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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May 04. 2022

공자와 제자들의 유쾌한 교실, 재개정판 출간소식

* 이전 개정판 (절판)

http://aladin.kr/p/vFbjG


오래도록 버려두었던 원고를 다듬었습니다. 책 내용을 다시 정리하며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은 실험적인 방법으로 홀로 원고를 쓰고, 편집하고, 디자인해서 세상에 내놓습니다. 하나의 실험이고, 또 하나의 모험입니다. 인쇄에 들어가면 다음주에 실물을 소개할 수 있겠습니다. 책 소개 및 구매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s://zziraci.com/walalunyu


재개정판 후기를 아래 붙입니다.



재개정판 후기


글을 쓴다는 것은 고단한 일입니다. 그러나 무엇이 그토록 힘든 걸까 생각해보면 쉬이 답하기 어렵습니다. 옛날 글쟁이들은 펜을 들고 원고지에 글을 적어 내려갔으니 손이라도 아팠을 테지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꼴에 고단함을 하소연하려니 문득 부끄럽습니다. 크게 힘든 일도 아니요, 그렇다고 몸을 상하는 일도 아닌데 왜 글쓰기는 힘들까. 


제 스스로와의 싸움 때문이라고 합시다. 적어도 저에게 글쓰기란 늘 도망치고 싶은 전장이었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글을 사랑하여 연구자로 살고 있지만 제 자신의 글을 대면하기는 싫었습니다. 책을 내놓고도 내팽개치듯 버려두고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친숙한 혐오라 할까요. 결코 만나기 싫은 나의 맨 얼굴에 대한 미움. 


초고를 쓴 뒤 10년이 지난 뒤에야 자신의 글을 제대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고 전체 내용을 다듬었습니다. 조금은 낯설어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부끄러움에 무뎌졌기 때문일까. 제 글을 읽는 게 예전처럼 힘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고된 노동 끝에 후기를 씁니다.


뻔뻔스런 용기가 가능했던 것은 조금 더 절박했기 때문이겠다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 10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연구공간 수유+너머'는 과거의 이름이 되었고, 오래도록 몸담은 대안연구 공동체의 이상도 조금 불투명해졌습니다. 코로나의 충격으로 '우리실험자들'과 '온지곤지' 공간을 정리했습니다. 지금은 '옹달LAB'이라는 이름으로 개인 작업실을 꾸리고 있습니다. 독립연구자로서 인문노동자로서 이렇게 하나의 '콘텐츠'를 시장에 내놓습니다. 


10년 전 출판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때는 1,000부 2,000부씩 찍는 관행이 사라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초판으로 500부를 찍었나 했을 겁니다. 책의 종말과 유튜브의 흥기를 이야기하는 가운데 '크리에이터'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어쩌면 훗날 작가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모두가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을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있듯 출판 크리에이터가 있다는 식으로.


코로나를 거치면서 ZOOM을 통해 온라인에서 모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연구실 동료들과 세미나를 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와파서당'[와이파이서당]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고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 변화 속에 <공자와 제자들의 유쾌한 교실>의 재개정판을 냅니다. 작가이자 편집자이자 디자이너이자 펴낸이로서. 


솔직히 말하면 괴팍한 성격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렀기도 합니다. 출판사와 분쟁이 있었고,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책 출간을 중단해버렸습니다. 오래도록 절판되었던 것은 모난 성격 때문입니다. 그렇게 원고는 몇 년간 표류했습니다. 종종 책을 읽었다는 독자를 만나기도 했고, 책에 대한 문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새로 정리해야지 하며 마음뿐이었던 일을 몇 년 만에 이제사 해치웁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혼자 연기도 하고, 촬영도 하고, 편집도 하고, 기획도 하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는 사람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제가 지금 하는 일도 그와 비슷할 테지요. 독립출판이나 1인 출판이라는 말에 기대어 실험적으로 출판해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에 이렇게 책을 내놓습니다. 


책 입구에 밝힌 것처럼 원고를 다듬으면서 모든 <논어> 문장의 주소를 달았습니다. 부록에 논어 원문을 실었습니다. 다만 일러둘 것은 <논어> 원문을 번역하여 책 본문에 인용한 경우 전문을 번역하지 않은 것이 태반이라는 점입니다. 맥락에 맞게 절취했으며, 흐름에 맞게 표현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인용한 <논어> 문장 전체를 옮길 경우 본문의 맥락과 조금 어긋나는 경우도 있기에 따로 번역을 싣지는 않습니다.   


책의 본래 기획은 <논어>에 실린 공자와 제자들의 모습을 잘 정리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논어>만으로는 제자들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이 힘들어 <사기>, <공자가어> 등의 내용을 참고했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특히 자로의 이야기는 <공자가어>에, 자공의 이야기는 <중니제자열전>에 많이 빚졌습니다.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엮은 책이나 어떤 독자를 만날지 궁금합니다. 올해 초등 6학년이 되는 아이가 이 책을 반겨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4월의 마지막 날

옹달LAB에서 

기픈옹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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