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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Feb 03. 2022

난공불락, 이기지 못하면 지지 말아야지

각양각색 삼국지 5강

1. 동해번쩍 서해번쩍


천하는 이제 셋으로 나뉘었습니다. 조조의 위나라, 유비의 촉나라, 손권의 오나라. 적벽대전 이후 이 세 나라는 크게 전쟁을 벌이지 않았어요. 물론 전쟁은 끊이지 않았습니다만, 나라의 운명을 가로지르는 그런 커다란 전쟁이 벌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세 나라가 서로 눈치를 보면서 경계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촉나라를 치려니 위나라는 오나라가 걱정되었어요. 그렇게 천하는 세 나라로 나뉘어 한동안 균형을 이루어요. 마치 솥의 세 다리처럼 균형을 이룬 이 상태를 삼분정립三分鼎立이라 합니다. 정鼎은 바로 옛 청동기 솥을 말해요.


그렇게 세 나라가 서로의 눈치를 보며 힘을 다투는 과정에서 관우가 세상을 떠납니다. 위나라와 오나라가 몰래 힘을 합쳐 갑작스레 촉을 공격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장비도 세상을 떠나고, 그 충격에 유비도 뒤따라 세상을 떠나고 말아요. 함께 죽자던 그들의 약속은 이렇게 이루어지지 못했어요. 이렇게 유비 삼형제를 연이어 허망하게 잃은 촉나라는 큰 위기에 처합니다. 세 영웅을 잃었으니 촉나라의 힘이 약해질 수밖에요. 


유비는 세상을 떠나면서 제갈량에게 뒷일을 부탁합니다. 자신의 어린 아들은 물론 촉나라 전체를 제갈량에게 맡겼어요. 제갈량은 마음을 다해 촉나라를 이끌었습니다. 오래도록 전쟁에 지친 백성들을 위로하고, 힘을 길렀어요.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렇게 제갈량 덕택에 촉나라는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부강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제갈량은 유비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킵니다. 오나라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북쪽으로 위나라를 공격하기로 했어요. 목표는 옛 한나라의 수도 장안이었습니다. 북쪽(北)으로 군대를 일으켜 정벌(伐)을 떠난 이것을 북벌北伐이라고 해요. 제갈량의 북벌은 위나라에게 큰 위협이었어요. 힘을 기른 촉나라의 군대에, 제갈량의 지략이 더해져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결국 위나라 군대는 제갈량에게 거듭 패배하고 말아요. 


제갈량의 지략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흥미로운 소문마저 더해졌어요. 제갈량이 마음을 먹으면 비를 내리게 하고 바람을 불러오기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의 빼어난 지략에 패한 위나라 군사들이 널리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이 소문을 들을 위나라 군사들은 겁에 질려 버렸어요. 나중에는 신출귀몰神出鬼沒, 마치 귀신과도 같다며 싸우기도 전에 도망가는 병사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과연 이 제갈량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하늘이 위나라를 져버리지 않았는지 위나라에도 영웅이 있었습니다. 바로 사마의라는 인물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신출귀몰한 제갈량의 지략에 맞서 싸우지 않았어요. 대신 성문을 굳게 닫고 수비에 힘을 들였습니다. 제 아무리 신출귀몰 대단한 제갈량이라고 해도 싸움에 나서지 않는데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요. 제갈량을 이길 수는 없으니, 지지 않는 길을 찾은 것이지요. 


천하의 제갈량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지지 않는 길을 택한 사마의를 꺾을 수는 없었어요. 그처럼 상대하기 까다롭고 꺾을 수 없는 상대를 난공불락難攻不落이라 해요. 지금도 겨루어 이기기 어려운 상대를 일컫는 말입니다. 결국 신출귀몰 제갈량도 난공불락의 상대를 맞아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제갈량의 북벌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2. 그래도 꿈을 잊을 수는 없지


비록 북벌은 실패했지만 제갈량은 다시 기회를 노립니다. 거듭해서 군대를 일으켜 위나라를 공격해요. 그때마다 위나라에는 사마의가 제갈량을 맞아 단단히 수비를 합니다. 제갈량의 공격과 사마의의 수비. 결국 이 둘은 승부를 내지 못해요. 그렇게 또 많은 시간이 흐릅니다. 


<삼국지>를 읽는 사람들은 누구나 제갈량을 사랑하게 되는데, 이는 그가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예요. 제갈량은 누구보다 강력한 권력을 쥐고 있었습니다. 촉나라에서 제갈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물은 없었어요.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는 세상을 떠났고 그들과 더불어 전장을 누볐던 인물들도 하나 둘 세상을 떠났습니다. 


황제는 어렸고 제갈량이  모든 일을 맡았어요. 만약 제갈량이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을 거예요. 마음만 먹었다면 제갈량은 동탁, 조조와 같이 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며 천하에 이름을 떨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갈량은 욕심을 내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다합니다. 유비가 남긴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요.


제갈량은 한 편의 글을 지어 자신의 마음을 어린 황제에게 전합니다. 이 글의 제목은 '출사표', 전장에 나가며 쓰는 글이라는 뜻이예요. 이 글에는 제갈량의 진심이 담겨있어 읽는 사람에게 적지 않은 감동을 줍니다. 훗날 수많은 사람이 이 글을 좋아했어요. 지금도 옛 촉나라의 수도, 청두成都시의 제갈량 사당에 가면 벽에 새겨진 이 글을 읽어볼 수 있답니다. 


이후 '출사표'는 싸움터와 같이 중요한 일을 앞둔 사람들이 내놓는 다짐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어요. 예를 들어 곧 열릴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 선수들이 저마다 자신감 넘치는 말을 한마디씩 할 수 있겠지요. 이를 '출사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중요한 일을 앞두고 출사표를 남겨보는 건 어떨까요?


제갈량의 출사표에는 어린 황제에게 남기는 충고의 말도 담겨 있어요. 이기고 돌아오겠다는 말이면 되지 충고를 남길 것은 무어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제갈량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전쟁터에 나간다는 것은 늘 목숨을 거는 일이었으니까요. 제 아무리 신출귀몰한 제갈량이라고 해도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수도 있지 않겠어요. 


<출사표>에 실린 제갈량의 충고를 한 부분 옮깁니다. '능력있는 신하를 가까이하고 보잘것없는 이를 멀리 하십시오.(親賢臣 遠小人)' 뻔한 말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합니다. 바로 앞서 한나라 황제가 이를 반대로 했기에 망했으니까요. 한나라 황제는 보잘것없는 이를 가까이하고, 능력있는 신하를 멀리 두었어요.(親小人 遠賢臣) 그러나 제갈량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촉나라 황제 역시 보잘것없는 이를 가까이하고 말지요. 결국 촉나라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수밖에. 그러나 이는 제갈량도 세상을 떠나고 한참 뒤의 일이긴 합니다. 그 뒷 이야기는 <삼국지> 이야기의 마지막 시간에 나누도록 하지요. 





:: 읽기쓰기 교안


:: 어린이를 위한 온라인 서당 와파서당에서는 공자Talk논어Talk과 함께 각양각색 삼국지(2기)를 개설합니다. 이후 교안을 더 다듬어 작은 소책자 형태로도 나눌 예정이예요. 


https://zziraci.com/kongzi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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