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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Feb 06. 2022

읍참마속, 눈물로 이별을 이야기하자

각양각색 삼국지 6강

1. 단호히 끊어야 할 때


제갈량의 도움으로 유비가 세력을 키워나가던 중의 일입니다. 본디 유비는 한나라 경제의 후손으로 명성이 드높았어요. 게다가 관우와 장비와 같은 호걸이 그의 형제로 활약하니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여기에 와룡선생 제갈량까지 합류하니 그 누구도 가볍게 볼 상대가 아니었어요. 이 외에도 여러 인물이 유비 곁으로 모여듭니다. 그 가운데는 또 다른 용, 조운 자룡도 있었어요. 그는 창술과 검술의 달인이었답니다. 어찌나 무예가 뛰어났던지 그의 활약에서 나온 속담도 있답니다. 바로 '조자룡 헌 칼 쓰듯 한다'는 말로, 거침없이 행동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예요.


힘세고 날랜 인물뿐만 아니라 똑똑한 인물도 여럿 모여듭니다. 그중에는 봉추鳳雛, 새끼 봉황새라는 별명을 가진 방통이라는 인물도 있었어요. 봉황새는 전설의 새로 여러 새들을 압도하는 크기를 지닌 크고 멋있는 새였다고 해요. 그 역시 유비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습니다.


한번은 마씨 형제들이 찾아왔어요. 총 다섯명의 형제가 모두 똑똑하기로 이름난 인물들이었습니다. 그중 첫째 마량은 가장 빼어난 인물로 손꼽혔어요. 헌데 그는 좀 독특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답니다. 바로 눈썹이 하얗게 새었다고 하요. 흰 눈썹의 마량에게서 바로 백미白眉라는 말이 나왔어요. 백미는 말 그대로 '흰(白) 눈썹(眉)'이라는 뜻이지만 매우 뛰어난 것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인답니다. 흰 눈썹의 마량 때문에 만들어진 말을 지금까지 쓰고 있는 셈이지요.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사용합니다. '여름철의 백미는 냉면'. 한자를 조금 안다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예요. '백미百米'란 흰쌀밥이라는 뜻인데, 어떻게 흰쌀밥이 냉면이 될까 의문을 가질 수 있겠네요. 그러나 여기서 백미白眉는 <삼국지>의 마량, 흰 눈썹의 빼어난 재주꾼에서 나온 말입니다. 최고, 으뜸이라는 뜻을 꼭 기억해둡시다.


한편 마량의 막내 동생 마속도 빼어난 인물이었어요. 젊고 총명한 그를 제갈량은 매우 아꼈다고 해요. 그래서 북벌을 위해 전쟁터에 나설 때 마속을 데리고 가기도 했습니다. 마속을 믿고는 그에게 일부 군대를 맡기기도 했어요. 그러나 아뿔싸! 마속은 젊고 총명했지만 자기 재능을 너무 믿었던 나머지 적을 깔보고 말았답니다. 위나라에도 재능이 빼어난 인물이 여럿 있었다는 점을 기억합시다. 제갈량도 상대하기 버거웠던 난공불락의 용사들을 깔보니 큰코다칠 수밖에요. 결국 마속은 위나라 장수들의 공격을 맞아 크게 군대를 잃고 도망쳐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제갈량도 북벌을 포기하고 군대를 돌려야 했어요.


아끼고 사랑하는 인물이었지만 누군가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하는 법. 제갈량은 울며 마속의 목을 벱니다. 마속처럼 제 재주를 믿고 상대를 얏보아서는 안된다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함도 있었어요. 여기서 나온 말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말이예요. 말 그대로 '울며(泣) 마속(馬謖)을 베었다(斬)'는 뜻인데, 이 말은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아끼던 것을 버려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2. 역사는 누구의 편일까


역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헌데 얄궂게도 역사는 사람들의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아요. 영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곤 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삶도 마찬가지예요. 미래는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잖아요. 만약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역사가 흘러갔다면 우리는 크게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거예요. 


앞서 보았듯 <삼국지>는 한나라의 혼란과 함께 시작합니다. 오랜 왕조가 무너지면서 여러 인물들이 꿈을 품었어요. 저마다 천하의 지배자가 될 수 있으리라는 야망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그중에 셋이 크게 이름을 떨쳤어요. 조조, 유비, 손권이 그 주인공입니다. 셋은 각각 나라를 세우고 천하통일을 위해 힘씁니다. 조조의 위나라, 유비의 촉나라, 손권의 오나라는 서로 힘을 겨루며 유일한 주인공이 되고자 했어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누구도 주인공이 되지 못했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모두 유비처럼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일까요? 그것도 하나의 이유이기는 해요. 조조, 유비, 손권 모두 차례로 세상을 떠나버립니다. 그러나 그들의 나라는 멀쩡했어요. 그들의 후손이 새로운 황제가 되어 각 나라를 이끕니다. 헌데 정작 천하를 통일한 것은 위, 촉, 오 세 나라 모두 아니었습니다. 새롭게 출현한 나라가 통일을 이루어요. 


