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인문학서당 '돌쇠'의 글쓰기
사람들은 말한다. “이 나라는 망했다.”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시위장과 국회는 물론이고,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에서도 말이다. 이렇게 보니 나라는 쉽게, 또 자주 망하는 듯하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이 나라는 좋은 나라이다.” 들어본 적이 있는가? 글쎄다.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것은 ‘좋은 나라’를 직접 보고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그런 나라는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지금부터는 좋은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신 ‘망하지 않는 나라’에 대해 말하겠다.
어떻게 해야 나라가 망하지 않을까? 맹자는 국민보다는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필자는 국민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국민에게는 지도자를 바꿀 수 있는 막강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나라가 망하지 않기 위해 국민이 해야 할 역할은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 내기’이다.
미국에서부터 시작한 #MeToo 운동(성폭력 고발 운동)이 최근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피해자라 밝혔고, 많은 사람을 가해자로 지목했다. 과연 이 운동이 일어나기 전에는 성범죄가 없었을까? 당연히 아니다. 그때도 여전히 지금처럼 수많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었다. 용기를 내어 입을 연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려져 있던 피해 사실이 수면 위로 오른 것이다. 그런 사실이 세상에 드러났기에 피해자는 보호받고, 가해자는 처벌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목소리를 모아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나라가 망하지 않는 길이다.
맹자는 ‘나 자신’을 바로 잡아야 혼탁한 세상도 바로잡힌다고 보았다. 이런 그의 가치관은 방몽이 자신의 스승인 예를 죽인 고사에 대한 맹자의 입장에도 나와 있다. 하나라 인물인 방몽은 예에게 활쏘기를 배웠다. 그러나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은 예뿐이라는 생각에 자신의 스승을 죽였다.
예는 활쏘기를 가르쳐 준 것밖에 없었지만, 맹자는 예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중요한 사회에서 맹자의 이런 생각은 정말 위험하다. 피해자가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자신의 피해를 고발하고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사람을 체념시키고 묵살한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네가 옷을 야하게 입으니까 그렇지.”, “네가 조심했어야지.”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이런 2차 가해 때문에, 아무도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밝히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가장 먼저, 가해자의 대부분이 자신이 가해자라는 사실도 모른 채 살아갈 것이다. 피해자는 혼자 눈치를 보며 피해 사실을 숨겨야만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소수의 소리가 묻히게 되면, 범죄는 줄지 않고 지도층은 국민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나라는 망할 것이다.
목소리를 내는 데는 많은 용기와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 번 내기 시작하면,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져 더 이상 무시할 정도가 된다. 이렇게 목소리를 내어 사화를 변화시키고 안심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세상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국가는 분명 망할 것이다. 이제 당신의 선택만이 남았다. 말하거나, 망하거나.
* 서울사대부고 선농인문학당에서 쓴 글입니다.
* <오늘을 읽는 맹자>를 읽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