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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Mar 29. 2022

안연, 부실한 도시락에도 싱글벙글

공자Talk논어Talk 4강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안회는 훌륭하구나! 한 덩이 밥, 한 바가지 물에 누추한 집에 살고 있다.
다른 사람 같으면 걱정이 끊이지 않았겠지만 안회는 즐거움을 잃지 않았다.
안회는 훌륭하구나!"

공자의 제자는 출신도 신분도 다양했어요. 자원방래自遠方來, 말 그대로 멀리서 찾아온 제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살림도 제각각이었어요. 어느 제자는 매우 부자였는가 하면, 매우 가난한 제자도 있었답니다. 오늘 우리가 만날 안연(안회)은 매우 가난한 제자였어요. 어찌나 가난했던지 매번 볼품없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했답니다. 


<논어>의 기록에 따르면 안연은 겨우 밥 한 덩이에 물 한 바가지만 먹었다고 해요. 게다가 가난한 동네에 살았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가난은 삶을 고달프게 만듭니다.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곤 하지요. 그러나 안연은 늘 즐거움을 잃지 않았다고 해요. 과연 무엇 때문에 그랬을까요? 


아마도 그것은 그 마음에 품은 뜻이 다른 사람과는 달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번은 어떤 사람이 공자에게 제자 가운데 가장 빼어난 이가 누구인지 물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 공자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답합니다. 바로 안연이라고. 그러나 안타깝게도 안연은 공자보다 일찍 세상을 떠났어요. <논어> 어디를 보아도 대체 어떤 이유로 목숨을 잃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공자는 그 제자의 죽음에 크게 슬퍼했다고 해요. 그만큼 사랑했던 까닭이지요.


훗날 사람들은 안연처럼 가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자 했어요. 그래서 <논어>의 말을 빌려 '단사표음簞食瓢飮'이라는 말을 만들기도 했어요. 가난하고 깨끗한 마음, 배움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청빈淸貧 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지요? 청빈이란 깨끗한 마음(淸)을 가지고 가난하게(貧) 사는 삶을 가리키는 말이예요. 깨끗한 마음과 가난을 연결시킨 이유는 바로 탐욕을 부리다 보면 더러운 짓을 서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까닭입니다. 탐관오리貪官汚吏라는 말을 기억합시다. 


지금이야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여럿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별로 길이 없었어요. 나라에서 주는 녹봉만 받아서는 큰 부자가 되기 어려웠답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권력을 손에 쥐고 백성을 괴롭히곤 했어요. 백성의 것을 빼앗기도 하고, 나라에 세금으로 내는 곡물을 중간에 훔치기도 했답니다. 그렇게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모으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나라는 어지러워지곤 했어요.


깨끗하고 정직한 사람은 적고, 탐욕을 위해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런 까닭에 선비들은 안연처럼 깨끗한 마음을 지니고 가난한 삶을 살기 위해 관직 생활을 떠나 조용한 시골에 살기도 했어요. 그러나 그들은 그런 삶이 즐겁다고 말합니다. 아마 안연이 말한 즐거움과 같은 이유 때문일 거예요. 이런 삶을 '안빈낙도安貧樂道'라고 해요. 가난(貧)을 편안하게(安) 여기면서 배움(道)을 즐기는(樂) 삶을 말합니다. 과연 여러분은 어떨까요? 안빈낙도의 삶을 산다면?


옛 선비들 가운데는 스스로 안빈낙도를 선택하기도 했어요. 대표적으로 조선의 박인로라는 선비가 있어요. 그는 누항사陋巷詞라는 글을 지은 것으로 유명해요. <논어> 문장을 꼼꼼히 읽었다면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거예요. 바로 '누항'이라는 표현이 그렇습니다. 바로 공자가 안연을 두고 한 말에서 따온 말이예요. '누陋'는 누추陋醜, 지저분하고 더럽다는 뜻입니다. '항巷'은 여항閭巷, 사람들이 사는 동네를 이야기해요. 누항陋巷이란 번듯하고 깨끗한 동네가 아니라, 좁고 지저분한 동네를 가리키는 말이예요. 박인로는 안빈낙도의 삶을 이야기하며 '누항사'라는 글을 지었어요.


김장생이라는 선비가 지은 시조도 유명해요. 그의 시조를 아래에 소개합니다.


10년을 경영하여 초가 한 간間 지어내니
반 간은 청풍淸風이요 반 간은 명월明月이라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청풍은 맑은(淸) 바람(風)을, 명월은 밝은(明) 달(月)을 의미해요. 맑은 바람이 싱싱 불고, 밝은 달이 훤히 보이는 곳에 초가집을 지었다고 해요. 북적북적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을 떠나 조용한 시골에 산다네요. 헌데 이 집은 10년 동안 준비한 집이랍니다. 그런데도 고작 '한 간' 밖에 안 된다고 해요. 아주 작은 초가집이지요. 조용한 시골에 작은 초가집을 짓고 한가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시조랍니다.  




* 와파서당 공자Talk 논어Talk 4강 교안입니다. https://zziraci.com/kongzitalk


* 와파서당 PDF 교안은 다음 링크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zziraci.com/wifi-seodang/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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