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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Mar 19. 2021

장자익 : 소요유 5

번역해보자

견오가 연숙에게 말했어. "내가 접여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데 터무니없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더군. 나는 그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지. 끝도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어찌나 황당무계하던지 상식에 어긋난 이야기뿐이더라고." 


연숙이 말했지. "뭐라 말했길래?" 


"막고야산에 신묘한 사람이 살고 있데. 피부가 마치 눈처럼 뽀얗고, 여인과 같은 자태를 가졌다나. 헌데 곡식은 먹지 않고 바람과 이슬을 마신 다지. 구름을 타고, 용을 부리며 세상 밖으로 노닌다네. 신묘함을 모아 병을 고치기도 하고 곡식을 여물게 한다지. 그 말이 너무 어처구니없어 나는 믿지 않았지." 


"그래? 맹인과는 화려한 풍경을 함께 구경할 수 없고, 농인과는 아름다운 음악을 함께 들을 수 없는 법이지. 맹인이나 농인 같은 사람이란 어찌 몸뚱이를 두고 하는 말일까. 앎에도 그런 게 있지. 바로 너를 두고 하는 말이야. 그 사람이 가진 덕이란 만물과 함께 뒤섞여 하나가 되고자 하는 거야. 세상이 이처럼 어지러운데 누가 애써 천하를 다스리려고 하겠어. 그 사람은 누구도 해칠 수 없어. 큰 홍수가나 나서 하늘까지 물이 차올라도 그는 멀쩡하고, 쇠와 돌이 흘러내리도록 산이 불타더라도 거뜬하지. 또 먼지나 쭉정이 같은 것으로도 요순 같은 인물을 빚어낼 수 있는 사람이니, 세상일에 연연하겠는가. 


송나라 사람이 관모를 팔려고 월나라로 갔다는 이야기가 있다네. 헌데 월나라 사람은 머리를 짧게 깎고 몸에 문신을 하는데 관모가 무슨 쓸모가 있겠어. 결국 빈 손으로 돌아왔다지. 요임금은 천하 백성을 다스리고 세상을 평안케 했지. 헌데 그도 막고야 산에 올라가 네 명의 성인을 만난 뒤에는 돌아오는 길, 분수汾水에서 멍하니 천하 일을 잊었다지."


肩吾問於連叔曰。吾聞言於接輿。大而無當。往而不返。吾驚怖其言。猶河漢而無極也。大有徑庭。不近人情焉。連叔曰。其言謂何哉。曰藐姑射之山。有神人居焉。肌膚若氷雪。淖約若處子。不食五穀。吸風飲露。乘雲氣。御飛龍。而遊乎四海之外。其神凝使物不疵癘。而年穀熟。吾以是狂而不信也。連叔曰。然。瞽者無以與乎文章之觀。聾者無以與乎鍾鼓之聲。豈唯形骸有聾盲哉。夫知亦有之。是其言也。猶時女也。之人也。之德也。將磅礴萬物以為一。世蘄乎亂。孰弊弊焉以天下為事。之人也。物莫之傷。大浸稽天而不溺。大旱金石流。土山焦。而不熱。是其塵垢粃糠。將猶陶鑄堯舜者也。孰肯以物為事。宋人資章甫而適諸越。越人斷髪文身。無所用之。堯治天下之民。平海内之政。往見四子藐姑射之山。汾水之陽。窅然喪其天下焉。

* 驚怖(경호) : 놀라고 두려워함
* 徑庭(경정) : 逕庭, 매우 심한 차이
* 稽(계) : 이르다. 미치다. 
* 窅(묘) : 멀리 바라보다.


접여接輿: 초나라 사람. 성은 육陸, 이름은 통通.
淖約 : 부드럽고 약한 모습.
時女 : "時는 이것(是)이라는 뜻이다. 女는 너(汝)라는 글자와 같다."<필승> 앎에도 맹인과 농인이 있는데 네가 터무니없다고 여기고 믿지 않는 것이 이와 같다는 뜻이다. "마치 처녀처럼 생각하는 것이 그릇되었다는 뜻이다"<곽상주>
弊弊 : 꾸려가는 모양.
稽 : 이르다.
資 : 상품
章甫 : 은나라의 관모
四子 : 사마표司馬彪와 이이와 李頤는 모두 왕예, 설결, 포의, 허유라 말했다. (고전종합DB 참고 :http://db.cyberseodang.or.kr/front/alphaList/BookMain.do?bnCode=jti_3n0301&titleId=C8&compare=false)
接輿楚人。姓陸。名通。淖約柔弱貌。時女。筆乘云。時是也。女即汝字。謂智有聾盲。即汝之狂而不信者是也。郭注。謂如處女之為人所求甚謬。弊弊經營貌。稽至也。資貨也。章甫殷冠。四子司馬李竝云。王倪。齧缺。被衣。許由。



