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클리닉 2강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만, 가장 좋은 건 반복해서 쓰는 겁니다. 어쩔 수 없어요. 글쓰기도 하나의 기술이라 반복만큼 좋은 건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반복이 의미 있는 반복이어야 한다는 점이예요. 의미 없는 반복도 있다는 말씀.
어린 시절 저는 축구를 좋아했어요. 넓은 운동장을 마구 뛰어다닐 수 있어 축구가 좋았어요. 중고등 학교 시절에는 거의 매일 축구를 했습니다. 점심시간이면 서둘러 밥을 먹고 운동장을 정신없이 뛰어다녔어요. 어느 때에는 하루에 두 시간 넘게 공을 차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공을 찼지만 안타깝게도 축구 실력은 영 젬뱅이었습니다. 그저 공만 좇아 다니던 거였지요. 한참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그저 공 차고, 공을 좇았다니는 게 축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돌아보면 어린 시절 축구는 늘 똑같은 행위의 반복이었어요. 차고 달리고, 달리고 차고. 돌아보면 달리기를 한 건지, 축구를 한 건지 헷갈립니다.
이처럼 의미 없는 반복이란 아무런 진전이 없는 반복을 말해요. 차이 없는 똑같은 행위의 반복. 그러니 우리의 반복은, 조금씩이라도 차이를 만들어내는 반복이어야 해요. 이 ‘차이’는 ‘축적’에서 생겨납니다. 쌓이는 것이 있어야 무엇이든 달라질 수 있어요.
앞으로 쓰는 글을 쌓아두도록 합시다. 차곡차곡 쌓아두면 그것이 언젠가 큰 재산이 되어 무언가를 선물해줄 거예요. 이를 위해서는 마치 연습장에 쓰는 것처럼 글을 써서는 안 됩니다. 쓰고 버리고 쓰고 버리고 하는 식의 글이어서는 안 돼요. 한 권의 노트를 쓰듯, 자신의 글을 묶어두고 보관해둘 장소를 마련하세요.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 몰라요. 어차피 나중에 읽지도 않을 텐데요. 맞는 말이예요. 그렇게 쌓아둔 글을 펼쳐볼 날은 쉽게 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썩어 버리는 날이 먼저 올지 몰라요. 저처럼 이삿짐을 챙기면서 휴지통에 처분하는 날을 맞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몇 년에 한 번씩 두꺼운 종이 뭉치를 버리면서도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거꾸로 이렇게 글을 쌓아두었기에 지금은 좀 나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뿐입니다. 그래서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쌓아둔 종이 뭉치 위에 글을 써야 한다고. 비록 그 종이 뭉치를 실제로 깔아 앉고 쓰지 않더라도, 그 종이 뭉치를 가져본 사람과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달라요.
축적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 우선 모든 글에 날짜를 붙이세요. 저는 보통 글을 완성한 날짜, 혹은 발표한 날짜를 적어둡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정리할 수 있겠지요. 어떤 계기로 글을 쓰게 되었는지도 함께 적어둡시다. 아무런 목적 없이 쓰는 글은 상관없겠지만, 어떤 수업 때문에 쓰는 글이라면 이를 적어두는 게 좋아요. 글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요즘은 보통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글을 씁니다. 그래서 나중에 인쇄해 보면 이게 도통 누구의 글인지 알 수 없어요. 글꼴이 모두 똑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이름도 적어두세요. 혼자 쓰는 컴퓨터에, 파일로 쌓아둔다 한들 이런저런 파일과 뒤섞이다 보면 스스로 제가 쓴 글인지 남이 쓴 글인지도 모르는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마지막으로 글에 제목을 붙이세요. 글이 하나의 형태를 갖는데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제목이예요. 제목은 글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랍니다. 그러니 제목을 꼭 붙이세요. 알아요, 제목 붙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래도 붙여봅시다. 너무 재미없는 제목 말고. 예를 들어 ‘글쓰기 과제’라던가, 우리의 첫 과제 주제를 딴 ‘나를 소개하는 글’ 따위가 아닌.
참! 파일로 저장할 때에는 위에 언급한 내용을 담아 파일 이름으로 삼으면 좋아요. 그래야 수많은 파일 더미 속에서 나중에 쉽게 찾아낼 수 있겠지요? 글이 많아지면 개인적으로 규칙을 부여할 수도 있어요. 저는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입니다. "180107] 글쓰기 클리닉 1강 과제 - 홍길동"
작년 저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한 해 동안 쓴 글을 묶어 개인 문집을 출간했습니다. 꽤 뿌듯한 시간이었어요. 그렇게 글을 묶고 한 해를 정리하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한 해를 시작하며 글쓰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각자의 글을 하나씩 쌓아두세요. 올 12월 한 권의 작은 책으로 엮어볼 수 있도록. 분명 훌륭한 선물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