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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May 12. 2019

아뿔싸! 여권을 잃어버렸어요

중국역사문화기행 3기 #14

여러 사람을 이끌고 움직이면 혼자와는 다른 어려움이 여럿 있어요. 식당을 고르는 것, 숙소를 정하는 것 등등 고민할 것이 참 많았답니다. 혼자 움직이면 되는대로 대충 해도 되지만 여럿이면 그럴 수 없어요. 가능한 편한 방법을 찾느라 고생했답니다. 


그밖에도 하나부터 열까지 걱정할 것 투성이지만 그래도 여행 후반부까지 큰 문제는 없었어요. 어디 아픈 사람도 없고, 음식을 가리는 사람도 없으니 다행이지요. 매 시간 즐거운 마음으로 지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그래도 긴장을 놓으면 안 돼요. 지난 칭다오 여행에서는 출국을 하루 앞두고 일행 중 한 명이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어요. 저녁을 먹은 식당에 두고 온 것이지요. 한밤 중에야 그 사실을 알아 이튿날 아침 부랴부랴 식당을 찾아갔어요. 가면서 스마트폰을 되찾을 수나 있을까 의구심이 많았어요. 워낙 악명이 높은 중국이니 헛걸음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래도 가보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지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식당을 찾아갔어요.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니 어제 왔던 외국인 손님이 맞느냐고 물어보네요. 맞다고 했더니 씨익 웃으며 핸드폰을 내줍니다. 어찌나 고마웠는지. 워낙 사람도 많고 붐비는 식당이라 누가 슬쩍 집어갔으면 어떻게 하나 했답니다. 한국에서도 자칫하면 찾기가 어려운데, 낯선 외국에서 잃어버린 스마트폰을 찾다니! 잃어버린 셈 치고 괜한 수고하지 말자던 당사자도 매우 반가워하는 눈치입니다. 


중국 사람이라고 하면 탐욕스럽고, 불친절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나름 친절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도 한답니다. 하긴 어느 사회라고 나쁜 사람만 있겠어요.


다시 시안으로 돌아가는 길. 중국 기차역, 특히 신축한 역은 엄청난 크기를 자랑합니다.


벌써 여행의 막바지입니다. 다시 시안으로 돌아와 이틀을 보내면 긴 우리의 여행도 끝납니다. 청두에 갈 때처럼 아침 기차를 타고 시안으로 향했어요. 좀 조심했어야 했는데... 사실 전날 제가 모자를 잃어버리고 말았답니다. 길에서 흘린 것인지, 아니면 택시에 두고 내린 것인지 도무지 찾을 수 없었어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기어코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시안 역에 내려 화장실을 다녀오기로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한 친구가 여권을 잃어버렸다는 거예요. 아뿔싸! 설마 어디 주머니에 넣고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잘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가방이며 주머니며 모든 곳을 잘 찾아보라고. 찾아보아도 없답니다. 개찰구를 지나며 역으로 나오는 길에 잃어버린 것만 같다고.


머릿속이 하얘질 수밖에요. 여권을 잃어버리면 돌아갈 길이 막막합니다. 일단 역에서 수소문해보기로 했어요. 개찰구의 역무원에게 물어보는데 여권을 본 적이 없답니다. 기차에 유실물로 들어온 것도 없다네요. 결국은 몇 명이 짐을 지키고 전체가 돌아다니며 여권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주중 영사관 위치 및 주소입니다. (출처: 나무위키)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안내 데스크에도 물어보고 눈에 보이는 사람마다 물어보는데 다들 본 적이 없답니다. 역은 어찌나 큰지 이 커다란 역을 온통 돌아다니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네요. 숨을 헐떡이면서도 다음이 고민이었어요. 모든 일행이 무작정 역에서 이렇게 있을 수도 없는 일.


여권을 잃어버린 친구와 저만 역에 남아 다시 여권을 찾아보기로 했답니다. 나머지는 일단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중간에 여권을 잃어버린 경우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도 알아보기로 하고. 


여행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여러 사건이 있지만 여권 분실은 참으로 골치 아픈 일입니다. 일단 여권을 잃어버리면 신분이 보장되지 않아 어려운 일이 한 둘이 아닙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호텔에서 숙박할 때, 장거리 교통편을 이용할 때 모두 신분증이 필요해요. 여권이 없으면 숙박도 문제고 어디로 이동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 그것보다 다시 귀국할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겠지요. 영사부의 도움을 받아 여권을 재발급받으면 되지만 하루 이틀에 처리되는 게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여권을 잃어버린 당사자가 청소년이라는 점이었어요. 성인이라면 주민등록증이라도 있을 텐데, 청소년이니 도무지 자기를 증명할 길이 없습니다. 마치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식이지만 어쨌든 여권을 찾는 게 우선이니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해보기로 했어요. 


* 만에 하나 빠른 대처를 위해 링크 내용을 읽어두는 것도 좋습니다.


물어물어 역의 공안국을 찾아갔습니다. 혹시 여권을 본 적이 있느냐고. 여권을 본 적이 없답니다. 역이 커서 유실물이 모아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네요. 일단 연락처를 적어두고 나왔습니다. 이제 또 어디로 가서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하나. 마음 같아서는 손에 잡히는 사람마다 물어보고 싶은데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이미 우리와 함께 기차에 내린 사람들은 역을 벗어난 지 한참이니까요. 벌써 한 시간 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니 숨이 턱턱 막힙니다.


다시 역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시작해보자며 돌아가는 길에 검문소 같은 곳이 있습니다. 중국은 역에 보안이 삼엄하여 검문초소 같은 곳이 있어 위압감이 들기도 합니다. 역시나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혹시 여권을 본 적이 없냐고 물어봅니다. 


'여권을 본 적이 있나요?'

'어느 나라?'

'한국 여권이예요.'


주섬주섬 무엇을 꺼내는데 잃어버린 여권이 맞습니다. 사진을 확인하고는 돌려주네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하늘이 노랗게 보였는데 이제 좀 정신이 드는 것 같습니다.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갔어요.


당사자 친구도 어안이 벙벙한가 봅니다. 크게 내색하지는 않는데 놀란 모양이에요. 그렇게 택시에서 연신 가슴을 쓸어내렸답니다. 아마 누군가 여권을 주워서는 나가는 길에 초소에 맡긴 모양이예요. 소문에는 암시장에 여권을 판다던데... 


결국 이렇게 해피엔딩이 되어 다행입니다. 정신없이 뛰어다닌 보람이 있네요. 그래도 다시 경험하고 싶은 사건은 아닙니다. 그러니 여행을 하는 분들은 꼭!꼭!꼭! 조심하시기를. 여권 분실이란 정말 끔찍한 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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