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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Sep 03. 2020

비대면 수업은 과연 효과적일까

비대면 수업은 과연 효과적일까. 지난주부터 내가 하는 모든 활동을 온라인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기왕에 줌 유료 사용으로 전환하기를 잘했다 싶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줌을 이용하는 것을 낯설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툭툭 튀어나오고 있다. 


아이들은 어느새 나보다 이 어플을 사용하는 데 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프로필 사진을 바꾸기도 하고, 자신의 배경을 재미있는 사진으로 바꾸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프로필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화면에 주석을 입력하는 법을 어떻게 알았는지 낙서를 하기도 한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수업 내용과 무관하게 채팅창에서 저들끼리 시끄럽게 떠들고 있기도 하다. 무엇을 어디까지 통제해야 할까 잘 감이 오지 않는다.


적절한 수업 환경이 어때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누구는 얼굴을 잘 보여주는데, 누구는 머리카락만 보여주고 있고, 또 누구는 얼굴이 너무 가까워 전체 표정이 다 보이지 않는다. 집에 단말기가 하나밖에 없어 자매나 남매가 함께 수업을 듣기도 한다. 가끔은 식구들의 말 소리나, 주변의 소음이 들어와서 당혹스럽기도 하는가 하면, 마이크 품질이 안 좋아서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도 한다. 


읽고 쓰는 수업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함께 읽기가 어렵다는 게 곤혹스런 부분이다. 얽어주고 따라 읽게 하는 방법이 있지만, 현장에서 얼굴을 보고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며 하는 것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쓰기는 더욱 힘들다. 바로 옆에 있으면 자잘한 실수들을 그때그때 바로 고쳐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다. 아이들이 글을 써도 그 글을 내 눈으로 읽을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사진을 찍어서 공유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러면 또 복잡해진다. 빨간펜으로 쓴 글을 고쳐주는 건 상상도 못 한다.


생각보다 수업량이 많지 않다.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고 말았다. 짧은 시를 한편 읽으면 그냥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어느 정도로 수업량을 맞추어야 하는지, 한 시간에 얼마나 공부할 수 있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직접 보고 수업할 때에는 더 빠르고 수월하게 수업할 수 있었는데...


지난 화요일에는 고등학생들과 줌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고등학교 1학년들이었는데 처음으로 줌을 이용하여 수업한단다. 이전까지는 그냥 동영상 시청을 했다나. 수업 인원이 많으니 진행하는 내가 정신이 없다. 약 20명이 진행하는데, 화면에 얼굴이 들어오지 않는다. 얼굴이 다 표시되지만 표정을 읽기란 너무 어렵다. 


그냥 툭 튀어나와서 이야기를 하면, 누군지 얼굴을 찾는데 시간이 걸린다. 교실에서면 목소리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리면 그만이지만,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이름과 화면을 찾느라 부산스럽다. 고등학생이라 잡담은 없는데, 채팅창 입력 속도가 꽤 빠르다. 화면 보랴 채팅창 보랴 하다 보면 살짝 정신이 아득해지기도 한다.


성인들은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열의를 가지고 잘 모였는데, 온라인으로 보니 생각보다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단다. 본디 현장에서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었는데, 책방에 책을 두고 가서 집에서는 읽을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일부 페이지를 스캔해서 나누어 주었는데, 잘 읽히지 않는단다. 종이 책을 손에 쥐고 읽다가 스크린을 통해 보니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야기.


오늘은 참여자도 줄었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데 왜 그럴까. 어떤 분은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까먹는다 한다. 집안일을 하다 보니 시간을 놓치기도 한다. 공부하러 집을 떠나는 것보다, 집에서 공부할 시간을 내는 게 더 어렵다. 그중에는 나중에 들으면 되지 하는 마음도 있을 테다. 반복 재생이 가능하니. 


바이러스는 지식과 학습을 무섭게도 바꾸고 있다. 긍정하건 부정하건 변화는 우리 삶의 일부를 와작와작 씹어 삼킬 테고, 또 한편으로는 또 다른 부분을 새롭게 만들어 선물해줄 테다. 나도 바둥거리며 이 변화의 물살에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다.


* 아래는 관련 기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090204360002226?fbclid=IwAR1G5tIHZOx_Gk4T7adATO_fajHg9pLdQlQ1qTfNS0SVJYvIyDAGn9heM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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