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강독회 #8

王司徒巧使連環計 董太師大鬧鳳儀亭

by 기픈옹달
王司徒巧使連環計,董太師大鬧鳳儀亭
Wang Yun Shrewdly Sets a Double Snare;
Dong Zhuo Starts a Brawl at Phoenix Pavilion


이번 8회의 주인공은 사도 왕윤과 초선입니다. <삼국지> 전체에서 앞부분에 잠깐 등장하는 인물이지만 그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동탁과 여포 사이가 틀어지는 계기를 만드는 인물들입니다. 찾아보니 초선은 순수하게 창작된 인물이라고 하네요. 그러나 이야기의 힘은 실제 사실을 압도하곤 합니다. 초선은 중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경국지색傾國之色으로 손꼽히곤 하지요.




其女自幼選入府中,教以歌舞,年方二八,色伎俱佳,允以親女待之。
a child he had taken in and trained in the arts of dance and song. She was now sixteen and possessed unearthly beauty and skill. Wang Yun regarded her as his own daughter.

允跪而言曰:「百姓有倒懸之危,君臣有累卵之急,非汝不能救也。
"The common folk," Wang Yun went on, still kneeling, "are in dire peril. The sovereign and his officials are balanced on the edge of disaster. You may be the only one who can save us.


초선의 첫 등장 장면입니다. 동탁과 여포의 전횡으로 근심하는 왕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요. 밤중에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초선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원문에는 '夜深月明’, 달 밝은 깊은 밤에 처음 등장합니다. 초선의 나이는 이팔二八, 열여섯입니다. 왕윤이 데리고 있는 가기歌伎였으나 왕윤은 친딸처럼 대해 주었다 합니다.


초선.jpeg 달 밝은 밤의 초선


親女待之, 친딸 같았다고 하나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왕윤의 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친딸을 미끼로 삼아 계책을 내놓는다는 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요. 왕윤은 백성들은 倒懸之危, 거꾸로 매달린 것처럼 위태롭고 군주와 신하는 累卵之急, 계란을 쌓아놓은 것처럼 아슬아슬한 상황이라 말합니다. 조금 표현은 다르지만 누란지위累卵之危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릴 수 있는 대목입니다.


왕윤은 이런 위급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초선을 미끼로 삼아 연환계連環計를 펼치겠다 말합니다. 연환계는 여러 계책(計)을 이어(連環) 펼치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왕윤은 여포에게 계책을 걸고 또 동탁에게 계책을 걸었지요. 그래서 영어로는 Double Snare, 이중의 덫으로 옮겼습니다.


<삼국지>에서 연환계는 크게 두 번 등장합니다. 왕윤의 연환계와 방통 혹은 주유의 연환계가 있습니다. 둘 모두 <삼국지>의 판도를 크게 뒤흔들었어요. 왕윤의 연환계로 동탁이 세력을 잃고 그 틈이 조조가 황제를 보위했고, 방통 혹은 주유의 연환계로 유비와 손권 연합군이 적벽에서 조조의 대군을 물리쳤습니다. 헌데 두 번째 연환계를 만나려면 아직도 한참 있어야 하네요.




允曰:「自古『有道伐無道,無德讓有德』豈過分乎?」
Wang Yun continued, "Since earliest times those who would govern rightly have taken action against those who govern ill, and those without virtue have yielded power to those with virtue. In the present circumstances there would not be the slightest question of your exceeding your proper place.”

卓笑曰:「若果天命歸我,司徒當為元勳。」
Dong Zhuo smiled and said, "If the Mandate of Heaven should actually settle upon me, you would be honored as a founder of the house." Wang Yun bowed deeply to show his gratitude.


