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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Jul 16. 2019

개혁을 업고가는 거북이는 빠르다

선농인문학서당 '섶'의 글쓰기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혁명은 일어난다. 그러나 ‘혁명’ 대신 ‘개혁’을 하는 것이 더욱 안정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슬로우 개혁’을 해야 한다. 천천히 개혁을 해나간다면 보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의 의견이 반영하면 맹자가 말한 사람을 위한 정책, 정치를 이루는 사회가 될 것이다.      


시민들이 분노로 똘똘 뭉쳐 싸우는 혁명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혁명이 일어난 후에는? 누구의 주도하에 새로운 나라를 만들 것인지, 어떻게 사람들의 불만을 해결시켜줄 것인지. 대안을 제대로 발견하기 힘들다. 결국 우리는 또 대책 없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 따라서 슬로우 개혁을 통한 사회가 더 발전적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슬로우 개혁을 하면 똑같은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태도로 개혁을 해야 할까?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사람들. 맹자는 이런 태도를 자포자기라 부른다. 맹자가 말하는 ‘자포자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보통 절망감에 빠져 자신을 포기하는 뜻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맹자가 말한 자포자기한 사람은 자기 스스로를 해치고 버렸기 때문에 다른 이에게 무관심하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고 공동체를 망가뜨린다. 즉, 맹자가 말한 자포자기는 자신을 버리는 것뿐 아니라 타인과 공동체를 버리는 행위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자포자기할까? 자기 자신을 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자포자기는 공동체를 방치하는 꼴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공동체를 방치하기 위해 자기 자신도 포기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공동체는 국가 아닌가. 국가를 사랑하지 않는 국민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없을 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도자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자포자기를 택한다면 평생 지도자를 욕하기만 할 뿐이다. 우리는 더 넓은 마음으로 국가를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지도자에게 더 어려운 일을 요구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란, 더 많은 일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국민과 대통령 간의 소통을 늘린다면 자포자기하는 사람도 적어질 뿐 아니라 안정적인 국가를 도모할 수 있다. 


슬로우 개혁을 이야기하는 이유도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현재 실행하고 있는 ‘국민청원’은 개혁을 한 걸음 앞당기는 정책이라 볼 수 있다. 국민청원으로 국민들이 정치에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확인할 수 있고 더 많은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국민청원의 쉬운 절차가 과연 옳은지 의문이 든다.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 청원’ 같은 대책 없는 요구가 허다하다. 지도자가 하는 정책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끌어내리는 것만 해결책은 아니다.


대안을 지도자에게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우리도 대안을 제시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국민과 정부간의 진정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국민청원’이 아니라 ‘국민대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민과 정부 모두가 국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면 슬로우 개혁을 위한 준비는 끝이다. 슬로우 개혁을 하는 국가는 거북이처럼 느릴지라도 토끼보다 빨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선농인문학서당 '섶'의 글쓰기




* 서울사대부고 선농인문학당에서 쓴 글입니다.

* <오늘을 읽는 맹자>를 읽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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