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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Oct 10. 2022

영웅들이 탐낸 도시, 낙양 이야기

와파서당 역사여행

낙양동천이화정洛陽洞天梨花亭
흑운이만천천불견黑雲而萬天天不見

낙양 동쪽 신선들이 노니는 이화정에
검은 구름이 하늘에 가득 하늘이 보이지 않는구나 
: '봉산탈춤'에서 


첫 번째 황제, 시황제의 최후는 비극적이었어요. 시황제는 넓은 영토를 다스리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 이곳저곳을 직접 다니며 많은 일을 처리했습니다. 궁궐을 떠나 일을 보던 중,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쉰 살이 조금 넘은 나이였어요. 시황제의 죽음은 커다란 혼란을 불러옵니다.


결국 시황제가 통일한 나라는 오래가지 못했어요. 시황제의 죽음 이후 여러 인물이 황제의 자리를 노립니다. 그 가운데 유방과 항우의 다툼이 가장 컸어요. 유방은 한나라를 세우고 초나라를 세운 항우와 맞섰습니다. 이 둘의 싸움은 오늘날 '장기'라는 이름의 보드 게임으로도 남을 정도예요. 


붉은색의 '한漢'은 유방의 한나라를 푸른색의 '초楚'는 유방의 초나라를 의미합니다. 이 둘의 싸움은 다양한 이야기를 남겼지만, 결국 유방의 한나라가 승리합니다. 새로운 황제가 된 유방의 한나라는 오래도록 강한 나라가 되었어요. 오늘날 우리가 한자漢字니 한문漢文이니 하는 것도 모두 한나라의 흔적입니다. '한자'는 한나라의 글자, 한문은 한나라의 글이라는 뜻이니까요. 


한나라는 시황제를 따라 장안을 수도로 삼았어요. 그러나 역사가 흐르면서 새로 동쪽의 낙양으로 수도를 옮깁니다. 훗날 사람들은 서쪽 장안에 수도를 두었던 한나라를 서한稀罕, 동쪽 낙양에 수도를 두었던 한나라를 동한東漢이라고 나누어 부르기도 해요. 수도를 동쪽으로 옮긴 이후에도 한나라는 매우 강한 나라였어요. 서쪽 끝, 로마와 무역을 할 정도였다나요


동한, 동쪽 낙양으로 수도를 옮기고 한참 시간이 흘러 또 무능한 황제가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알았어요, 최초의 황제 진시황이 세상을 떠나고 새로운 황제가 등장했듯 또 새로운 황제가 등장해 새로운 나라를 세울 것이라고. 이전에 유방과 항우 둘이 다투었다면 이번에는 더 복잡한 다툼이 되었어요. 유방과 항우 둘이 다투던 싸움이 셋의 싸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셋이 다투는 역사를 <삼국지>라고 해요. 세 나라의 다툼은 훗날 많은 사람을 사로잡고 수많은 이야기를 낳았어요. 그렇게 <삼국지>는 훗날 수많은 사람을 사로잡은 이야기가 되었답니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을 사로잡는 이야기니 꼭 읽어보아요. 


세 나라의 다툼, 그 이전의 일입니다. 한나라의 마지막 황제는 아무런 힘이 없었고, 도리어 신하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었답니다. 강력한 권력을 손에 쥔 신하는 황제 앞에서도 함부로 행동했어요. 이제 황제는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 허수아비나 마찬가지였답니다. 이런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군대를 일으켜 못된 신하를 몰아내고자 합니다.


그렇게 영웅들이 군대를 일으켜 낙양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그들 역시 한나라의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어요. 그 가운데는 황제를 몰아내고 자신이 스스로 황제가 되어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인물도 있었답니다. 이들은 황제가 있는 수도, 낙양을 점령하고 낙양의 지배자를 넘어온 세상을 지배하는 황제가 되기를 꿈꾸었어요. 그렇게 낙양은 새로운 황제를 꿈꾸는 이들이 탐내는 도시가 되었어요.


낙양洛陽의 '양陽'은 본디 강 북쪽을 의미하는 표현이랍니다. 즉, 낙양洛陽이란 '낙洛'이라는 이름의 강 북쪽에 자리 잡은 도시의 이름이에요. 먼 옛날 수도와 같은 큰 도시를 지으려면 남쪽에는 강이 북쪽에는 산이 있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남쪽에는 강이 있어 침입하는 적을 막을 수 있고, 북쪽에는 산이 있어 적군의 침입에도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옛 지명에는 양陽이라는 표현이 많이 보여요 양陽은 강의 북쪽의 가리키는 말이랍니다. 그러니까 낙양洛陽이란 낙洛이라는 이름의 강의 북쪽이라는 뜻이에요. 서울의 옛 이름, 한양漢陽도 마찬가지예요. 한양漢陽이란, 본래 바로 한강漢江의 북쪽을 뜻하는 말이랍니다. 그러나 오늘날엔 강 북쪽이라는 게 큰 의미가 있지는 않아요. 옛날에는 강을 경계로 적군을 막을 수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옛날 한양이 한강 북쪽에만 있었다면 오늘날 서울은 한강을 중앙에 두고 남과 북으로 매우 넓은 도시가 되었답니다. 


무튼, 낙양은 장안(서안)에 이어 수도가 되면서 여러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긴 도시가 되었어요. 오늘날도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고 있답니다. 그 가운데는 관림關林, 그러니까 관우의 무덤도 있답니다. 관우는 앞에서 이야기한 <삼국지>의 여러 인물 가운데 가장 빼어난 인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는 매우 훌륭한 장수였는데 안타깝게도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고 말아요. 훗날 사람은 그를 너무 좋아해서 낙양에 있는 그의 무덤에 해마다 제사를 지내기도 한답니다. 


관우의 무덤 이외에도 낙양에는 볼거리가 많아요. 특히 작은 강을 경계로 양쪽의 산에 새겨둔 부처님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산을 통째로 깎아 부처님의 모습을 만들었으니, 그 모습이 얼마나 대단할까요. 이들은 산에다 작은 굴을 파고 거기에 부처님을 두었어요. 이곳 용문석굴龍門石窟에 가면 돌을 파고 만든 동굴에 담긴 여러 부처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서양의 탐험가들이 많이 가져간 바람에 많은 수의 동굴이 텅 비어있다는 점이에요. 


군대를 일으켜 낙양을 차지하고 황제가 되기를 꿈꾸었던 사람들의 욕망이나, 옛 유물을 빼앗아 소유하고자 했던 사람의 욕망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옛 도시는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욕망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 [와파서당 : 역사여행] 교안입니다. 전체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zziracilab/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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