왕윤과 초선의 활약으로 동탁과 여포가 갈라서게 됩니다. 그전에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욕망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왕윤과 동탁의 대화를 보면 동탁은 천자의 자리를 내심 꿈꾸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왕윤은 순임금이 요임금의 자리를 이어받고, 우임금이 순임금의 자리를 이어받은 것처럼 동탁이 한나라 황제의 자리를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양위讓位, 황제의 자리를 자식 혹은 같은 성씨가 아닌 인물에게 물려주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비록 동탁이 유씨 천하를 끝내고 자신이 새로운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으리라 꿈꾸었다 하더라도 수백 년 된 나라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이후 조씨가 유씨를 대신하는 것은 한참 시간이 지나서입니다. 조조 당대에 양위가 일어나지 않고 조조의 아들 조비 때에서야 가능합니다. 단순히 세력을 비교하면 태사 동탁보다 이후 승상 조조가 더 크다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조조도 황제 자리를 물려받지 못한 것을 보면 동탁의 꿈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동탁.jpg 동탁, 최초로 황제를 꿈꾸었던 자


동탁을 부추기는 왕윤의 말이 재미있습니다. ‘有道伐無道,無德讓有德’, 도리를 따르는 자가 도리를 해치는 자를 치고, 덕 없는 자는 덕 있는 자에게 양위해야 한다는 옛 말을 인용합니다. 왕윤의 말을 따르면 동탁이야 말로 도리를 따르는 자(有道)이며, 덕 있는 자(有德)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런 아부 섞인 말을 듣고도 동탁은 그저 기뻐하기만 했으니 몰락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겠어요.




貂蟬手扯布曰:「妾今生不能與君為妻,願相期於來世。」
Diaochan reached out and clutched Lü Bu's clothing. "Since I can never be your wife in this world," she said, "I want to arrange to meet you in the next."

布曰:「我今生不能以汝為妻,非英雄也!」
"If I cannot have you as my wife in this world," answered Lu Bu, "then I am no hero worthy of the name."


왕윤이 황제를 꿈꾸는 동탁의 욕망을 건드렸다면 초선은 여포의 욕망을 추동합니다. 여포는 동탁과 달리 권력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포는 스스로 ‘영웅英雄’이 되고자 했습니다. 여기서 영웅이란 다른 사람의 위세에 휘둘리지 않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왕윤은 먼저 여포에게 초선과 약혼하도록 부추깁니다. 그러고는 동탁에게 초선을 바치지요.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하는 여포는 그저 분에 찬 상태로 지낼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틈을 보아 초선을 만나러 가서 위 대화를 나누지요. 초선은 살아서 여포의 처가 될 수 없을 것 같으니 내세에나 인연을 맺자고 말합니다. 이에 여포의 대답. ’我今生不能以汝為妻,非英雄也! 내가 금생에 너를 아내로 삼지 못한다면 영웅이 아니다!’


봉의정.jpg 봉의정의 세 사람


이런 까닭에 여포에게는 낭만적인 모습이 보입니다. 여포가 말하는 영웅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당당하게 아내로 삼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기도 하지요.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당장 동탁의 손아귀에서 초선을 빼올 방법이 없으니까요. 시간을 달라는 여포를 초선은 다시 추동합니다. 규방에서도 우레 같은 여포의 명성을 들었는데, 한갓 늙은 도적(老賊), 동탁 따위를 두려워한다니 실망이라고. 이 말을 들은 영웅 여포는 자신을 붙잡는 여인 초선을 차마 버려두고 갈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순간 이 둘의 비밀스러운 만남을 동탁이 알아챕니다. 동탁은 한쪽에 기대어 놓았던 여포의 무기, 방천화극을 들어 여포에게 던지기까지 하지요. 초선을 두고 여포와 동탁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 여포의 결단만 남았습니다. 둘 사이는 대체 어떻게 될지! 결말이야 워낙 유명하지만 다음 시간에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강독회 자료 :: http://naver.me/GIsTrcY5

삼국지 강독회는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에 책방 온지곤지에서 있습니다. (중간참여 가능)
http://cafe.naver.com/ozgz/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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