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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May 25. 2019

돈과 불끈 쥔 주먹이 정치를 만든다

선농인문학서당 '섶'의 글쓰기

맹자는 백성에게 항산, 일정한 소득이 있어야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음을 한결같이 유지하는 항심이 있다고 말한다. 이 말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있다. 연장자를 우대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처럼 그들은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집을 담보로 하는 주택연금처럼 집이 있으나 소득이 부족한 고령자의 생활도 보장해준다. 따라서 노인은 경제적 여유를 가진다. 맹자의 말대로라면 이처럼 항산이 있기 때문에 국가를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항심이 있다. 선거날 동이 틀 때부터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항심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정치인들은 노인을 위한 정책을 공약에 내세운다. 


아직 나는 투표를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그러나 점차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층의 모습이 늘 안타까웠다. 그러다 맹자의 말을 듣고 의문이 생겼다. 청년이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맹자에게서 발견했다. 


청년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취업률은 계속해서 바닥을 치고 있다. 불황 속에서 청년들은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직장을 꿈꾼다. 대기업, 공무원 같은 직업이 인기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준비과정은 갈수록 길어진다. 모두가 바라는 직장이 비슷하기 때문에 청년들은 피 터지는 경쟁을 한다. 오늘날 청년에게 정치란 사치이다. 따라서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청년에게 지원금을 주어야 한다. 그러면 사회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맹자는 지도자가 큰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을 한다. 정의로운 분노, 의분을 말이다.  주나라의 문왕은 다른 나라 사이의 전쟁을 나서서 막아 백성의 삶을 평안하게 했다. 자신의 체면을 위해 다투는 오늘날 정치인의 모습과 문왕의 의분이 대비되었다. 예전에는 용맹과 용기란 전쟁을 미화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문왕과 같은 의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영유아와 산모가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기업 처벌과 피해보상은 시작도 못한 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가습기 살균제가 처음 판매되기 시작한 건 1994년으로, 17년간 시장에 판매되면서 문제를 의심받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관련 기관들은 실험실에서 나온 결과만 믿은 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만약 정부기관이 일말의 의심과 의분으로 일을 추진해나갔다면 사건이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국민들의 분노를 사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치인이나 지도자가 적절한 순간에 용기 있게 행동한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나는 정치인의 용기만큼 평범한 사람의 용기도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미투 운동이 대표적인 예이다. 한 사람이 용기를 내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자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내놓았다. 맹자의 말처럼 우리에게도 의분이 필요하다. 미투 운동의 계기도 사람들의 용기였다. 그렇게 쌓이는 역사의 시간은 장차 이 사회를 안정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선농인문학서당 '섶'의 글쓰기




* 서울사대부고 선농인문학당에서 쓴 글입니다.

* <오늘을 읽는 맹자>를 읽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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