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인문학서당 쎄보야의 글쓰기
유치원 때부터 효도에 대해 배웠다. 효도쿠폰을 만들어 부모님께 드려야 하는 행사가 많았다. 또 부모님께 편지를 많이 썼었는데 꼭 효도를 하겠다는 말이 들어가 있었다.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고 빨래해주고 청소해주고 등등 이런 이유로 효도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청소, 빨래, 설거지 등등 부모님이 집안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말로만 효도를 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부모님이 우리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는 왜 효도라는 의무를 갖고 살아가고 있을까?
유교사상 때문에, 자녀가 부모에게 받은 물질적인 것을 갚으라는 의미에서? 아니면 어렸을 때 읽은 책에서 부모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자녀들이 많기 때문일까? 우리는 생각보다 효에 대해 많이 배운다. 특히 책에서 효에 대한 내용을 많이 읽을 수 있었다. 아버지를 위해 죽고 왕과 결혼한 심청이, 혼자 집안일을 하다 요정을 만나 왕과 결혼한 신데렐라, 계모에게 구박을 받고 집안일을 하다 여러 동물들이 도와줘서 세자와 행복하게 살게 된 콩쥐, 이런 책을 읽고는 부모님에게 하는 착한 일=효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효도를 많이 하면 왕자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효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했다.
청소년들에게 물어본다. 당신은 효자입니까? 우리들은 부모님께 의존해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솔직히 나는 막연하게 효도해야 한다 생각하면서 직접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그래서 <오늘을 읽는 맹자>에 나온 순임금에 대한 이야기가 믿기지 않았다. 순임금은 자신을 다치게 하려고 한, 심지어 죽이려고 한 부모에게 까지 효를 실천했다. 순임금의 부모는 무슨 이유로 순임금을 죽이려고 했을까? 순임금의 어머니가 친모가 아니라면, 아버지는 얼마나 자신의 핏줄이 미웠으면 순임금의 동생까지 끌어들여 순임금을 죽이려고 했을까? 나는 자식을 죽이려는 부모를 보면서 화가 났지만 도리어 순임금의 마음이 놀라웠다. 자신을 낳은 어머니가 아닌데도 끝까지 효도를 할 수 있는 순임금의 마음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효를 강요받고 있다. 순임금도 주변에서 효를 강요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효를 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주변의 20대들을 보자. 이들은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해 취직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고 생계를 이어 가는 것은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지 부모를 위한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부모님께 받은 모든 것이 당연하다고 느낄 때 이 사회에서 효도의 의미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나는 부모님에게 효도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효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 감사하는 마음을 없애라는 것도 아니다. 부모님이 해주시는 모든 것들을 조건 없이 받되,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는 것이다.
* 서울사대부고 선농인문학당에서 쓴 글입니다.
* <오늘을 읽는 맹자>를 읽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