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와파서당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픈옹달 Apr 04. 2022

상상에 상상을 더해서

와파서당 책과 글 <서유기>

"내가 이미 다녀왔어. 옥황상제더러 나에게 천궁을 넘기라고 해!"
석가여래가 호통을 치며 말했습니다. 
"요 오줌싸개 원숭이! 네 놈은 내 손바닥 위를 벗어나지도 못했어!"
<서유기 7회>

'뛰어보아야 벼룩'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나요? 지금이야 벼룩을 거의 볼 수 없지만 예전에는 쉬이 볼 수 있었습니다. 벼룩은 점프에 달인이었어요. 제 몸의 200배 정도 높이까지 뛸 수 있으니 엄청나지 않나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몸이 너무 작아 그렇게 높이 뛰지는 못한답니다. 몸 길이가 고작 2-3mm니 까요. 따라서 '뛰어보아야 벼룩'은 하찮은 존재는 아무리 애를 써보아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벼룩 입장에서는 펄쩍펄쩍 온 힘을 다해 뛰는 것이지만 사람이 보기에는 작은 벌레가 톡톡 튀어 오르는 것에 불과할 테지요. 


비슷한 말로 '부처님 손바닥'이라는 말이 있어요. 이 이야기는 <서유기>라는 소설의 한 장면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손오공이라는 돌 원숭이가 있었는데 엄청난 말썽꾸러기였답니다. 그 원숭이는 요괴들을 때려잡고 나아가 온갖 도술을 익혀서는 옥황상제가 있는 천궁天宮까지 어지럽혔다고 해요. 천계天界의 이름난 장수들이 손오공을 상대해보지만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았어요. 결국 옥황상제는 석가여래 부처님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석가여래는 몸을 크게 만드는 도술을 부릴 수 있었어요. 석가여래는 몸을 크게 부풀린 뒤 손오공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이렇게 제안합니다. "내 손바닥 위를 벗어나면 천궁을 너에게 주마." 손오공에게는 단숨에 십만 팔천 리를 날아가는 근두운이 있었답니다. 그 구름을 타고 날면 어디든 눈 깜짝할 사이에 갈 수 있는데 부처님 손바닥 위를 벗어나는 것은 일도 아니었지요. 제안을 받아들인 손오공은 쌩하니 날아갑니다. 얼마쯤 날아갔을까. 구름 위에 솟은 다섯 개의 봉우리를 가진 산에 닿았습니다. 손오공은 속으로 생각했어요. '옳다구나! 이것이 세상의 끝이겠다!!' 손오공은 그 산에 오줌을 찍 갈기고는 크게 붓으로 휘갈겨 적었습니다. '손오공 왔다 감' 그러고는 의기양양하게 돌아왔어요. 이제 천궁은 제 차지가 되겠거니 하는 들뜬 마음을 품고. 


그러나 사실은 그 다섯 봉우리의 산은 부처님의 손가락이었다는 이야기. 결국 손오공은 부처님 손바닥에서 논 셈입니다. 손오공은 어떻게 되었느냐구요? 부처님의 다섯 손가락처럼 다섯 봉우리를 지닌 오행산五行山에 짓눌려 갇혀버렸습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요? 그렇게 수 백 년을 갇혔다가 한 스님의 도움으로 벗어 나와 스님의 제자가 되어 함께 여행했다는 이야기. 바로 <서유기西遊記>입니다. <서유기>란 '서쪽[西]으로 여행[遊]을 떠난 이야기[記]'라는 뜻이예요. 


아마 <서유기>에 대해서는 한 번쯤 들어보았을 거예요. 삼장법사와 손오공, 그리고 저팔계와 사오정이 온갖 요괴를 만나며 고생하는 이야기. 그런데 삼장법사가 본래 역사 속에 실제로 있었던 인물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나요? <서유기>에서 삼장법사로 불리는 스님의 이름은 '현장'[玄奘, 602-664]입니다. 당나라 시대 인물이라 '당현장'이라 많이 불려요. 그는 당태종 시절의 인물인데, 실제로 서쪽으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옵니다. 그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찾아 직접 인도에 가서 여러 불교 경전을 익히고 돌아옵니다. 


