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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Mar 28. 2022

역사는 이야기가 되고

와파서당 책과 글 <삼국지>

한 병 술을 가지고 함께 모여
옛날과 오늘의 여러 이야기들을
모두 흘려보내며 정답게 이야기해보세.

<삼국연의>에서 <임강선臨江仙>


항우와 유방의 싸움을 기억하나요? 훗날 사람들은 이 싸움을 '초한전쟁楚漢戰爭'이라 부릅니다. 초나라와 한나라가 벌인 전쟁이라는 뜻이지요. 지난 시간 이야기했듯 이 싸움의 승자는 유방의 한나라였어요. 헌데 이상하게도 '한초'라는 표현 대신 '초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초나라의 항우가 큰 인상을 남겼기 때문 아닐지요. 


한나라는 오래도록 강한 나라였어요.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법. 한나라도 힘을 잃고 어지러이 혼란에 빠집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800년 전 이야기예요. 189년 9살에 황제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는 황제가 될 운명이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그의 배다른 형이 황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다섯 살 많은 형이 황제가 되었으니 그는 황제가 된 형을 잘 도우면 될 일이었습니다.


문제는 그의 형도 어리기는 마찬가지였다는 점이었어요. 황제는 어렸고, 황제의 권력을 욕심내는 사람들은 많았습니다. 어지러이 복잡한 사건 속에 결국 한 장군이 한나라의 권력을 손에 쥡니다. 바로 '동탁'이라는 인물이었어요. 그는 권력을 마구 휘두르며 제 입맛에 맞게 황제를 바꿉니다. 그렇게 9살의 나이에 황제의 자리에 오릅니다. 그럼 그의 배다른 형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불행히도 이듬해 죽임을 당합니다.


이렇게 어지러운 시대에 저마다 꿈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누구는 무너지는 한나라를 지키려 했고, 누구는 동탁에 버금가는 사람이 되고자 했어요. 새로이 자기의 나라를 세우고자 한 사람도 있었답니다. 결국 한나라는 셋으로 조각납니다. 한 번에 세명의 황제가 등장한 것이지요. 위, 촉, 오 이 세 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 바로 <삼국지三国志>랍니다.


본디 황제는 한 사람만 있어야 했어요. 황제를 '천자天子'라고도 했는데 바로 하늘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하늘이 하나이고, 태양이 하나이듯 황제는 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이들은 다시 통일을 위해 서로 다툽니다. 약 백여 년에 걸친 이들의 다툼은 역사가 되었고, 훗날 사람들은 이 다툼 가운데 벌어진 사건을 매우 좋아했어요. 


그 가운데는 '적벽대전赤壁大戰'이라는 싸움이 있습니다. 세 나라가 모두 어우러져 싸워, 말 그대로 대전大戰 매우 큰 전쟁이었습니다. 위나라를 상대로 촉나라와 오나라 연합군이 싸웠습니다. 큰 강을 사이에 두고 수많은 배들이 싸움을 벌였어요. 화공火功, 불을 이용한 공격으로 수많은 배가 불탔습니다. 붉게 불타는 배들 때문에 세상이 온통 붉게 물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적벽赤壁'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적벽이란 붉게 물든 암벽을 이야기합니다. 훗날 많은 사람들은 이 전쟁 이야기를 좋아했고, 수많은 글을 썼어요. 우리네 판소리 가운데도 '적벽가'라는 노래가 있답니다.


역사가 노래가 되듯, 사람들은 이 역사를 서로 나누어 이야기하며 즐겼어요. 지금이야 유튜브가 있지만 과거에는 그런 게 없었잖아요. 영화도, 드라마도, 만화책도 없던 먼 옛날 사람들은 옛이야기를 즐거이 나누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그렇게 <삼국지> 이야기는 더 많은 내용이 더해졌어요. 실제 역사보다 더 멋진 이야기로 조금 바꿔보는 것입니다. 실제 역사에서는 만 명의 병사가 벌이는 전쟁이었다면, 한 5만이나 10만의 병사가 벌이는 전쟁이 더 박진감 넘치지 않겠어요? 한편 기이한 도술이나 계책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혼자 만 명을 상대하는 장수는 어떤가요? 


이제 <삼국지>는 모든 사람이 두루 즐기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상상이 더해져 실제 역사와는 조금 달라졌지만 더욱 재미있게 바뀌었지요. 이렇게 역사는 이야기가 되어 더 큰 매력을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상상을 더하며 꾸며진 이야기를 다시 책으로 엮었어요. 이 책이 바로 <삼국연의>라고 해요. 나관중이라는 사람이 정리했다고 합니다. 나관중이 <삼국연의>를 쓴 것은 1,300년대로 추정해요. 왜냐하면 나관중의 <삼국연의>를 베껴 쓴 책만 남아있지 실제 그 책은 사라져 버렸거든요. 이렇게 역사는 천 년의 시간을 건너 한 편의 멋진 이야기 책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야기책인 <삼국연의>와 역사책인 <삼국지>는 다른 책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나관중의 <삼국연의>를 간단히 <삼국지>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책으로 묶은 것이 지금으로부터 약 700년 전이예요. 그럼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람들은 나관중의 <삼국연의>를 그저 읽기만 했을까요? 그럴 수 없지요.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또 제 입맛에 맞추어 바꾸었습니다. 다른 이야기를 더하기도 하고, 조금 내용을 바꾸기도 했어요. 대표적으로 유비, 관우, 장비 세 명의 주인공이 의형제를 맺는 장면이 있답니다. 


<삼국지>는 유비, 관우, 장비 세 명이 서로 형제가 되기로 약속하면서 시작해요. 성씨가 다른 이들은 복숭아 동산에서 형제가 되기로 약속합니다. 이를 '도원결의桃園結義'라고 해요. 그런데 이들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있답니다. 나관중은 이 셋이 술집에서 만나 뜻을 모았다고 해요. 서로 모르던 사람이 갑자기 하루아침에 형제가 되기로 약속한다니 이상하지 않나요? 그래서 훗날 사람들은 여러 이야기를 지어보았습니다. 누구는 장비와 관우가 서로 다투는 중에 유비가 이들을 화해시키며 만났다고 이야기합니다. 누구는 유비가 도적떼에게 위협을 당할 때 장비가 도와주면서 만났다고 이야기해요. 그 밖에도 조금씩 다른 이야기가 여럿 있어요. 


한편 오늘날에는 이 이야기를 다른 식으로 만들어보기도 합니다. 만화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영화로 만들어보기도 해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어요. 이야기는 변신의 매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래서 좋은 이야기는 계속 다른 식으로 스스로의 모습을 바꾸어요. 그렇게 모습을 바꾸면서 또 이야기는 다르게 펼쳐집니다. 본디 <삼국지>에는 정말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거든요. 너무 많은 사람이 나오면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한 인물을 새롭게 주목하여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기도 해요. 그런가 하면 이 전쟁 이야기를 게임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정말 많은 <삼국지>를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삼국지>를 꼭 한번 찾아보세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책이 있는지. 하나의 역사가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가 되었는지 놀랍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어보세요. 대관절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인지 궁금하지 않나요? 천년을 넘게 사랑받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와파서당 책과 글 3강 교안입니다. 

https://zziraci.com/shuwen


PDF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zziraci.com/wifi-seodang/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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