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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Apr 29. 2019

무후사와 진리거리

중국역사문화기행 3기 #10

시안에는 역이 두개 있습니다. 하나는 시안역, 또 다른 하나는 시안 북부역. 시안 북부역은 고속철도를 놓으면서 새로 만든 역이랍니다. 시안 역은 꽤 오래전에 만들어진 역이라 낡은 티가 많이 나지만 북부역은 최근에 지어 크고 깨끗합니다. 혹시 시안에서 기차를 탈 일이 있다면 두 역을 혼동하지 맙시다. 이 두 역을 혼동하여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다음에...


첫째날 기차표를 받아온 덕에 청두행 고속열차에 수월하게 탑승할 수 있었어요. 중국에서 기차를 타려면 출발시간보다 약 1시간 일찍 도착해야 합니다. 역도 크고 출발전 짐 검사 등 거쳐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지요. 만약 예매한 표를 발권하려면 더 여유롭게 준비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표를 발권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행여 역에서 표를 구입해 기차를 타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말기를. 혼자라면 모를까, 여럿이 여행한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니 미리 예매해서 일찍 표를 구해둡시다. 꼭!!


시안북부역은 상상 이상으로 컸습니다. 마치 공항처럼... 그래서 탑승 열차와 탑승구를 잘 확인해야 합니다.


중국의 고속철도는 생각보다 빠르고 편합니다. 중국을 여행한다면 고속철도의 속도감과 승차감을 체험해보기를 권합니다. 수백 킬로미터를 쾌적하게 가로질러 보는 것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지요. 우리가 탄 열차는 중간에 한번 잠깐 정차할 뿐, 거의 직행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시안에서 청두까지 한 호흡에 달리는 기차라 마음 편히 쉬었어요. 언제 내려야하는지 따질 필요가 없이 종점, 청두에서 내리면 되니까요. 


3시간 정도를 달려 청두에 도착했습니다. 얼마나 멀리 왔을까, 공기부터 다릅니다. 역을 나서 우리는 팀을 나누었습니다. 열 명이 넘어 택시를 타려면 세 팀으로 나누어야 했어요. 선택은? 가위바위보! 셋으로 찟어졌지만 크게 염려되지는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데다, 스마트폰으로 목적지까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숙소에 짐을 풀고 점심 식사를 먹은 후, 무후사로 향했습니다. 무후사는 본디 유비의 무덤이었는데 제갈량의 사당이 된 곳입니다. 여기서 '무후'란 제갈량에게 수여된 시호랍니다. 분명히 유비의 무덤이 있는데도 제갈량의 시호로 유명한 것은 그만큼 제갈량의 명성이 널리 알려진 까닭이지요. 그래서일까요? 유비의 무덤을 둘러 보며 어떤 친구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유비가 불쌍하다고. 신하, 제갈량에게 가려 사람들에게 주목을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이었어요. 

'한소열묘漢昭烈廟' 유비의 무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무후사武侯祠' 밑의 '선주무후동비궁先主武侯同閟宮'이란 유비와 제갈량이 함께 모셔진 곳이라는 뜻입니다


무후사라는 이름만으로 보면 제갈량을 위한 사당이겠지만, 안을 보면 단지 제갈량을 위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어요. 유비와 관우, 장비 형제의 상은 물론이거니와 그들과 함께했던 수 많은 사람들의 상을 볼수 있습니다. 이른바 삼국지의 성지, 삼국지 전통 테마파크라고 해도 좋을 곳이예요. 특히 유비상 앞에 좌우로 늘어선 문신과 무신의 상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삼국지> 마니아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지요.


한쪽엔 무장들이 맞은편 쪽에는 문관들이 늘어서있습니다. 수 많은 인물이 늘어서있는데, 그 위치는 그냥 정한 게 아니겠지요. 유비와 가까울 수록 중요한 인물이라는 뜻입니다. 참, 관우와 장비는 여기에 없습니다. 특별한 인물이니 따로 모셔 있답니다. 제갈량도 마찬가지. 여기서 퀴즈! 관우, 장비 그리고 제갈량을 제외하고 무장의 첫자리와 문관의 첫자리는 누구였을까요? 이에 대해 수많은 논쟁이 벌어지지 않을지요. 정답은 맨 마지막에!


청두시가 신경을 쓴 탓인지, 아니면 무후사에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탓인지 표지판이며, 설명까지 꽤 많은 것이 한글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부분이지요. 좀 어색한 표현도 있지만 그래도 적잖이 도움이 됩니다. 그래도 아는 만큼 보이는 법. 한자를 읽을 수 있다면 의외로 재미있는 부분이 꽤 많습니다.