중국에서 먼 인도까지 가려면 사막을 건너 까마득히 먼 길을 걸어가야 했어요. 목숨을 건 여행이었습니다. 역사 속 삼장법사, 현장에게는 손오공이나 저팔계 같은 제자도 없었답니다. 그 먼 길을 돌아와 한 편의 여행기를 남깁니다.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라는 책이예요. 이 책은 인도까지 가면서 경험한 여러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중국과는 다른 풍속, 문화 등등. 지금도 이웃 나라의 낯선 문화를 보면 재미있고 신기한데 옛사람들에게는 어땠을까요? 실제로 가볼 수는 없고 글로 읽으니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읽는 수밖에요.


이 현장의 이야기에 엄청나게 힘센 원숭이 신화 섞어 만든 소설이 <서유기>랍니다. 재미있는 건 힘센 원숭이 신화 역시 인도와 관련이 있답니다. 인도의 신화 가운데는 <라마야나>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라마'라는 이름의 왕자의 모험 이야기입니다. 아름다운 아내 '시타'를 '라바나'라는 악당에게 빼앗겨 그를 되찾아 오는 이야기예요. 그 이야기 가운데 '하누만'이라는 원숭이 왕이 라마를 도와줍니다. 그는 매우 힘이 강했고 여러 능력을 가지고 있었어요. 산을 들어 옮길 수도 있었고, 마음대로 몸 크기를 늘였다 줄였다 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늘을 훨훨 날 수도 있었구요. 


이 하누만 이야기가 중국에 들어와 삼장법사 현장 이야기와 만납니다. 인도의 하누만이 중국에 와서 손오공이 되었답니다. <라마야나>의 힘센 원숭이 이야기에 근두운과 여의봉, 긴고아 등이 합쳐져 <서유기> 속 손오공 이야기가 되었어요. 


이처럼 멋진 이야기는 나라와 나라를 건너 이어지고 또 새로운 상상을 더해서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로 재창작됩니다. <서유기>가 지금도 큰 사랑을 받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일 거예요. 멋진 이야기는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또 다른 상상이 더해져 새로운 이야기로 거듭납니다. 


<서유기>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또 다른 상상이 더해져 새롭게 변신중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마법 천자문>이 대표적이예요. 마법 천자문의 주인공은 손오공, 등장 인물도 <서유기>에 나오는 인물을 여럿 빌렸습니다. 여기에 <천자문>이라는 책을 더해 탄생한 작품입니다. 이 외에도 <서유기>의 영향을 받은 작품은 셀 수 없이 많아요. 상상에 상상을 더해서, 또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되곤 합니다. 


참, <서유기> 이야기를 하면 나오는 질문이 있답니다. 삼장법사와 손오공들은 결국 여행을 잘 마쳤을까요? 역사 속의 당현장은 무사히 인도에 갔다 중국으로 돌아오는데 삼장법사와 그의 제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질문으로 남기고 직접 읽어보아도 좋겠지만 답을 알려줄게요. 역사 속의 현장이 그랬던 것처럼 무사히 인도까지 갔다가 돌아옵니다. 결말을 알려주니 맥 빠지지 않겠느냐구요? 괜찮습니다. 사실 여행의 재미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그곳까지 가는 과정이 즐거운 것이잖아요. <서유기> 역시 마찬가지랍니다.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와 사오정이 투닥투닥 다투며 온갖 요괴를 만나는 이야기가 <서유기>의 매력이니까요. 




와파서당 책과 글 4강 교안입니다. 

https://zziraci.com/shuwen


PDF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zziraci.com/wifi-seodang/paper


매거진의 이전글 염구, 핑계는 자유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