바로 지난 시간 만났던 사마의가 의외의 주인공이 됩니다. 그는 제갈량의 공격을 맞아 위나라를 지켜낸 영웅이었어요. 결국 제갈량은 사마의를 꺾지 못하고 세상을 떠납니다. 그렇다고 사마의가 제갈량을 꺾은 것은 아니었어요. 제갈량이 죽자 촉나라 군대는 전쟁을 중지하고 후퇴합니다. 이를 알아챈 사마의는 군대를 몰아 촉나라 군대를 쫓았어요. 이 기회에 촉나라 군대를 모조리 해치워버리겠다는 속셈이었지요.

 

헌데 뒤쫓는 사마의의 위나라 군대 앞에 제갈량이 탄 수레가 나타납니다. 깜짝 놀란 사마의는 얼이 빠져 도망칩니다. 수비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제갈량과 직접 맞서 싸우기에는 자신이 없었던 까닭이지요. 그러나 사실 제갈량은 이미 죽었고, 그것은 제갈량이 죽기 전 자신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 놓은 인형이었습니다. 여기서 '죽은 공명(제갈량)이 산 중달(사마의)을 내쫓다'는 말이 나왔어요. 그만큼 제갈량은 전쟁의 신이었습니다.


제갈량도 죽고 한동안 세 나라 사이에는 큰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어요. 이 틈을 타 사마의는 전쟁터에서 얻은 명성을 발판삼아 위나라의 모든 권력을 손에 넣습니다. 급기야 반란을 일으켜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모두 죽이기까지 해요. 그러나 사마의도 나이가 많이 들어 얼마 후 세상을 떠납니다. 사마의의 자손은 위나라 조씨 황제를 내쫓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릅니다. 이제 위나라는 사마씨의 나라, 진나라로 이름을 바꿉니다. 


결국 천하를 통일한 것은 위, 촉, 오 세나라가 아니라 사마씨의 진나라였어요. <삼국지>라고 해서 세 나라 가운데 누가 승리하나 궁금했는데 영 엉뚱한 나라가 등장해 주인공 자리를 차지해 버리는군요. 이걸 보면 역사는 그 누구의 편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역사의 주인공이 있다고 믿는 것은 허튼 생각이 아닐까요?


오래도록 옛사람들은 역사를 강물의 흐름에 비유했어요. 강물이 끊임없이 흘러가듯 역사는 쉬지 않고 흐릅니다. 누구나 강물에 잠시 몸을 씻을 수도 있고, 강물을 떠서 목을 축일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아무도 강물 전체를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흐르는 강물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이렇게 크게 셋으로 나뉜 물줄기는 다시 하나가 되었어요. 무려 약 이천여 년 전, 까마득한 옛날 일이었습니다. 




* 읽기쓰기 PDF교안 


이렇게 각양각색 삼국지를 마칩니다. 삼국지를 소재로 삼아 한문 표현을 익히는 것을 목표로 기획했어요. 너무 길지 않게, <삼국지>에 재미를 붙이고 한자를 낯설어하지 않기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했습니다. 참여하는 친구 가운데 <삼국지>를 찾아 읽었다고 해서 반가웠어요. 사실 예전만큼 <삼국지>가 인기 많은 건 아닌 거 같아요. 너무 옛날이야기는 아닐까. 게다가 요즘에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거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요. 그 재미난 책을 두고 <삼국지>를 빼어 읽을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하나의 고전으로 일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예요. <삼국지> 속의 여러 표현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이야기되고 있으니까요. 


6강으로 구성하면서 더하고 싶은 내용이 많았어요. 초선이라는 인물, 연환계라는 계책, 조조와 원소의 관도대전, 소패왕 손책의 활약, 계륵의 고사 등등. 그러나 너무 설명이 길어질 거 같아 많이 빼두었습니다. 일상에서 쓰이지 않은 복잡한 글자, 표현도 가능하면 제외했어요. 이렇게 한 것은 일상에서 한자 쓰임은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한자를 익히는 것은 쉽지 않았던 까닭입니다. 예를 들어, 분分과 합合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단어는 여럿 알고 있으나, 정작 이 글자를 익히는 것은 더 어려운 문제더군요. 아무래도 온라인의 한계도 있어 보입니다.


다른 친구들을 만나면서 원고를 갈무리하고, 내용을 더 정리할 생각입니다. 아울러 <논어>도 비슷한 형식으로 교안을 만들어보고자 해요. 다음은 와파서당 <공자Talk 논어Talk>로 찾아뵙겠습니다. https://zziraci.com/kongzi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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