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늘도 백여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최장 두 주의 잠복기를 생각한다면 앞으로 확진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오늘, 그리고 내일 백여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다 해도 그것은 지난 주말 백여 명 이상의 확진자 수가 나왔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매일 새롭게 나오는 그 숫자에 놀랄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 사회가 얼마나 확진자를 감당해야 할지를 가늠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2월 23일 현재 확진자 수는 600 명이 넘었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숫자이지만, 2월 말까지 증가할 확진자 수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공포가 합리적 예상을, 혐오가 당연한 질문을 막고 있기에 더욱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향후의 진행 상황에 대한 예측이 중요합니다.
신천지를 두고 이단이니 사이비니 하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의 시작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많은 사람이 모르는 듯합니다. ‘이단異端’ 이란 <논어>에서 나온 말입니다. '攻乎異端 斯害也已' 주희의 주석을 보면 '이단에 몰두하면 해롭다'는 풀이가 됩니다. 그는 이단이 조금 다른 주장을 가리키는 말이라 해석했고, 양주와 묵적과 같은 고대 사회의 인기 있는 사상가들을 가리키는 말이라 생각했습니다.
사이비는 <맹자>에서 나온 말입니다. '孔子曰 惡似而非者 ...' 공자는 사이비似而非를 싫어한다 말하며 꾸미고 말 잘하는 등 사람을 속이는 사람을 사이비라 말합니다. 주희는 옳은 척하면서 그릇된 사람을 사이비라 생각했습니다.
후대 유학자들은 불교나 도교 등이 이단이고 사이비라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속이고 옳지 않은 가르침을 전파한다 생각했던 까닭이지요. 여기에는 자신이 정통이라는, 자신들의 말이 옳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진짜가 있어야 이단이고 사이비고 있는 것이지요.
신천지를 이단 혹은 사이비라 하는 것은 기독교의 입장에서 그렇습니다. 기독교의 교리와 닮아 있으나 자신과는 다르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기독교의 관점에서 벗어나 본다면 이단이나 사이비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하나의 종교, 멀리서 본다면 기독교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 않을지요. 물론 대다수의 기독교인은 펄쩍 뛰겠지만...
보통 사이비 종교라 불리는 집단은 통상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종교가 그렇습니다. 한쪽에서는 비상식이지만 한쪽에서는 신비이지요. 사이비라면 뭔가 대단히 해로울 것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과연 무엇이 해로운지 이야기하기 힘든 점이 적지 않습니다.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것은 '종교시장'에서 일정한 파이를 두고 다투어야 하는 인접 종교입니다.
요컨대 이단 사이비 종교가 이상하다기보다는 종교 자체가 이상하며, 이단 사이비 종교가 해롭기보다는 종교 자체가 해롭다는 말입니다. 오늘 23일 설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영적 전쟁에 비유한 기독교 목사가 얼마나 많았을까요. 가족과 떨어지게 하고 독립된 공간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종교 공동체는 또 얼마나 많은지요.
신천지가 바이러스를 옮긴 것이 아니라 신천지의 대중집회가 바이러스를 옮겼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장시간 기도하고 찬양하는 대중집회는 비말로 전염되는 호흡기 질환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는 비슷한 형식을 갖는 대중종교 모두가 경계할 일입니다.
20여만 명의 신천지 신도 전체를 의심환자로 보고, 전국의 모든 신천지 교회를 폐쇄하는 것도 합리적인 접근은 아닙니다. 신천지의 조직망이 그물망 같아서 전국적 감염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면 그에 합당한 설명이 있어야 합니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종교인들과 관계있는 사람들에서 발병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지요.
다시 중국인 입국금지에 대한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돌아가는 상황에서 과연 중국인이 얼마나 바이러스 전파에 영향을 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인 집단 거주지, 중국인 커뮤니티에서 발병하였다는 정보를 접하지 못했습니다. 13억의 중국인 전체를 무작정 의심환자로 보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판단인지 모르겠습니다.
의외로 혐오는 공포를 이겨내는 힘이 있습니다. 어떤 집단을, 무리를 밀어내고 나면 공포가 사라질 것처럼 생각되곤 하지요. 그러나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으며, 혐오한다고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공포를 느낀다고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도 아닙니다.
적절한 공포와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단과 사이비를 이야기하는 이들은 저들만 제거하면 세상이 편안할 것처럼, 자신의 말을 따르면 구원을 얻을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성인도 죽음을 피할 수 없고, 성수로 감기를 낫게 할 수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