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강독회 #9

除暴兇呂布助司徒 犯長安李傕聽賈詡

by 기픈옹달
除暴兇呂布助司徒,犯長安李傕聽賈詡
Lü Bu Kills the Tyrant for Wang Yun;
Li Jue Invades the Capital on Jia Xu's Advic

9회에는 드디어 동탁이 목숨을 잃습니다. 삼국지의 여러 인물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악인의 퇴장입니다. 물론 그의 죽음을 서술하는 방식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늙은 도적(老賊)’이라 불릴 정도의 인물인가 하는 의문인 것이지요. 황제를 보위한다는 핑계로 권력을 휘두른 것이라면 조조도 만만치 않은 악인이 아닐지. 게다가 동탁의 죽음을 막으려는 다양한 사건이 일어난 것을 보면 그가 과연 그리 부덕한 인물인지 의문을 던지는 게 영 어처구니없는 건 아닙니다.


제목을 직역하면 ‘포악하고 흉악한 놈을 죽이는데 여포가 사도 왕윤을 돕고, 장안을 침범하는데 이각은 가후의 말을 듣다’ 정도가 됩니다. 우리말로 옮기려니 많이 어색하지만 제목에 보이는 댓구는 참 훌륭하다는 생각입니다. 상반되는 사건을 선명한 대비로 드러내기 때문이지요.




貂蟬倒於卓懷,掩面大哭曰:「此必李儒之計也!儒與布交厚,故設此計;卻不顧惜太師體面與賤妾性命。妾當生噬其肉!」
Diaochan collapsed in his arms. "I know this is Li Ru's doing," she murmured as she hid her face and sobbed. "He and Lü Bu are fast friends and must have worked this out between them without giving the slightest consideration to the dignity of the Imperial Preceptor or to my own life. Oh, I could eat him alive!"


이번에는 좀 여러 장면을 꼽았습니다. 빼놓기 아쉬운 부분이 많아서요. 처음으로 꼽은 것은 초선이 동탁 품에서 이유를 욕하는 장면입니다.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닌데, ‘妾當生噬其肉’, 이 표현이 재미있어서 꼽았습니다. 여기서 ‘생서기육生噬其肉’은 ‘생살을 씹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영문으로는 ‘eat him alive’로 옮겼네요. ;; 이유에 대한 초선의 분노를 잘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생살을 씹을 생각을 하다니! 참 섬뜩합니다.


f14ed0249b.jpg 받으시오~ 받으시오~


允曰:「... 然允老邁無能之輩,不足為道;可惜將軍蓋世英雄,亦受此汙辱也!」
Responded Wang Yun, " … I am nothing but a useless old man, and I suppose I will have to swallow the insult. What a pity, though, for you, General—for a hero, head and shoulders above them all, to suffer such disgrace!"

布曰:「大丈夫生居天地間,豈能鬱鬱久居人下!」
"As a man of honor standing before Heaven and earth," Lü Bu went on, "I will not be his underling forever."


지난 8회에서 왕윤이 동탁을, 초선이 여포를 충동질했다면 9회는 다릅니다. 초선이 동탁을 꾀어낸 것처럼 이번에는 왕윤이 여포를 꾀어냅니다. 저는 여기서 여포의 마음을 흔드는 말이 참 재미있습니다. 왕윤은 여포를 두고 ‘개세영웅蓋世英雄’이라 말합니다. ‘영웅’이라는 표현이야 지금도 쓰는 것이니 이해가 쉽습니다만, ‘개세’라는 이건 뭘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사기: 항우본기>의 내용을 가져와야 합니다. 바로 항우가 스스로를 두고 한 말에서 빌려왔습니다. 사면초가의 순간에 항우는 홀로 시를 지어 부릅니다. 그 가운데 ‘역발산혜기개세力拔山兮氣蓋世’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풀이하면 ‘힘은 산을 뽑고, 기운은 세상을 덮어라’라고 옮길 수 있어요. 여기서 ‘기개세’ 가운데 ‘개세’만 따로 떼어낸 표현입니다.


왕윤은 여포를 항우에 비견할 수 있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말 왕윤이 여포를 그렇게 평가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초선을 미끼로 삼은 연환계는 <삼국지연의>에 실린 창작이니까요. 그러나 이 이야기를 듣거나 읽은 사람들은 여포에게서 항우의 그림자를 발견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여포의 태도에 실망하게 됩니다. 더 당당하고 과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질문이 들기 마련이지요.