【郭注】

이는 모두 예로 든 이야기일 뿐이다. 신인神人은 곧 성인聖人이다. 성인이 비록 조정의 궁중에 있다 하더라도 그 마음은 산속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세상 사람들이 어찌 이것을 알까. 누런 집에 살고 옥새를 차고 있다는 것을 보면 마음이 매여있겠구나 하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백성을 돌보면 정신이 메말라있겠구나 할 뿐이다. 지극한 사람의 충만함을 어찌 알까. 여기서 덕이 지극한 사람이 산에 산다고 말한 것은, 세속의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함이다. 그러므로 까마득히 먼 곳을 이야기하여 직접 보고 듣는 것들을 생각하도록 할 뿐이었다.. 

處子 : 바깥의 것으로 안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不食五穀,吸風飲露 : 신인神人, 신묘한 사람은 오독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오묘한 기운을 따를 뿐이라는 뜻이다. 신묘영험함을 터득하고 지극히 오묘한 것을 탐구하는 사람은 비록 고요히 집 안에 거하더라도 사해 바깥의 존재들과 아득히 함께 한다. 그러므로 음양의 기운을 타고, 우주의 기운(六氣)을 부리면서도 사람들과 함께하며 만물을 다룬다. 무엇이 따르지 않을까. 구름도 탈 수 있다. 무엇을 다룰 수 없을까. 용도 부릴 수 있다. 자신을 버려두나 스스로 체득한다. 그러므로 움직임은 마치 마른나무를 끌고 다니는 것 같고, 멈춤은 불 꺼진 재를 모아둔 것과 같다. 이런 까닭에 신묘함을 모은다(神凝)라고 하였다. 신묘함을 모은다 하니 모으지 않은 것은 알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제가 보는 것으로만 단정하니 어찌 이런 말을 믿겠는가. 지극한 가르침의 지극히 오묘함을 알지 못하면서 헛소리라고 믿지 않으니 이것이 앎의 농인이나 맹인이다. 

是其言,猶時女 : 접여는 자연스레 사물의 필요를 이룬다고 말하나 앎의 농인이나 맹인은 도무지 그럴 수 없다고 여긴다는 뜻이다. 성인의 마음은 음양의 지극한 움직임을 법칙으로 삼고, 만물의 오묘한 숫자를 탐구한다. 그러므로 변화를 따르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 

磅礴萬物 : 만물이 모두 그러한데, 세상 사람들은 어지럽다며 나를 찾지만 나는 무심하다. 내가 무심하다 하더라도 어찌 세상일에 상관치 않을까. 만물의 본성을 따르며 천하를 빚어내 요순의 다스림을 이루니, 다스리지 않음으로 다스릴 뿐이다. 누가 애써 그렇게 정신을 수고롭게 하며 일을 만들어 일을 한 뒤에야 가능하다고 할까.

物莫之傷 : 해치는 것을 편안하게 여기므로 해치더라도 다치지 않는다. 해치더라도 다치지 않으니 사물이 그를 해칠 수 없다. 편안하지 않은 곳이 없으니 머무는 곳이 모두 마땅한 자리이다. 삶이나 죽음이나 나를 바꾸지 못하는데 물에 빠지고 불에 타는 것 따위는 어떻겠는가. 그러므로 지극한 사람(至人)이 화를 입지 않는다는 것은 피한다는 것이 아니다. 마주한 사태의 이치를 탐구하여 자연스레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요순이란 세상일을 부르는 이름일 뿐이다. 이름 붙였다는 것은 본디 이름이 아닌 것이니 요순이라 하는 것이 어찌 단지 요순을 일컬은 것이겠는가. 반드시 신묘한 사람의 본질이 있어야 한다. 지금 요순이라 하는 것은 다만 먼지나 쭉정이에 붙인 이름일 뿐이다. 요가 천하를 다스리는데 쓸모가 없었다는 것은 월나라 사람에게 관모가 쓸모없었다는 것과 같다. 그러나 천하를 내버려 두는 것이 참으로 천하가 바라는 것이다. 비록 천하가 요를 바란다 하였지만 요는 천하를 소유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멍하니 천하를 잊고, 가 없는 경지에 마음을 노닐었다. 비록 만물 위에 자리한다 하더라도 자유롭게 노닐지 않은 적이 없었다. 

