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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 교실은 가능한가

by 기픈옹달
수업료는 어떻게 되나요?


지난 금요일 "방구석 북토크 북금북금"(링크) 시간에 받은 질문이다. 꽤 반가운 질문이기도 했는데, 왜냐하면 올해 들어 제대로 강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나 할 것 없이 그렇겠지만 강사료 수입이 태반인 나로서는 코로나 시대가 참 난감하다. 일요일마다 강좌를 열어 근근이 입에 풀칠을 했는데 이제 그마저도 사라졌으니...


대신 금요일마다 책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시험 삼아, 조금 지나서는 얼굴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6월이 되고 여름이 되면 끝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아마 예전처럼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날은 아직도 한참이나 남은 건 아닐까? 그래서 더 진지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앞으로 몇 달은 진행할 요량이다.


지난 금요일에는 반가운 이들이 여럿 있었다. 제주도에 사는 A도 찾아왔고,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B도 오랜만에 소식을 전했다. 그러고 보니 대학에 입학한 C도 있다. 올해 처음으로 중학교,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에 입학한 친구들은 어떤 기분일까?


D는 지난주 처음으로 학교에 갔다.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유튜브로 입학식을 치렀단다. 학생증 때문에 교복을 딱 한번 입어 보았다고. 학교에 가지만 그렇게 기대되는 눈치는 아니다. 반 전체가 등교하는 게 아니라 학급 인원 가운데 절반만 등교한단다. 나중에 같은 반 친구를 만나도 서먹서먹할 것 같단다.


B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학교에 갈까 하니 시험기간이란다. 시험은 보아야겠는데 배운 건 없어 불안하다. 매일 학교 가는 것도 아니라 나누어 등교를 하니 일상 리듬이 많이 흐트러졌다. 그래도 요리실력은 늘었다니 다행이다. E 역시 요즘 시험기간인데, 수행평가하고 시험보러 학교 가고 있단다. 평가받으러 학교를 가야 한다니 참 우울한 현실이다.


대학생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C는 대학에 입학하고 한 번도 학교에 가보지 못했다. 기말고사를 친다고 이제 학교에 간다. 학교가 낯설기는 마찬가지이다. '싸강(사이버 강의)도 치친다'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너도 나도 공감하는 눈치다. 한 해가 벌써 절반이 지났는데 대관절 무얼 했는지 모르겠다.


https://news.v.daum.net/v/20200614150605812


정반대의 신문 기사를 읽었다. 80%가 온라인 수업 학습효과를 느낀다는 제목.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도무지 믿기질 않는다. 혼자 할 때보다 낫다는 이야기가 아닐지. 그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낫겠지. 그러나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더 면밀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과연 우리는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통해 배울 수 있을까? 내 주변의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고.


내용도 형식도 달라져야 한다. 온라인으로 책 모임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욕심이 컸다. 학교도 안 가니 다들 시간이 많겠지. 그러니 그간 읽지 못했던 책을 읽자. 좀 어렵고 빡빡한 책을 골랐다. 그러나 밀도 있는 수업을 진행하기 힘들더라. 참여 학생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진행하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하고 있었다. 버벅거리고 식은땀을 흘리는 게 보였을까.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가르칠 수 있는가?' 교실은 배움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가르침의 공간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는 지식을 습득하는 공간이지만, 누구에게는 자신이 가진 지식을 증명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가르치는 자는 강단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는다. 그것은 일종의 교감이기도 하고, 성취감이기도 하며, 일종의 도약이기도 하다.


가르침과 배움은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다. 가르쳐도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배움에 성공하나 가르침에는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가르침도 배움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배움의 시공간을 구성하는 법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 비대면 온라인은 성공보다 좌절의 현장이다.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의문이다.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늘 고민이다. 학습 공간에 참여한 이들이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온라인 비대면 수업에 만족도가 낮다면 그것은 온라인이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학생도 낯설지만 선생도 낯설다. 낯섦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온라인이 배움의 현장, 학습의 공간, 바로 교실이 될 수 있을 테다.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이 질문을 물고 늘어지지 않으면 실패만이 남고 말 테다.


'랜선 교실은 가능한가' 어떻게 보면 이 질문도 낡았다. 랜선 교실을 구성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가능성의 문제는 낡은 방식을 소환할 뿐이다. '수업료는 어떻게 되나요', 이 반가운 대답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에게 확신과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선생질을 해야 할까. 답을 찾아야 먹고 살 게 아닌가. 절실하고 무거운 질문이다.


* 섬네일 만들기도 이 질문의 연장위에 있다.


https://youtu.be/MGTcinG89d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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