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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Mar 30. 2022

자공, 옥과 같이 반짝반짝

공자Talk논어Talk 5강

자공이 물었다. "저는 어떤가요?"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그릇이다."
"어떤 그릇입니까?" "옥으로 반짝이는 그릇이지!"

자공은 남다른 재주가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공자 선생님도 그를 보고 똑똑하다고 평가할 정도였으니까요. 한편 나름 센스가 넘치는 제자이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공자가 자공 보고 안연과 비교해서 누가 더 나으냐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어요. 참 질문도 얄궂지, 자공 본인더러 안연과 자기 가운데 누가 더 뛰어나냐고 묻는다니. 앞서 이야기했듯 안연은 공자 선생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애제자 아닌가요. 이를 자공도 알고 있을 테고... 자공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어떻게 안연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안연은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 뿐입니다." 


자공의 이 말을 읽고 빵 터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연을 높이는 동시에 자신도 은근슬쩍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연이 더 빼어나다고 말하면 될 텐데, 자기 이야기를 빼놓지 않습니다. 안연과 견주어서는 부족하지만 자공 스스로 빼어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까닭이지요. 여기서 그 유명한 '문일지십聞一知十'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는, 자공이 안연을 두고 한 말이지요. 그러나 <논어>를 읽는 우리는 또 하나를 기억해야 합니다. '문일지이聞一知二',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아는 자공이 있다는 점을.


자공은 큰 부자였다고 해요. 빼어난 재주로 장사에 뛰어들어 큰 이문을 남겼다고 합니다. 어찌나 큰 부자였던지 그를 뒤따르는 수레가 끊이지 않았으며, 다른 나라의 임금들은 그를 극진히 대우했다고 해요. 이는 공자가 세상을 떠나고 한참 뒤의 이야기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공자에게 가르침을 받던 시절에도 주머니 사정이 꽤 넉넉했나 봅니다. 그래서일까요? 자공은 공자에게 이렇게 질문하기도 했어요. "부자이면서 교만하지 않으면 어떤가요?" 그의 이 질문은 분명 자신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자공 본인이 부유하지만 교만하지 않으면 충분하지 않느냐 하는 물음이었죠. 공자의 대답은 좀 시큰둥합니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충분하지는 않다는 식으로.

이처럼 자공은 자신에게 큰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공자는 자공을 두고 툭하면 남과 비교한다며 나무라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문장도 이런 상황입니다. 이번 대화는 '그릇'을 두고 이야기하는데, 이야기만 보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자공더러 그릇이라니! 대관절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이야기 전에 벌어진 두 대화를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사실 자공이 뜬금없이 '저는 어떤가요'라고 질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논어>를 보면 자공의 이 말에 앞서 공자가 누군가를 두고 '군자답구나!'라고 칭찬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를 이어서 보면 자공의 질문은 바로 이런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지요. '저는 어떤가요? 저도 군자다운 구석이 있지 않습니까?' 누군가에게 칭찬하는 선생님에게 자신도 있다고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장면입니다.  


이에 대해 공자는 '군자답다'고 하는 평가 대신 '너는 그릇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앞선 공자의 말을 이해해야 알 수 있는 말이예요. 공자는 앞서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군자는 그릇이 아닌데, 자공더러 그릇이라고 했으니 이 말은 자공은 군자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자공이 이 말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공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질문합니다. 그러면 어떤 그릇이냐고. 결국 '옥으로 반짝이는 그릇'이라는 대답을 얻어냅니다. 이 말을 들은 자공은 기분이 어땠을까요?


공자가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군자는 한가지 재능만 가진 인물이 아니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릇이란 목적에 맞는 쓰임이 있기 마련입니다. 군자다운 사람은 그릇처럼 한 가지 쓰임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 이야기한 것이지요. 오늘날 우리도 이 그릇을 의미하는 '기器'라는 한자를 여러 곳에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기武器'와 '악기樂器'는 어떤가요? 이 둘을 바꾸어 쓸 수 있을까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식기食器'와 '변기便器'은 어떤가요? 


공자의 이 말에서 '군자불기君子不器'라는 말이 나왔어요. 군자다운 사람은 한 가지 재능만 익힌 사람이 아니라 두루두루 여러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빼어난 통찰력을 가진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지혜를 가진 사람, 그래서 여러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군자입니다. 


공자의 이 대답은 자공에게 그런 지혜가 부족하다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공의 질문으로 우리는 자공의 또 다른 면모를 알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럼에도 그는 꽤 빼어난 인물이었다는 점을요. 비록 그릇이라고는 하지만 옥으로 반짝이는 그릇이라니. 얼마나 빼어난 인물이었을까. 자공은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는 동시에 공자가 제시한 새로운 목표, 두루두루 여러 일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을 겁니다. 화려한 옥에서 군자다운 면을 갖추기 위해 더욱 애썼을 거예요. 



* 와파서당 공자Talk 논어Talk 5강 교안입니다. https://zziraci.com/kongzitalk


* 와파서당 PDF 교안은 다음 링크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zziraci.com/wifi-seodang/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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