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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Oct 03. 2022

만세를 꿈꾼 황제의 도시, 장안 이야기

와파서당 역사여행

장안성 한 조각 달이 떴는데, 
집집마다 다듬이 소리 들리는구나
: 이백 (701~762)


천년고도千年古都라는 말이 있어요. 천년千年이 넘도록 오래된[古] 도시[都]라는 뜻입니다. 천년이라는 까마득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시라면 어디가 떠오르나요? 곳곳마다 사람이 모여 산 것은 오래되었을 테지만 천년이란 시간을 넘기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서울만 하더라도 조선이 수도로 삼으며 발달했으니 약 600년이 좀 넘었어요. 그래도 꽤 긴 축에 속합니다.


우리나라 남동쪽에 자리한 옛 신라의 수도, 경주에 가 본 적이 있나요? 수많은 무덤이 장관인 그곳은 신라의 수도였고 지금도 여러 역사 유적을 간직한 도시랍니다. 그래서 경주에 가면 마치 시간 여행을 한 듯합니다. 먼 옛날 이 신라의 수도 경주를 떠나 긴 여행길에 오른 두 스님이 있었습니다. 여행길에 어느 허름한 집에 잠이 들었는데, 한 스님이 목이 말라 잠에서 깨었다고 해요. 그래서 손을 더듬어 보니 물그릇이 잡혀 목을 축이고 잠을 잤답니다. 헌데 아침에 깨어보니 해골물이었다는 사실! 그래서 한 스님은 다시 경주로 돌아가고, 한 스님은 여행을 계속했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이 있지요? 돌아간 스님은 원효, 계속 길을 떠난 스님은 의상이었습니다. 사실 이 두 스님은 이웃나라의 수도에 공부하러 가는 길이었어요. 당시 중국에는 당나라가 있었고, 당나라의 수도 장안長安으로 가는 길이었답니다. 


당나라의 수도 장안도 아주 오랜 역사를 간직한 천년고도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먼 옛날 주나라 시대에 수도를 삼았고, 진시황이 여러 나라를 통일하며 수도로 삼았습니다. 그것뿐인가요? 한나라 유방도 수도로 삼았어요. 이후 당나라의 수도가 되어 아주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장안의 화제'라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장안의 화제'란 장안이라는 커다란 도시를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유명한 일을 이야기합니다. 참, 여기서 화제話題란 이야깃거리라는 뜻이에요. 불이 나서 피해를 입는 화재火災가 아니랍니다. 그만큼 장안은 지금까지도 큰 도시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쓰이고 있어요.


장안長安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오래도록[長] 평안하다[安]는 뜻입니다. 옛날 임금은 이 도시를 수도로 삼으면서 자신의 나라가 오래도록 안정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도시의 이름을 이렇게 지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굽이치는 역사의 흐름에 늘 평안할 수는 없었습니다. 여러 나라가 일어났다 사라지며 이 커다란 도시는 부침을 겪었어요. 지금은 옛 이름 대신 서안西安(중국어로는 시안xia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긴 역사를 간직한 도시 경주에 여러 임금의 무덤이 있는 것처럼 시안에도 오래된 무덤이 있습니다. 물론 그 밖에도 다양한 역사 유적이 매우 많아요. 역사를 좋아한다면 도무지 눈을 뗄 수 없는 도시입니다. 특히 흙으로 빚은 수많은 병사들이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이를 병마용兵馬俑이라고 해요. 용俑은 흙인형이라는 뜻으로, 흙으로 빚은 병사[兵]와 말[馬]을 뜻합니다. 


1970년대 우연히 한 농부에 의해 이 흙인형들이 발견되었어요. 처음에는 여느 역사 유물과 같을 거라 생각했답니다. 그러나 발굴하면 발굴할수록 엄청난 숫자의 흙인형이 나왔어요. 사람 크기와 거의 같은, 정말로 군대라고 할법한 숫자의 흙인형이 나왔습니다. 어찌나 그 숫자가 많은지 지금도 끊임없이 흙인형을 발굴하고 있어요.  


이 흙인형들은 옛 황제의 무덤을 지키는 호위무사들이었습니다. 그 무덤의 주인공은 첫 번째 황제, 시황제입니다. 그는 진나라의 임금으로 여러 나라를 통일합니다. 그러고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호칭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느 임금처럼 '왕王'이라 불리기 싫었던 까닭입니다. 왕들의 왕, 좀 다른 이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만든 호칭이 바로 '황제皇帝'랍니다. 즉, 황제라는 호칭이 바로 이 시황제로부터 시작되었다는 뜻. 


이전까지는 임금이 세상이 떠나면 이후 그를 부를 호칭을 정했어요. 이를 '시호'라고 합니다. 그에 대한 평가를 덧붙여 호칭을 정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시황제는 스스로 황제라 불리면서 그런 방식에 반대합니다. 황제는 아무도 평가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시황제始皇帝, 즉 첫 번째[始] 황제라 불리기로 하고 그 이후에는 이세二世, 삼세三世 번호를 붙이기로 해요. 그렇게 만세萬世까지 가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그를 그의 바람대로 시황제라 부릅니다. 여기서 시始는 시작始作한다는 뜻이에요. 그로부터 황제가 시작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흔히 그를 진시황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진나라의 시황제, 즉 진시황제를 줄임말입니다. 어쨌든 그는 그의 바람대로 첫 번째 황제라고 지금까지 불리고 있어요. 그러나 그의 나라는 오래가지 못했답니다. 당연히 만세까지 가지도 못했어요. 진시황이 죽자 얼마 뒤 진나라는 역사 속에 사라집니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시황제는 죽지도 늙지 않는 약을 찾았다고 해요. 불로초不老草라 불리는 신비한 약재를 찾아 수많은 사람들을 보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그도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요. 수많은 흙인형과 커다란 무덤이 남아 그의 나라의 흔적을 전하고 있습니다. 참, 진시황의 무덤은 아직도 발굴이 되지 않고 있어요. 무덤 앞의 병마용만 발굴되고 있습니다. 무덤을 열었을 경우 무덤 속의 부장품이 망가질까 걱정해서라고 해요. 


약 50년 전 한 농부가 병마용을 발견하기까지 진시황의 무덤 이야기는 실제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병마용이 모습을 드러내고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실제 역사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지요. 혹시 아나요? 언젠가 진시황의 무덤을 열고 그 무덤 속에 있는 진귀한 유물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소개되는 날이 올지. 




* [와파서당 : 역사여행] 교안입니다. 전체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zziracilab/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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