청자/독자의 이 욕망을 이야기 속의 여포가 모를 리 없습니다. 초선에게 당당하게 소리쳤던 것처럼 왕윤 앞에서도 이야기합니다. 천하영웅으로, 대장부로 동탁 같은 놈 밑에 있을 수는 없다고. ‘大丈夫生居天地間,豈能鬱鬱久居人下’ 왕윤과 동탁을 칠 계획을 세웁니다. 동탁을 제 손으로 죽인 여포는 이제 누구 밑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스스로 주인이 되지 못하면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가 된 것이지요. 그 야생적인 면모는 차차 만나기로 합시다.




歌曰:「千里草,何青青!十日上,不得生!」歌聲悲切。
A thousand li of green, green grass / Beyond the tenth day, one can't last.

이숙은 황제가 제위를 선양할 마음을 품었다며 동탁을 다시 장안으로 끌고 들어옵니다. 황제가 된다는 생각에 흥겨운 마음으로 장안으로 오는데 불길한 사건이 계속 벌어집니다. 타고 가던 수레바퀴가 망가지는가 하면, 옮겨 탔던 말이 갑자기 고삐를 끊어버립니다. 이숙은 낡은 것을 새것으로 바꾸는 징조라 풀이하지만 좋은 사건은 아닌 게 분명합니다.


장안성에 이르자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千里草 何青青 十日上 不得生’ 가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동탁董卓의 이름을 풀이한 것이라는 게 중요합니다. ‘董 = 千+里+草’, ‘卓=十+日+上’ 어떤가요? 글자가 보이시나요? 동요는 ‘살지 못한다네(不得生)’라는 가사로 끝납니다. 동탁의 죽음을 예견하는 노래인 것이지요. 그러나 여전히 동탁은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깨닫지 못합니다.


오죽하면 도인까지 등장할까요. 양쪽에 ‘구口’라는 글자를 두 개 써서 ‘여呂’씨를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여포의 반란을 알리는데 황제가 되리라는 생각에 들뜬 동탁은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결국 동탁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손에 칼을 쥔 조정 대신들이었습니다. 뒤늦게 위험을 알고 도망가지만 여포의 방천화극에 목을 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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卓屍肥胖,看屍軍士以火置其臍中為燈,膏油滿地。
There was so much fat in his body that the guards lit a fire in his navel; as it burned, grease from the corpse ran over the ground.


동탁의 죽음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뒤따릅니다. 동탁의 목을 베어 저잣거리에 내걸고, 시체는 버려두었는데 한 병사가 그 배꼽에 불을 붙였답니다. 어찌나 살쪘는지 며칠 동안 불이 붙었다는 이야기. 그러나 모종강본에는 ‘고유만지膏油滿地’, 즉 기름이 땅에 가득 흘러내렸다고 말할 뿐입니다. 뭐 어떻습니까. 옛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며 동탁의 탐욕을 조롱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삼국지> 창작물에서 동탁은 늘 살찐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아마 덩치가 아닌 ‘살’로만 따지면 <삼국지>에서 최고가 아닐지.




謀士賈詡曰:「諸君若棄軍單行,則一亭長能縛君矣。不若誘集陝人,并本部軍馬,殺入長安,與董卓報讎。事濟,奉朝廷以正天下;若其不勝,走亦未遲。」
But their adviser, Jia Xu, recommended a different course: "If you abandon your armies and go it alone, a single constable will be enough to arrest you. Shouldn't we recruit local people, march back into Chang'an, and avenge Dong Zhuo? If we prevail, we can set the realm to rights in the name of the court. If we fail, we'll have time enough to escape.


동탁의 죽음이 전해지자 동탁 수하에 있던 장수들은 크게 동요합니다. 이각과 곽사 등은 기회를 보아 도망갈 궁리를 세웁니다. 만약이라는 가정은 의미 없지만 이각과 곽사가 이때 도망가버렸다면 뒷 이야기는 크게 달라졌을 게 분명합니다. 동탁이 사라진 자리를 조조가 치고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고, 여포가 방랑하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모사 가후입니다. <삼국지> 전체에서 손꼽히는 모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가후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조조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는 계책을 내놓은 것으로 유명하지요. 물론 나중에는 조조 휘하에서 활약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알아봅시다. 그러고 보니 <삼국지>의 모사 가운데는 가장 처음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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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독회 자료 :: http://naver.me/G9CmZoUz

삼국지 강독회는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에 책방 온지곤지에서 있습니다. (중간참여 가능)
http://cafe.naver.com/ozgz/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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