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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Sep 27. 2022

파부침주, 용맹스런 항우 이야기

와파서당 초한전쟁

書足以記名姓而已
劍一人敵不足學 學萬人敵
於是項梁乃教籍兵法
籍大喜略知其意 又不肯竟學


“글은 이름을 쓸 줄 알면 충분합니다. 
 검술은 한 사람을 상대하니 배울 것이 못 됩니다. 만 명을 상대하는 법을 배우고자 합니다.”
 이에 항량이 항적(항우)에게 병법을 가르쳤다.
 항적이 매우 기뻐하였지만 대충 그 내용을 알고는 끝까지 배우려 하지 않았다.
 <사기 : 항우본기>


진나라의 시황제는 나머지 나라를 통일하고 천하를 하나로 만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시황제의 생각. 각 나라 백성들은 불만이 많았습니다. 특히 진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강력한 나라의 백성들은 억울한 마음이 컸어요. 진시황이 죽고 이세황제가 황제가 되자 천하는 다시 어지러워집니다. 진승의 반란 이후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납니다. 옛 초나라 땅에서도 진나라에 반기를 드는 이들이 있었어요.


항량과 그의 조카 항적이 대표적이었습니다. 항량의 아버지는 초나라 장수 항연이었는데, 마지막까지 맞서 싸운 초나라의 명장이었어요. 항량의 조카, 그러니까 항연의 손자 항적은 자연스레 어린 시절부터 진나라에 반감을 가지고 자랐습니다. 그가 훗날 초패왕으로 불리는 항우입니다. 항적은 그의 이름[名] 항우는 그의 자字입니다. 항우로 더 유명하니 이제부터는 항우라 합시다.


항량은 어린 시절 항우를 맡아 기르면서 글공부를 시켰습니다. 지혜로운 인물이 되기를 바란 것이지요. 그러나 항우는 서당 공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늘 딴 길로 빠져나가기 일수. 결국 항량은 글공부를 포기하고 검술을 가르치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화가 한 항량이 항우를 불러 크게 혼을 냅니다. 제 잘못을 사과할 줄 알았는데, 도리어 당돌하게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글은 이름을 쓸 줄 알면 충분합니다. 검술은 한 사람을 상대하니 배울 것이 못 됩니다. 만 명을 상대하는 법을 배우고자 합니다.”


이에 항량은 항우에게 병법을 가르칩니다. 이번에는 항우가 크게 흥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대충 의미를 파악하고는 영 흥미를 잃어버리는 게 아니겠어요. 항량은 크게 실망합니다. 항우가 큰 인물이 되리라 생각했는데 글도, 검술도, 병법도 별 관심이 없으니 어떻게 하나요. 그러나 항우는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한 번은 항량과 함께 진시황을 멀리서 구경하는 기회가 있었어요. 멀리서 진시황의 행차를 구경하며 항우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저 자리를 빼앗아 내가 차지할 수도 있을 텐데.” 


항량은 깜짝 놀라 항우의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행여 다른 사람이 듣기라도 하면 멸족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항우는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담이 크고 남다른 야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힘도 무척 세서 그와 상대해서 힘으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고 해요. 빼어난 힘과 재주를 가지고 태어나 배우는 데 별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요.


진승의 반란 소식을 듣고 항량과 항우도 군사를 일으킵니다. 용맹스러운 항우의 활약에 어디를 가나 승리했습니다. 점점 세를 키웠고 함께 힘을 더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패현에서 군사를 일으킨 유방이라는 인물도 있었어요. 바로 훗날 항우와 천하를 두고 다투는 인물입니다. 결국 항량과 항우는 옛 초나라 임금의 후예를 찾아 임금으로 삼고 초나라의 부활을 외칩니다. 


이와 비슷한 일이 곳곳에서 벌어집니다. 진나라에게 망한 나라의 백성들이 곳곳에서 일어나 옛 나라의 부활을 외칩니다. 결국 진나라가 통일하기 이전과 비슷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진나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군대를 일으켜 각지의 반란을 잠재우려 합니다. 진나라에는 장한이라는 빼어난 장수가 있었어요. 


그는 옛 조나라 땅을 공격하여 크게 승리합니다. 그리고 조나라 군대가 모여있는 거록성을 포위합니다. 항우는 조나라 군사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진나라의 군대가 조나라를 깨뜨리면 기세를 몰아 다른 나라 군대를 차례로 공격할 테니까요. 그러나 초나라의 군권을 손에 쥔 상장군 송의는 군대를 움직일 생각이 없었습니다. 참, 시간이 흘러 항량은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고 대신 송의가 상장군이 되어 초나라 군대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송의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항우는 애가 타는 상황이었어요.


어느 밤 항우는 굳게 마음을 먹습니다. 조나라가 패하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용맹스런 항우가 보기에 송의는 비겁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었어요. 항우는 밤중에 송의의 막사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단칼에 송의를 베어버리고는 초나라 임금의 명령에 따라 한 일이라고 병사들에게 알립니다. 이어  바로 군사를 몰아 강을 건너 거록성을 향합니다. 


강을 건넌 뒤 항우는 솥을 깨뜨리고 배를 부수라 명합니다. 그러고는 사흘 분의 식량만 남기라 명합니다. 사흘 안에 진나라 군대를 반드시 꺾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항우의 군대는 돌아갈 길도 없고, 오래 전쟁을 끌 수도 없습니다. 죽기 살기로 싸우는 수밖에. 항우는 병사들을 이끌고 전장을 누빕니다. 결국 항우가 이끄는 용맹한 병사들은 거록성을 포위하고 있던 진나라 군대를 크게 깨뜨립니다.


그렇게 크게 승리한 이후 항우의 기세는 대단했습니다. 전하는 기록에 따르면 여러 장군들이 무릎으로 기어 항우 앞에 찾아왔답니다. 그만큼 항우가 두려웠던 까닭이지요. 이제 항우는 거록성 전투에서 보여준 활약으로 반란군의 우두머리가 됩니다. 용맹스런 항우와 그를 뒤따르는 여러 장군들까지. 진나라는 이제 도무지 버틸 힘이 없게 되었어요. 과연 진나라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용맹스런 항우는 또 어떤 활약을 펼칠까요?


다음 시간에는 항우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세력을 다투었던 유방 이야기를 다룹니다.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 이 둘의 싸움을 엮어 훗날 <초한지楚漢志>라는 제목의 책이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이 둘의 싸움은 수많은 고사성어를 낳기도 했답니다. 그만큼 이 둘의 다툼은 재미난 전쟁이었다는 뜻. 용맹스런 항우와는 전혀 다른 유방 이야기를 또 만나봅시다. 




* 와파서당 : 고사성어로 읽는 ‘초한전쟁' 교안입니다. 전체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zziracilab/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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