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륵의 글쓰기
솔직히 기대감이 무척 컸다. 주변에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데다 글에 대한 지적, 충고를 받고 싶어도 받을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충고해줄 만한 사람이 없기도 했지먼, 조금 두려움도 있었다. 남에게 글을 보여준 적도 없거니와 혼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수업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번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영영 나 혼자만의 섬이 갇혀있을 가능성이 컸다.
신청을 하고 받은 문자는 기대감을 상승시켰다. <삼국지톡>을 읽고 오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덕분에 얼마나 기대감이 상승했는지 모른다. <삼국지톡>을 좋아하는 데다 자칭 덕후였기 때문에 언제든지 <삼국지톡>에 대해 떠들 수 있었다. 다른 사람도 <삼국지톡>을 보고 올 테니 공감대도 형성되고 어색함도 사라질 거라는 생각에 안심도 됐고 말이다. 계속 기대하며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다.
골목에 도착하고는 '과연 이곳에서 글쓰기 교실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골목은 좁았고 복잡했다. 건물들은 다 낮았고 온지곤지는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무슨 보물 찾기도 아니고. 길을 잘못 든 것일까. 아빠는 따로따로 길을 찾아보자라고 하며 골목 아래로 내려가셨고 엄마는 문자를 보내보라고 하셨다. 문자를 보내니 답은 금방 왔다. 해방교회 맞은편 한마당 생고기 건물 2층에 우리실험자들이라는 간판을 보고 오라는 내용이었다.
문자대로 가보니 서점 온지곤지라고 쓰여 있는 간판이 보였다. 문자를 보내지 않았으면 못 도착했을 듯했다. 계단을 올라가니 2층에 유리문과 그 옆에 실내화가 가득한 신발장이 보였다.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선생님 같아 보이는 분이 실내화로 갈아 신고 들어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선생님과 대화를 조금 나눈 뒤 만화책을 봐도 된다고 해서 방에 들어가 만화책을 보기 시작했다.
만화책 제목은 진격의 거인이었다. 친구가 진격의 거인을 정말 좋아하는데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해 궁금했던 책이었다. 꽤 재미있었다. 계속 집중해서 보고 있다가 수업을 시작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자리에 다시 앉았다.
선생님의 성함은 기픈옹달. 가명이라서 좀 더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나는 여자 선생님을 상상했는데 왜 여자 선생님을 상상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기 전,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선생님을 처음 보는데 구면인 사람이 많았다. 다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몇 분이 아미라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나도 아미이기 때문에 공감대도 형성될 것 같았고 기분도 좋았다. 내 차례가 다가오자 손에 땀이 고이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손이 뜨거워 겨울에도 손이 차갑지 않았다. 게다가 긴장하면 더 손이 뜨거워지고 땀이 난다. 내 차례에 자기소개를 했는데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다. 왜 떨었는지 조금 한심하게 느껴졌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갔다. 첫 시간이라 수업 주제인 <삼국지>에 대해 알아봤는데 나는 <삼국지톡> 덕분에 등장인물이나 배경은 조금 알고 있었다. 피피티로 수업을 받았는데 <삼국지>가 어떤 책인지, 어떤 다른 매체로 만들어졌는지, <삼국지> 명장면 패러디 등. 많은 걸 배웠는데 마지막에 패러디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미국 서부 배경에 유비, 장비, 관우가 나와서 게임을 하는 광고였는데 정말 웃겼다.
수업을 마치고 원고지에 글을 썼다. 마지막으로 원고지에 글을 쓴 게 1년 전이라 다 까먹었었다. 쓰는 방법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마침표를 글자와 같은 칸에 써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한 칸 띄고 써야 하는 것인지 조금 헷갈렸다. 처음에는 몇 번 지웠지만 금방 맛들려서 쓰기 시작했다. 3장 정도 채우니 선생님께서 봐주시겠다고 하셨다. 떨면서 원고지를 옆 테이블로 가져갔다. 선생님께서는 글을 보시더니 글을 어느 정도 떠 써야 끝낼 수 있으려나 물어보셨는데 나는 한 5배 정도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살짝 과장해서 말하지 않았나 싶다.
집으로 돌아가는데 다음 수업이 너무 기대됐다. 하지만 피로가 쌓여서인지 금방 잠에 들어버렸다.
* 청소년글쓰기교실(https://cafe.naver.com/ozgz/1721)에서 쓴 글을 나눕니다.
* 청소년글쓰기교실 1기에서는 '각약각색 삼국지'라는 이름으로 삼국지에 대해 알아보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