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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Oct 04. 2022

사면초가, 영웅 항우의 최후 이야기

와파서당 초한전쟁

夜聞漢軍四面皆楚歌
項王乃大驚曰
漢皆已得楚乎
是何楚人之多也


밤중 사방을 둘러싼 한나라 군대에서 초나라 노랫소리가 들렸다.
항우가 크게 놀라며 말했다.
"한나라가 이미 초나라를 다 정복했다는 말인가? 어찌 이렇게 초나라 사람이 많을까?"
<사기 : 항우본기>


항우 뒤늦게 진나라의 수도에 도착합니다. 항우는 진나라에 대한 분노를 거침없이 표현합니다. 진나라의 왕 자영을 죽였고, 아방궁을 불태웠습니다. 그렇게 진나라는 역사에서 사라집니다. 시황제가 죽고 그의 무덤은 비밀로 감추었다고 해요. 무덤의 위치를 아는 사람은 모두 죽었다나요.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시황제의 무덤조차 파헤쳤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기원전 206년의 일입니다. 시황제의 통일이 기원전 221년이었으니 통일 제국은 채 20년도 가지 못한 셈입니다. 


진나라의 수도를 불태운 항우에게 한 선비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진나라의 수도 자리는 지리적으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으니 이곳에 도읍을 두는 게 어떠냐고. 그러나 항우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공을 세웠으니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때라고. 항우는 이렇게 말합니다. 비단옷을 입고도 한 밤에 돌아다니면 누가 알아주겠느냐고. 항우의 말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금의야행錦衣夜行입니다. 


긴 싸움을 끝내고 항우는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뿐이었습니다. 비슷하게 진시황의 통일 이전, 옛 모습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스스로 초패왕을 자처합니다. 한편 함께 진나라에 맞서 싸운 각 지역의 장수들을 각 나라의 임금으로 삼았습니다. 유방은 한중 지역을 중심으로 한왕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중국은 다시 나뉘었어요. 그러나 시황제가 보여준 통일이라는 꿈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유방의 한나라와 항우의 초나라 사이에 전쟁이 벌어집니다. 이 둘의 싸움을 훗날 '초한전쟁'이라고 불러요. 진나라를 무너뜨릴 때까지는 서로 함께 싸웠던 동지이지만 이제는 서로 적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항우가 유리했습니다. 항우는 어디를 가나 승리했어요. 유방은 항우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유방이 점점 유리해졌어요. 유방은 비록 싸움에서 항우에게 미치지 못했지만 그의 곁에는 빼어난 인물이 여럿 있었습니다. 소하는 유방이 끊임없이 전쟁을 할 수 있도록 병사들과 식량을 계속 보내주었어요. 한편 장량은 꾀를 내어 전략을 세우고 불리한 상황을 조금씩 바꿔갔습니다. 대장군 한신은 항우에 버금가는 훌륭한 무장이었어요. 그렇게 여러 인물이 힘을 모아 유방을 도왔습니다.


유방 편을 드는 세력도 하나 둘 늘었습니다. 항우는 점점 혼자서 싸움을 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제 아무리 빼어난 인물도 아무런 피해 없이 싸울 수는 없는 일. 결국 항우는 싸울수록 힘을 잃었고 유방은 싸울수록 힘을 키웠습니다. 싸움에서의 승리와는 무관하게 점점 전체적인 상황은 항우에게 불리하게 되었어요. 결국 항우는 여러 장수들에게 포위당합니다.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항우는 자신 있었어요. 비록 포위되었지만 잠시 지쳤을 뿐이라고. 다시 힘을 모아 전쟁터에 나서면 포위를 뚫고 얼마든지 적을 깨트릴 자신이 있었습니다. 유방도 항우의 자신감을 모르지 않았어요. 그리고 실제로 항우는 그럴만한 힘과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결국 유방은 꾀를 내어 항우의 마음을 무너뜨리기로 합니다. 항우의 군대를 포위하고 밤에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를 부릅니다.


항우는 깜짝 놀랐어요. 자신의 고향 노랫소리가 들리다니. 한편으로는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했습니다. "한나라가 이미 초나라를 다 정복했다는 말인가? 어찌 이렇게 초나라 사람이 많을까?" 항우는 자신의 고향 초나라를 매우 사랑했습니다. 만약 초나라 사람들마저 유방 편이 되었다면 어떨까요. 돌아갈 곳조차 없게 되는 건 아닐까요. 


유방의 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힘으로는 항우를 꺾을 수 없었지만 그의 마음을 꺾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항우는 크게 절망하고 맙니다. 여기서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고사성어가 만들어졌어요. 글자대로 풀이하면 사방에서 초나라 노랫소리가 들린다는 뜻이지만 매우 위태로운 상황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치 꽁꽁 포위된 항우처럼.


항우는 한 밤에 일어나 술을 마시며 자신의 최후가 가까워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누구와 맞서 싸우더라도 자신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대관절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술을 마셨고, 그와 함께하던 장수들도 함께 울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해요. 그러나 항우는 한번 다시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이고자 합니다. 하늘이 자신을 망하게 하는 것이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주장하면서. 


항우는 자신을 따르는 소수의 기병을 이끌고 전장에 나섭니다. 역시나 항우는 강했어요. 그는 포위를 뚫고 자신을 맞서는 장수들을 베어버립니다. 누구도 항우를 막아 세우지 못합니다. 끝까지 항우는 전쟁의 신이었습니다. 항우는 모든 포위를 뚫고 나루터에 이릅니다. 강을 건너가 새롭게 힘을 모아 유방과 맞서 싸우면 어떨까. 그러나 항우는 그러지 않기로 해요. 그는 목숨을 건지지 않고 스스로 목을 찔러 죽습니다. 항우의 마음을 꺾었던, 사면초가의 전략 때문이었을까요. 


이렇게 초한전쟁의 승자는 한나라의 유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훗날 사람들은 항우의 이야기를 사랑했어요. 항우와 같은 영웅의 활약과 그의 최후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였습니다. 특히 항우가 마지막 싸움을 나서기 전, 사랑하는 여인 우미인과 나누었던 노래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어요. 그 장면만 똑 떼어 패왕별희覇王別姬라는 작품을 만들기도 했답니다. 패왕 항우가 우미인[姬]과 이별하는 내용이에요. 이를 소재로 한 영화도 많답니다. 


오랜 전쟁이 끝났습니다. 춘추전국시대를 시황제가 끝냈다면 유방은 초한전쟁의 시대를 끝냈어요. 유방은 한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요? 물론 역사를 아는 우리는 그 대략적인 상황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모습을 보면 이런저런 재미난 사건이 남아 있답니다. 다음 시간에는 유방의 한나라가 통일한 이후의 이야기를 만납니다. 




* 와파서당 : 고사성어로 읽는 ‘초한전쟁' 교안입니다. 전체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zziracilab/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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