네 명의 신묘한 사람은 예로든 것이다. 요가 늘 한결같은 요가 아님을 설명하고자 했다. 요가 아득히 만물과 하나가 되었더라도 요의 흔적을 가지니 세상 사람들은 요를 보고 요라고만 여기나 그가 아득히 만물과 하나가 됨은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세상 바깥의 네 신인을 예로 들어 눈에 보이는 요와 견주었다. 사물과 더불어 어지러이 흔들리는 사람은 그 자유롭게 노닐지 못한다. 지극히 먼 것은 곧 가까운 것이나 다름없고 지극히 높은 것이 도리어 낮아진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고집을 피우며 홀로 높아지고자 하며, 세속에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산속에 은거하는 선비일 테니 아무것에도 의지하지 않는 자유로운 자가 아니다. 어찌 지극한 이치를 말하고 끝없는 세계에 노닐 수 있겠는가. 

此皆寄言耳。神人即聖人也。夫聖人雖在廟堂之上。然其心無異於山林之中。世豈識之哉。徒見其戴黄屋佩玉璽。便謂足以纓紼其心矣。見其歷山川同民事。便謂足以憔悴其神矣。豈知至足者之不虧哉。今言至德之人。而寄之此山。將明世無由識。故乃託之於絶垠之外。而推之於視聽之表耳。處子者不以外傷内也。不食五穀吸風飲露者。明神人非五穀所為。而特禀自然之妙氣也。夫體神居靈。而窮理極妙者。雖静黙間堂之裏。而玄同四海之表。故乘兩儀而御六氣。同人羣而驅萬物。茍無物而不順。則浮雲斯乘矣。無形而不載。則飛龍斯御矣。遺身而自得。故行若曳枮木。止若聚死灰。是以云其神凝也。其神凝。則不凝者自得矣。世皆齊其所見而斷之。豈嘗信此哉。不知至言之極妙。而以為狂而不信。此智之聾盲也。是其言猶時女者。謂此接輿之所言者。自然為物所求。但智之聾盲者謂無此理也。夫聖人之心。極兩儀之至會。窮萬物之妙數。故能體化合變。無往不可。磅礴萬物。無物不然。世以亂故求我。我無心也。我茍無心。亦何為不應世哉。其所以會通萬物之性。而陶鑄天下。以成堯舜之治者。常以不為為之耳。孰弊弊焉。勞神苦思。以事為事。然後能乎。物莫之傷者。言安於所傷。則傷不能傷。傷不能傷。而物亦不傷之也。無往而不安。則所在皆適。死生無變於己。况溺熱之間哉。故至人之不嬰乎禍難。非避之也。推理直前。而自然與吉會也。堯舜者世事之名耳。為名者非名也。故夫堯舜者豈直堯舜而已哉。必有神人之實焉。今所稱堯舜者。徒名其塵垢粃糠耳。夫堯之無用天下為。亦猶越人之無所用章甫也。然遺天下者。固天下之所宗。天下雖宗堯。而堯未嘗有天下也。故窅然喪之。而常遊心于絶冥之境。雖寄坐萬物之上。而未始不逍遥也。四子者。蓋寄言。以明堯之不一於堯耳。夫堯實冥矣。其迹則堯也。世徒見堯之為堯。豈識其冥哉。故將求四子於海外。而據堯於所見。因謂與物同波者。失其所以逍遥也。然未知至逺之所順者更近。而至髙之所會者反下也。若乃厲然以獨髙為至。而不夷乎俗者。斯山谷之士。非無待者也。奚足以語至極。而遊無窮哉。

* 纓紼(영불) : 1.冠带与印带。 2.犹拂尘。 3.绳索。引申为缠缚。
* 絶垠(절은) : 매우 먼 곳




곽상의 주석이 엄청 방대하다. 곽상주석을 정리한 DB가 있으면 좋겠는데... 원문을 일부 긁어 붙이고 <장자익>의 구성에 따라 표점을 붙이는데, 여기에 꽤 많은 수고가 든다. 그래도 다음 부분은 곽상의 주석이 매우 짧으므로 ㅎㅎ

<소요유> 안에서 내가 가장 덜 주목하는 우화다. 세상을 초월한 신인神人에 대한 이야기. 그는 다치지 않고 유유자적하며 살아간다. 마치 신선과도 같은 존재일 테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훗날 사람들은 이 부분을 보면서 신선의 경지를 상상했을 것이다. 허나 이것도 하나의 이야기 뿐이지 않을까.

한문을 이해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이 고되다. 그래서 힘이 달리니 대충한 부분도 있다. 나중에 고치겠지 하는 생각인데, 언제 볼까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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