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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May 14. 2019

뒷골목에서 거대한 서점까지

중국역사문화기행 3기 #16

어디 가나 사람이 많다. 중국 여행을 경험한 분들에게 종종 듣는 말입니다. 실제로 인구의 나라답게 어디를 가나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휴가철에는 더더욱. 춘절春節(음력설), 노동절(5월 1일), 국경절(10월 1일) 휴가 기간에는 악명이 자자합니다. 십 수억의 인구가 휴가를 즐기니 엄청난 인구가 움직이여요. 국토도 넓어 휴가 때마다 일주일 정도 연휴가 이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이때엔 여행을 피하는 것이 좋아요.


설을 피해 일정을 잡았는데 대보름을 생각 못했네요. 우리는 정월 대보름이라 부르는데, 중국에서는 원소절元宵節(Yuánxiāojié)라고 합니다. 다양한 색색의 등을 켜고 축제를 즐깁니다. 예전에는 폭죽을 터뜨리며 기념했지만 안전사고가 많이 일어나 오늘날에는 폭죽을 터뜨리는 것은 보기 힘듭니다. 대신 형형색색 다양한 등이 화려하게 밤을 밝힙니다.


빼곡히 달린 수 많은 등이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대자은사를 나오니 슬슬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근처에 있는 서점을 방문하기로 했어요. 우리말로는 서점書店이라 하지만, 중국어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서성書城, 책의 성이라 해야 합니다. 그만큼 크기 때문이지요. 몇 층짜리 건물 전체에 책으로 가득 차 있곤 합니다.


중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주로 멋진 자연환경, 맛집 거리 등을 방문하곤 합니다.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는 곳은 별 관심을 두지 않아요. 서점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려한 쇼핑센터는 가도 서점을 가는 사람은 많이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중국에 가면 서점을 꼭 가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까막눈이라 아무것도 모른다구요? 사람들이 서점을 어떻게 대하는지, 어떻게 책을 읽는지를 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중국의 문화적인 역량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겠지요. 한편 여러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는 만큼 잘 찾아보면 우리도 아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어요. 앞에서 이야기한 <삼국지>나 <서유기>가 대표적이지요. 그 밖에도 볼만한 것이 참 많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국의 모습과는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시안의 곡강서성曲江书城(qūjiāngshūchéng), 새로 지어 크고 깨끗합니다.


대자은사를 나오니 역시 엄청난 무리의 인파가 있습니다.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타면 금방인데 아무래도 차를 타기는 쉽지 않겠어요. 그래서 서점까지 걸어가기로 합니다. 지도를 보고 방향을 잡아 걷다가 문득 작은 골목을 발견했습니다. 언제 한번 뒷골목도 구경시켜주고 싶었는데 잘되었어요. 갑작스레 뒷골목 탐방이 되었습니다.


서울도 마찬가지이지만 대로에서 보는 모습과 골목에서 보는 모습은 영 다르기 마련입니다. 골목은 골목대로 좀 색다른 멋이 있어요.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할까요? 작은 상점이며 식당, 과일 가게 등이 늘어선 모습이 기묘한 건강함을 선물해줍니다. 좁고 컴컴한 골목에 번쩍거리는 간판들. 쉬이 오기 힘든 곳이지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러봅니다.


과일가게에서 사탕수수를 파네요. 커다란 사탕수수가 줄기 채 있습니다. 두 마디 정도 달라고 했더니 커다란 낫을 꺼내 토막을 냅니다. 쓱쓱 껍질을 벗겨서 건네주네요. 사탕수수는 그냥 질겅질겅 씹고 뱉어야 합니다. 그대로 씹어 삼키기에는 너무 거칠기 때문이예요.


커다란 칼로 뚝딱 사탕수수를 다듬어 줍니다.


옆에 보니 신장 건포도도 있습니다. 중국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신장 위구르 지역은 맛있는 과일로 유명합니다. 특히 멜론의 한 종류인 하미과와 신장 포도로 유명해요. 겨울이라 과일이 많지 않은데, 건포도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네요. 새콤하면서도 단맛이 일품입니다. 일행도 처음 맛보고는 바로 신장 건포도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골목 끄트머리에서는 길거리 꼬치 가게가 있네요. 다양한 야채며 재료들을 꼬치에 꽂아두고는 고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 튀겨줍니다. 향신료가 섞인 양념을 뿌려 먹는 식인데 너도나도 한두 개씩 골라 먹어보았어요. 우연히 만난 길거리 음식에 다들 맛있다며 연신 엄지를 치켜세웁니다.


이것저것 골라 담으면 즉석에서 조리해서 줍니다.


어느새 서점에 도착했어요. 새로 커다란 건물을 지어 매우 말끔한 모습입니다. 커다란 서점 입구에 도착해서는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주었어요. 각자 자기가 원하는 책을 하나씩 고를 것. 종류에 상관없이 기념이 될만한 것으로. 서점에 왔으니 책을 하나씩 사주어야지요. 글자도 모르는 책을 사서 무엇하느냐구요? 도리어 반대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책을 사놓으면 언젠가 읽어보겠다고 중국어에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학생들을 풀어놓고는 찻집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셨습니다. 중국에서도 커다란 서점은 복합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책 이외에 문구며 다양한 물건을 팔기도 하고, 한쪽에서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편히 쉴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으니 저마다 책을 한 권씩 골라왔어요. 선물로 준다고 했더니 다들 고심한 모습입니다. 누구는 동화책을, 누구는 그림책을, 누구는 커다란 화보책을 골랐어요. 이유 불문! 약속했으니 선물로 한 권씩 주었습니다.


서점 앞에서 찰칵!


저녁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적당한 식당이 없어 편의점을 이용하기로 했어요. 숙소 근처의 편의점에서 각자 먹고 싶은 것을 고르기. 다양한 간식거리에 음료수, 컵라면까지 다양한 음식을 사서 숙소로 돌아갔어요. 숙소에 모여 저마다 사 온 것을 나누어 먹으니 그것도 꽤 재미난 경험입니다. 


특히 컵라면이 마음에 드는가 봅니다. 그저 겉 포장만 보고 골랐는데 다들 생각보다 맛있다네요. 이쯤 되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뭐든지 잘 먹어서 그런 건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음식도 문화의 한 요소인데, 이렇게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하니 그것대로 좋은 배움이지요. 


이제 드디어 다음날이면 중국 여행의 마지막 날입니다. 날짜로 따지면 하루 더 시안에 머물지만 크게 의미는 없습니다. 모레는 아침부터 짐을 꾸려서 공항으로 떠나야 해요. 중국에서 이것저것 보고 배우는 시간은 이제 만 하루밖에 남지 않았어요.


매일 밤 우리는 숙소에 모여 하루 일정을 정리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날도 컵라면을 나누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돌아갈 날이 코앞이라니 다들 아쉬운 모습이예요. 그래도 마지막 일정을 잘 보내야지요. 출발 전부터 마지막 날에는 자유 시간을 보내기로 했어요. 내 발로 직접 탐험하는 중국. 과연 자유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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