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픈옹달 Apr 29. 2019

매콤짜릿 쓰촨요리

중국역사문화기행 3기 #9

쓰촨성은 독특한 향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마라麻辣라는 향신료가 쓰촨요리의 대명사로 쓰이지요. 요즘에는 우리 주변에서도 '마라'라는 이름이 붙은 요리를 여럿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이젠 우리에게도 낯선 향신료가 아닙니다. 그러나 쓰촨 본연의 맛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마라'라고 하면, 보통 매콤한 맛을 생각하는데, 조금은 다릅니다. 마麻는 얼얼하고 톡 쏘는 향을 가리키는 말이예요. 우리가 말하는 매운맛은, 일반적으로 '라辣'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한국 사람은 매운 것을 잘 먹기로 유명합니다. 매 끼마다 김치를 먹고 게다가 고춧가루나 고추장이 들아간 음식도 꽤 많지요. 그러나 매운 것으로 따지면 쓰촨 사람에게는 명함을 내밀기 힘듭니다. 쓰촨요리 가운데 매운 것은 정신이 얼얼할 정도니까요. 실제로 보면 도무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펄펄 끓는 용암처럼 시뻘건 국물을 보면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쓰촨요리를 '촨차이川菜'라고도 하는데, 찾아보면 이런게 꽤 많습니다. 재료는 어디가고 고추반 보이는군요.


청두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택시 기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자연스레 쓰촨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렇게 매운 것을 어찌 그리 잘 먹느냐 했더니 이 아저씨의 대답이 재미있습니다. 우리도 매일 그렇게 매운 걸 먹는 건 아니다. 매운 걸 먹으면 배도 아프고 속도 불편하다. 건강을 생각해서 점점 덜 먹고 있다. 


하긴 우리도 건강해서 맵고 짠 음식을 먹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래도 매운 음식의 매력은 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불닭 볶음면 같은 것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매운 음식만의 매력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쓰촨 하면 '마라'를 떠올리는가 봅니다. 매콤한 음식이 갖는 그만의 짜릿한 매력이 있으니까요.


그 매력은 사실 맛보다는 향에서 오는 것입니다. 글을 쓰면서도 쓰촨의 그 매콤한 향을 생각하니 벌써 입에 침이 고이는군요. 참 신기합니다. 어떤 한 가지 맛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독특한 향이 이토록 감각을 자극하다니요. 쓰촨요리, 혹은 마라의 매력에 빠져본 분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실 거예요.


편의점에도 '마라'가 상륙했습니다. 아직 맛보지 않아 어떤 맛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쓰촨은 다양한 요리로 유명하지만 무엇보다 훠궈라는 독특한 요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커다란 솥에 여러 재료를 넣어 함께 끓여먹는 이 요리는 쓰촨의 명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훠궈라는 요리를 쓰촨의 것이라 많이 생각하지만 중국에서는 쓰촨 바로 옆, 충칭훠궈重庆火锅가 유명합니다. 고추기름에 마라 향이 가득한 데다 말린 고추까지 둥둥 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충칭훠궈를 제대로 먹으면 십중팔구 탈이 납니다. 당장은 별 문제가 없는데 다음 날에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뒤따르지요. 수차례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렇게 고생하고도 마라향을 맡으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게 된답니다. 마라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이지요. 


그래서일까요? 중국에 있으면서 한참 훠궈의 매력에 빠졌을 때는 속을 달랠 새도 없이 훠궈를 먹은 적도 있습니다. 먹을 때마다 속이 아파 고생하면서도 매운 향 때문에 뱃속의 기생충이 다 죽겠지 하며 나름 정당한 이유를 만들기도 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얼토당토않은 생각인데, 그만큼 훠궈가 매력적이라는 뜻도 되겠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말합니다. 매운 향으로 달궈진 혀 위에 맵고 뜨거운 걸 먹는 것이야 말로 천상의 맛이라고. 암요! 먹어봐야 그 진짜 매력을 알 수 있는 법입니다.


훠궈가 워낙 대중화되어, 다양한 형태의 훠궈가 있습니다. 사진은 藏式火锅, 즉 티벳 스타일 훠궈입니다. 중간에 숯을 넣어 음식을 데워 먹습니다.


