면 우물 속에 사는 개구리 이야기가 있어요. 거북이를 만난 개구리는 바다 이야기를 듣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는 그것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요. 우리가 처한 상황이 섬나라 상황이라지만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하늘만 보고 살 수는 없잖아요.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알아야지요. 그래서 우리는 가까운 이웃나라 중국을 선택했답니다. 그리고 바다처럼 넓고 방대한 다양한 모습의 중국을 보며 짜릿한 경험을 하고 돌아왔어요.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는 모두 입 모아 이렇게 말했지요. 이렇게 가까운 나라를 참 모르고 있었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