특히 제갈량의 <출사표>가 벽에 새겨진 부분이 그렇지요. 후주, 당시 군주였던 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올리는 제갈량의 이 글은 후대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린 명문으로 꼽힙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글입니다. 이 글에서도 보이는 불굴의 충심 때문에 유비보다, 그리고 그의 형제들보다 제갈량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겠지요.


<전출사표>, '출사표'는 총 두편입니다. 좋은 글을 봤으니 사진으로 담아가야지요.
명수우주名垂宇宙, 온 세상에 이름을 떨쳤다는 뜻입니다. 제갈량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이름에 '우宇'가 들어가는 친구들이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참, 유비 삼형제 가운데 관우는 유달리 특별한 위상을 갖는답니다. 어떻게 보면 유비는 물론 제갈량보다도 더 크게 숭상되는 인물이예요. 그러나 이를 보려면 좀 다른 곳을 가야 합니다. 적어도 촉의 수도, 청두에서는 제갈량과 유비의 흔적이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수 많은 인물의 상을 돌아본 뒤, 우리는 유비의 무덤을 향했습니다. 역시나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입니다. 실제로 크게 볼 것도 없어요. 좀 큰, 잡초가 마구 우거진 커다란 봉분이 있을 뿐입니다. 오히려 주변에 꾸며놓은 분재나 화초들이 더 아름답군요. 그저 둥그런 무덤 주위를 도는 것이 전부이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주변에 화분들이 잘 가꿔져 있습니다. 따뜻한 봄에 오면 참 좋겠다 싶네요.


무후사 바로 옆에는 진리锦里 거리가 있습니다. 진리锦里란 풀이하면 비단 마을이라는 뜻인데, 촉나라 시절부터 이 지역이 비단으로 유명했기 때문어 지어진 이름이랍니다. 제갈량은 비단을 팔아 촉나라의 경제를 크게 부흥시켰다고 전해져요. 그러나 진리 거리에서 비단은 좀처럼 볼 수 없습니다. 대신 과거 옛 거리를 재현했다는 건물들을 볼 수 있어요. 좁은 거리 양쪽으로 늘어선 옛스런 건물들과 홍등은 나름 흥미로운 광경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진리 거리 같은 곳을 크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거리 자체가 자아내는 독특한 분위기는 매력적이겠지만, 그 속에 들어선 것이 그리 옛스럽지 않기 때문이지요. 다양한 기념품, 먹거리, 악세서리 등이 즐비합니다. 서울의 인사동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도 함께 참여한 친구들은 이것저것 볼것이 많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출구쪽에서 만나기로 하고 혼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여러 곳을 둘러보니 생각보다 흥미로운 면도 있더군요. 한쪽에서는 만담 공연을 하는가 하면 변검을 보여주는 곳도 있는데, 또 한쪽에서는 재즈를 틀거나 기타를 들고 버스킹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가 혼재된 공간. 이를 하나의 말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중국도 변화중이라는 점은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비가 와서 호젓한 분위기였습니다. 붉은 등이 빗물에 비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돌아오는 길에 매실과 비슷한 과일을 팔더군요. 여행에 참여한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 봉지 구입했습니다. 바로 손저울을 사용하는 모습 때문입니다. 한쪽에 물건을 담고 다른 한쪽에 추를 달아 실로 이동하면서 무게를 재는 모습을 지금은 별로 볼 수 없지요. 교육적 차원(?)에서 보여주었지만 친구들은 달콤한 먹거리에 더 반가운 눈치입니다. 안타깝게도 그 이름을 물어보지 못했네요.


중간에 비가 내려 좀 고생했습니다. 우산이 없는 친구들도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이 빗줄기는 다음날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만남을 위한 선물이었답니다. 숙소로 돌아와 우리는 간단히 하루 일정을 정리한 뒤에 다음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나이가 어린 친구들은 들뜬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바로 판다를 만난다는 설레임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우리를 감동시킨 것은 그것 만이 아니었어요. 생각지도 못한 감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판다기지], 판다 사진 밑에는 맹자의 구절이 쓰여 있습니다. 간단히 줄이면 함부로 숲에 들어가 나무를 베지 말라는 내용이예요.


답: 문신은 방통 - 간옹 순으로... 무신은 조운 - 손건 순으로 늘어서 있습니다. 무장의 순서가 논란이 많을텐데, 일단 무후사의 배치 순서를 옮기면 이렇습니다. 조운 - 손건 - 장익 - 마초 - 왕평 - 강유 - 황충 - 요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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