독특한 향, 낯선 모습, 맵고 얼얼한 맛까지. 진입장벽이 있는 음식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래서 일부 훠궈가게에서는 홍탕과 백탕을 반씩 나누어 제공하기도 합니다. 매운맛을 즐길 사람은 홍탕을,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백탕을 이용하면 되겠지요. 여기서 중요한 팁! 홍탕과 백탕을 오가며 먹을 수도 있는데, 홍탕에 넣은 것을 다시 백탕에 넣으면 안 됩니다. 그러면 홍탕의 고추기름이 다 옮겨 백탕도 홍탕과 다름없게 되어버려요.


청두에는 비가 솔솔 내렸습니다. 시안은 좀처럼 비를 볼 수 없는 곳이지만 청두는 물이 많은 도시입니다. 촉촉이 내리는 비가 봄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겨울의 냉랭함이 남아있는지, 날씨가 제법 쌀쌀하네요. 저녁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무후사 근처 진리 거리에 있는 훠궈집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큰 테이블이 있어 10명이 넘는 일행이 모두 앉을 수 있었어요.


커다란 테이블에 앉아 우리는 두 편으로 갈라졌습니다. 한쪽은 백탕, 즉 맑은 탕을 선택했고 다른 한쪽은 홍탕, 매운 탕을 선택했지요. 다행히도 홍탕이라지만 전부가 매운 건 아닙니다. 중간에 백탕이있네요. 백탕에 재료를 넣고 끓인 뒤 홍탕을 적셔 먹기로 했습니다. 


쓰촨에 왔으니 매운맛을 한번 보아야겠다는 친구들이 홍탕 주변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나름 도전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었어요. 부추기지는 않았답니다. 낯선 음식을 먹어보는 건 좋은데 무리하면 여행이 힘들어질 수 있으니까요. 저야 매운 쪽을 선택했습니다. 뱃속의 기생충을 잡는 날이라며 자리를 잡고 앉았지요. 


홍탕파의 훠궈. 순서는 아시겠지요? 안에서 밖으로!!


훠궈를 먹을 때에는 재료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기만 먹어서는 잘 즐길 수가 없어요. 야채와 버섯 종류도 함께 주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늘 팽이버섯, 배추, 두부피, 당면 등은 꼭 시키는 편입니다. 


재료들이 속속 도착하고 솥에서도 탕이 펄펄 끓기 시작합니다. 재료를 넣고 본격적으로 즐기기 전에 양념장을 만들어야지요. 참기름과 마늘, 고수 등으로 자신에게 맞는 양념장을 만듭니다. 땅콩소스나 그밖에 다양한 재료를 섞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늘과 고수를 듬뿍 넣은 것을 좋아합니다. 


처음 먹어보는 훠궈는 어땠을까? 입에 맞지 않고 밥을 찾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었습니다. 참고로 훠궈 가게에서는 쌀밥을 찾기 힘들답니다. 헌데 걱정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모두 어찌나 잘 먹는지 순식간에 주문했던 재료가 사라졌어요. 때문에 몇 접시를 새로 주문해야 했답니다. 


홍탕파는 홍탕파대로 백탕파는 백탕파대로 서로 자기 쪽이 맛있다고 아우성입니다. 음식에 어찌 우열을 가릴 수 있을까요? 모두가 훠궈라는 낯선 음식을 잘 즐긴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비를 맞아 으슬으슬 추웠는데 추위도 싹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진리거리는 온통 붉은 빛깔이었어요.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본디 훠궈는 유목민족의 음식이었답니다. 짐승을 사냥해서 그 고기를 야채와 함께 커다란 솥에 넣어 먹는 음식이 시초였다고 해요. 그것이 쓰촨 지역의 향신료와 만나 독특한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훠궈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 중이기도 합니다. 중국 곳곳을 돌아다니면 정말 각가지 훠궈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소수민족의 문화, 지역의 특산물이 어우러져 독특한 문화를 낳았습니다. 그것이 중국의 흥미로운 면 가운데 하나임은 틀림없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삼국지의 성지, 청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