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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Sep 06. 2019

다시 중국에 갑니다

2000년 여름 처음 중국에 갔을 때부터 중국은 저에게 낯선 세계로 육박해들어왔습니다. 공산국가의 엄혹함은 배를 까고 돌아다니는 아저씨들의 모습에 지워졌고, 딱딱한 회색빛 표정은 긴긴 열차 여행의 옆자리에 앉은 아이의 웃음으로 지워졌습니다. 광야와 높은 산, 드넓은 평야와 거대한 폭포... 20대 시절 제가 얻은 귀한 재산 가운데 하나로 중국을 경험한 것을 두고두고 생각할 것입니다.


오래도록 중국은 저에게 지금, 현재를 벗어날 수 있는 일탈의 장소였습니다. <논어>와 <사기>, <장자>를 읽지 않았다면, 주변 여느 사람과 비슷한 책을 읽었다면 지금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겠다 싶습니다. 그곳은 궁금증을 낳는 세계였고, 파내고 파낼 새로운 이야기의 보물창고였습니다.  


지금 홍콩 사태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듭니다. 희망보다는 비관을 먼저 보기에 쉬이 일이 해결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일국양제의 실험은 '일국'의 주도로 끝나겠지요. 어쩌면 지금 중국에게 중요한 시간을 지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간 좋아했던 표정을 알 수 없는, 다양한 군상이 뒤섞인 그런 중국이 아니라 하나의 얼굴, 반반하고 딱딱한 얼굴의 중국이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앞으로도 중국을 좋아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


사실 깊이 고민하지 않으려 합니다. 멀고 먼 이야기보다 발에 채이는 문제를, 내 앞에, 코 앞에 닥친 문제를 보아야겠다는 다짐 때문입니다. 그건 비겁함일까 아니면 치열함일까. 질문을 남겨두고 중국으로 떠납니다.


이번에는 약 보름간의 긴긴 여행입니다. 본디 혼자 갈까 했지만 아이와 단 둘이 떠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집안 사정 때문도 있지만, '학원비로 돈 썼다 치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알차게 다녀올 수 있을까 걱정들기도 합니다.


9월 6일 칭다오를 거쳐 정저우로 들어갑니다. 함곡관 - 뤄양(낙양) - 소림사 - 쉬창(허창) - 카이펑(개봉)을 도는 여행입니다. <삼국지>를 소재삼아 내년 겨울에 여행을 준비하는데 그전에 답사차 가는 일정입니다. 올해 이곳저곳에서 <삼국지>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발로 뛰어보면 더 재미난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혼자 마음먹기를, 일 년에 두 번은 가야지 했답니다. 중국이라는 질문을, 중국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하는 숙제를 품고. 일단 가기로 했으니 건강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이번에는 이전 일정보다 덜 피곤할 테니(하루 2만보만 걷기 목표!) 저녁에 매일 일정을 정리하며 나눌까 생각하고 있답니다. 자유도가 높은 만큼 그간 못했던 것도 이것저것 해봐야지요. 칭다오 까르푸에서 놓친 저 옷을 사오는 것도 목표 가운데 하나랍니다. 

09.03



08:45 비행기.


빨리 자리에 누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말끔하게 매듭짓지 못한 일들이 자꾸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 일을 붙잡고 있자니 체력도 감당되지 않고...


몇 번 왔다 갔다 했다고 그렇게 긴장되지도 않습니다. 그냥 좀 밍숭맹숭. 이렇게 훌쩍 자리를 비워도 될까 하는 생각. 무슨 호기로 떠나겠다고 했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궁금증. 자리에 누워 잠이 잘 올까 하는 걱정.


여튼 잘 다녀올게요.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가져올 수 있으면 좋겠네요. 매일 걷고 다니며 조금은 건강해서 돌아올게요.


* 첫째냥 꽃돌이는 함께 가지 못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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