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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Apr 07. 2022

관포지교,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 이야기

고사성어로 만나는 <사기>

옛날 내가 가난했을 때 포숙아와 함께 장사를 한 적이 있어. 이윤을 나누는데 내가 많이 가져갔는데도, 포숙아는 나를 욕심쟁이라 생각하지 않았지. 내가 가난했다는 걸 알았던 거야. ... 나를 나아준 건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건 포숙아였어. 
 <사기열전: 관안열전>

먼 옛날 주周나라는 매우 훌륭한 국가였습니다. 공자는 주나라야 말로 흠잡을 데가 없는 나라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영원한 나라는 없는 법, 주나라도 쇠락해집니다. 주나라 유왕에게는 포사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어요. 헌데 이 아름다운 여인은 도통 웃지를 않았답니다. 어느 날 실수로 봉화가 올라갔고 사방에서 병사들이 몰려왔어요. 봉화가 올라왔다는 것은 적군이 침입했다는 뜻이었거든요. 그러나 실수로 봉화가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고는 병사들은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포사가 웃음을 빵 터뜨렸다나요. 


이후 유왕은 포사의 웃음을 보기 위해 틈만 나면 봉화를 올려  병사들을 모았다 해요. 그럴 때마다 병사들은 다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고 포사는 웃음을 빵 터뜨리고... 결국엔 진짜로 적군이 쳐들어와 봉화를 올렸지만 아무도 도우러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 주나라 유왕은 죽고 주나라는 나라의 수도를 동쪽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지금의 뤄양[洛陽 낙양] 부근으로 옮겼다 해요. 


임금이 죽자 나라는 크게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임금이 임금 노릇을 못하니 무시당할 수밖에. 결국 주나라 왕실의 힘은 약해지고 제후들의 힘이 강해졌어요. 이렇게 제후들이 서로 다투는 시대를 춘추전국春秋戰國이라 합니다. 지금도 특별한 강자 없이 비슷한 이들이 서로 다투는 모습을 춘추전국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투닥투닥 서로 다투다 보면 그래도 제법 강한 이가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여러 제후 가운데 제나라 제후가 일찌감치 실력을 뽐냈어요. 그가 바로 춘추전국 시대의 첫 번째 패자霸者 제환공입니다. '패자'란 힘으로 남을 압도할 수 있는 인물을 이야기해요. 제환공은 다른 제후들의 힘을 압도하여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을 정도였어요. 


그렇다면 제나라는 어째서 그렇게 강한 나라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관중을 재상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관중은 빼어난 실력으로 제나라를 부강한 나라로 만들었고 그 덕택에 제환공은 패자로 다른 제후들 위에 설 수 있었어요. 헌데 재미있는 것은 관중이 한 때 제환공을 암살하려 하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관중은 제환공 대신 다른 인물을 제나라 임금으로 삼으려 했었어요. 


관중이 젊었을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관중에게는 포숙아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둘은 매우 친했지만 서로 다른 길을 택했어요. 관중은 공자公子 규를 포숙아는 공자 소백을 섬겼어요. 여기서 '공자公子'란 '제나라 제후[公]의 아들[子]'이라는 뜻입니다. 제나라 임금이 죽자 공자 규와 공자 소백은 서로 임금 자리를 두고 다투었습니다. 이때 관중은 공자 소백을 암살하려 해요. 활을 쏘아 공자 소백을 맞힙니다.


공자 소백을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었어요. 활을 맞았지만 공자 소백은 크게 상처입지 않았습니다. 관중의 활약으로 공자 규가 방심한 틈을 타 공자 소백이 제나라의 임금 자리에 오릅니다. 그가 바로 제환공이예요. 결국 공자 규는 이웃나라로 도망가 죽었고 그를 섬기는 이들도 그를 따라 죽었습니다. 그러나 관중은 따라 죽지 않고 옥에 갇혔어요. 사람들은 그를 두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이라며 손가락질했습니다. 


관중이 감옥에서 놀림거리가 되고 있을 때 포숙아는 제환공에게 관중을 재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어렸을 적 친구라지만 암살을 시도한 자를 재상으로 삼으라니! 그러나 통 큰 제환공은 포숙아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를 제나라의 재상으로 삼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성공! 제환공은 춘추전국시대의 패자로 우뚝 섰고, 관중은 빼어난 재상으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관중과 포숙아의 이 우정을 훗날 사람들은 관포지교管鮑之交라고 불렀어요. 풀이하면 관중[管]과 포숙아[鮑]의 사귐[交]이라는 뜻이예요. 이 말은 이후 매우 가까운 우정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어요. 관중과 포숙아처럼 서로를 진정으로 알아주는 관계를 말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여러분에게도 관포지교라 부를만한 친한 친구가 있을까요?


만약 포숙아가 없었다면 관중은 옥에 갇혀 이름 없이 죽어야 했을 거예요. 명재상 관중의 이름이 역사에 남을 일도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관중은 훗날 이렇게 말하기도 했어요. '나를 나아준 건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건 포숙아였어[生我者父母 知我者鮑子也]' 관중에게는 포숙아가 부모에 견줄 만큼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사기열전: 관안열전>에 실린 관중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관중은 꽤 많은 실패를 경험한 인물이었어요. 장사를 해보았지만 사업에도 실패했고, 전쟁터에 나가서는 도망쳐 돌아와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관직에 나아갔지만 번번이 쫓겨나기도 했어요. 그럴 때마다 포숙아는 늘 관중 편을 들었습니다.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해 그런 것이라고. 관중은 포숙아 덕분에 힘을 얻어 다시 도전할 수 있었어요.


관중과 포숙아 이야기를 보면 문득 질문이 듭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포숙아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나요, 아니면 포숙아와 같은 친구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나요? 




* 와파서당 :: 고사성어로 만나는 <사기> 2강 교안입니다. 

https://zziraci.com/wifi-seodang/simaqian


* PDF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zziraci.com/wifi-seodang/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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