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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Oct 22. 2019

본성보단 마음이지

선농인문학서당 '솔연눈'의 글쓰기

성선설과 성악설 중 무엇이 옳은지는 큰 논쟁거리이다. 하지만 나는 이 중 무엇도 지지하지 않는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 여기서 ‘이기적’이라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 발현되는 본능을 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한 것을 악이라고 봐야 할까?


나는 살아남기 위한 본능을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기적인 것이 선하다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선과 악은 인간이 구분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기적이라는 것을 선하다고 규정했으면 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가 되는 것이고 악하다고 규정했으면 인간은 본래 악한 존재가 된다. 게다가 선과 악에 대한 기준은 절대적이지도 않다. 늘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해왔다. 과거에는 이기적인 사람이 악한 사람으로 통했지만, 최근에는 상황에 따라 이기적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사회적 통념이 변하는데,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선하니 악하니 구분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기에 성선설도, 성악설도 지지할 수 없다.


지금부터 마음에 대해 말해보자. 이때 마음이란 본래부터 지니는 품성이 아니라 다른 것에 대해 감정‧의지‧생각을 느끼거나 그것으로부터 일어나는 작용 또는 태도를 말한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며 마치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인간이 선한 행동을 하는 것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본성에 따른 당연한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작용에 따른 순간의 선택 때문이다. 물길을 트는 것은 마음이라는 것이다. 마음은 인간의 도덕성과 욕망을 적절히 조절하기도 한다. 본성이 아니라 마음의 상황에 따라 우리의 행동이 결정된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마음대로 하지 본성대로 하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따라서 성선설이든 성악설이든 본성에 관한 그 어떤 설에도 관심이 없다.


누군가 마음의 중요도가 어느 정도인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마음이 세상사에 관여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인생은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이때 우리가 특정한 선택을 하도록 이끄는 것이 마음이다. 선행에는 누군가를 돕길 희망하는 마음이, 악행에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겠다는 마음 또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피나는 노력에는 무엇인가를 꼭 성취하고 말겠다는 마음이 작용한다. 세상에 배려심, 자격지심, 측은지심, 협동심, 경쟁심, 질투심, 욕심, 양심 등 다양한 종류의 마음이 존재하는 이유도 마음이 세상을 이끌 정도로 중요한 만큼 더욱 세세하게 분류되어야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멱살 잡고 세상을 끌고 가는 것은 마음이다.


이렇듯 선악의 이분법으로 구분되는 본성보다 마음은 스펙트럼이 훨씬 넓고 언제나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성선설과 성악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뜨거운 논쟁의 장이 펼쳐질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은 오직 본성에만 쏠려 있다. 이제 본성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인간 본성에 관한 논쟁에서 올린 열을 식히는 것이 어떨까. 본성이라는 떡잎보다 마음이라는 숲을 보자.


선농인문학서당 '솔연눈'의 글쓰기




* 서울사대부고 선농인문학당에서 쓴 글입니다.

* <오늘을 읽는 맹자>를 읽으며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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