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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Jan 14. 2022

도원결의, 꿈을 모은 형제들

각양각색 삼국지 2강



1. 백성들의 삶은 고달파                        


한나라 말, 다양한 문제가 있었답니다. 어리석은 임금에, 관리들은 제 잇속을 채우기 바빴어요. 게다가 황제 옆에서 아첨을 일삼는 환관들이 여럿 있었답니다. 환관이란 궁궐에서 여러 잡무를 맡은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예요. 쉽게 말하면 임금님이 부리는 하인이라고 할까요? 임금이 직접 이불을 펴고 개고,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하고 그러지는 않을 테지요. 임금님 옆에서 시중을 들면서 여러 일을 하는 사람이 환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는 임금 옆에 붙어서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이들도 있었어요. 한나라 말, 악명 높은 열명의 환관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십상시十常侍라고 해요. 지금도 십상시라면 권력에 빌붙어 못된짓을 일삼는 이들을 말합니다.


그러나 나라는 임금 혼자 다스리는 것은 아니지요. 여러 관리가 있어요. 설령 임금이 제 노릇을 못하더라도 관리들이 제대로 일을 하면 나라가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요. 그러나 당시에는 관리들도 엉망이었어요. 임금에게 잘 보이면서 제 이익을 챙기는데만 관심을 두었답니다. 백성들의 삶은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그뿐인가요. 백성에게 많은 세금을 물어 자신의 이익으로 삼았습니다. 이렇게 탐욕스럽게 부정한 짓을 저지르는 관리를 '탐관오리'라고 해요. 탐욕貪慾스럽고 오물汚物처럼 더러운 관리官吏라는 뜻입니다. 


세상이 어지럽고 백성들의 삶이 엉망이 되면 가만히 참지 못하는 이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못 참겠다고 백성들이 나서는 것이지요. 한나라 말기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어요. 이들은 누런 수건을 머리에 쓰고 무리를 지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기도 했어요. 못된 임금을 몰아내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들의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어요. 힘을 모아 군대를 만들어 저항했지만 결국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답니다. 조정에서는 이들을 황건적黃巾賊이라 불렀어요. 누런(黃) 수건(巾)을 머리에 둘러쓴 도적떼(賊)라는 뜻입니다. 헌데 따져보면 황제와 관리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해서 이들이 일어난 것이잖아요. 그래서 이들의 행동을 황건기의黃巾起義, 누런 수건을 머리에 쓴 이들이 의롭게(義) 세력을 떨치며 일어났다(起)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오늘날도 그렇지만 불의不義, 의롭지 못한 일에 맞서 싸우기란 힘든 일입니다.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잖은 노력이 필요해요. 황건 무리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또 있었어요. 의로운 마음을 모아 함께 형제가 되기로 약속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 관우, 장비 형제가 그들입니다.



2. 뜻을 합쳐 형제가 되자                        


유비의 조상은 한나라 황제였답니다. 앞서 한나라를 세운 이의 이름을 기억하나요? 바로 유방입니다. 그의 후예들이 한나라의 황제였어요. 그러니까 한나라는 유씨의 나라였던 셈이지요. 그러나 유비는 황제의 후손이었지만 가난하게 살았답니다. 황제의 먼 후손이라 귀족 노릇을 하기는 틀렸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던 까닭에 집안 형편도 좋지 않았어요. 그는 짚으로 신을 삼고 돗자리를 짜며 살았어요. 


어느날 시장에서 짚신과 돗자리를 팔며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커다란 벽에 군사를 모집하는 글이 붙은 것을 보았어요. 어지러운 나라에 힘을 보태야 할 텐데... 가난하고 아무런 힘은 없고.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젓고 있는데 한 인물이 꽥 소리를 지릅니다. 사나이가 되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한숨만 푹푹 쉬고 있으면 어쩌냐며 호통을 칩니다. 부리부리한 눈에 거친 수염을 가진 커다란 덩치의 이 사람은 바로 장비였습니다. 


유비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해줍니다. 유비의 꿈을 듣고 장비는 유비에게 푹 빠져버려요. 결국 이 둘은 주막에서 술을 마시며 더 이야기를 나누기로 합니다. 주막에 앉았는데 커다란 덩치에 긴 수염을 늘어뜨린 인물이 들어오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범상치 않은 모습에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그 역시 멋진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관우. 그렇게 셋이 한자리에 모이게 됩니다.


성씨도 다르고 출신도 달랐지만 이 만남이 너무 즐거웠던 나머지 장비가 의형제義兄弟를 맺자고 이야기합니다. 본디 형제란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이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의형제는 비록 부모는 다르지만 생각이 같고 꿈이 같으니 뜻을 합쳐 형제처럼 지내는 관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렇게 셋은 형제가 되기로 약속합니다.


장소는 장비네 집 뒤뜰이었어요. 장비는 백성으로 부유한 사람이었습니다. 뒤뜰에는 복숭아나무 동산을 가지고 있기도 했지요. 크게 잔치를 벌여놓고 셋은 형제가 되기로 약속합니다. 어떻게 약속했느냐구요? 물론 새끼손가락 걸며 약속하지는 않았어요. 그렇다고 계약서를 쓰지도 않았습니다. 과연 어떻게 했을까요? 이들은 천지신명, 즉 하늘과 땅의 신들에게 약속했어요. 비록 핏줄을 섞은 사이는 아니지만 형제가 되기로 약속했으니 지켜봐 달라고. 


그러면서 이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비록 우리가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죽기를 바랍니다'라고. 오늘날 우리가 보기에는 조금 의아한 내용입니다. 피를 나눈 형제도 같은 날 함께 목숨을 같이하기로 하지는 않잖아요. 이는 그만큼 절실한 관계였다는 뜻입니다. 목숨을 같이할 정도로 서로 소중한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요. 이렇게 복숭아나무(桃) 동산(園)에서 의義형제를 맺은(結) 사건을 '도원결의桃園結義'라고 해요. 서로 뜻을 합쳐 일을 꾸밀 때, 여럿이 의기투합해서 일을 시작할 때도 쓰이는 말이 되었습니다. 어떤가요? 여러분에게도 뜻을 함께할 친구, 혹은 형제와 같은 이들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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