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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귀신은 있을지도 모른다.

가끔 힘 조절이 되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내 손에 상처를 낼 때가 있다. 이미 통증이 있는 오른손에는 살짝 베이는 상처가 생겨도 아무 느낌이 나지 않는다. 


꽉 잠긴 설탕통의 뚜껑을 돌리면서 아마 힘 조절이 되지 않았나 보다. 손이 깊이 패일 정도의 상처가 나서 피가 나고 있었다. 생각보다 상처가 깊은 것 같다. 피가 잘 멈추지 않는다. 그래도 아프지 않아서 다행인 것인가? 마치 다른 사람의 상처를 돌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상처를 꼭 누르고 피가 멈출 때까지 멍하니 있으니 갑자기 뇌리에 번개가 스친 듯이 상상 덩어리가 들어온다. 


나처럼 뇌에 선천적으로 기형적인 혈관이나 덩어리가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상상을 해본다. 그래서 정신이 온전치 않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힘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내가 내 몸에 상처를 내도 모르듯이 말이다. 우리들의 몸이 느끼는 통증은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통증이나 피로감은 과하게 몸을 쓰지 못하게 일종의 경고를 해주는 것인데, 뇌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몸의 한계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초인적인 움직임이 가능하지 않을까? 엄청난 스피드로 뛰어다니거나 엄청난 높이로 뛴다거나 하는 일들이 왠지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의 육체에서 낼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급격한 에너지 소모로 인해 깡마르고 피부의 생기가 없어지고 눈 주위가 심하게 퀭할 것이다. 그리고 머리카락도 많이 빠질 것이다. 그 모습은 마치 우리들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귀신이나 좀비 같은 모습과 비슷할 것이다. 종종 귀신이나 미지의 형체를 목격한 사람들이나 영상물들이 있다. 물론 대부분 조작되거나 합성된 것이라 믿고 있었는데, 갑자기 진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아구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드디어 내가 귀신의 실체를 알아낸 것이다.


갑자기 흥분된다.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쳤을 때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다. 아내를 급하게 부른다. 아내는 무슨 일이냐며 2층으로 화들짝 놀라며 달려온다. 손에 난 상처를 보고 놀란 듯하다. 내가 드디어 귀신의 실체를 알아낸 것 같다며 흥분해서 설명을 늘어놓는다……

토끼 같던 아내의 눈동자가 점점 희미해져 간다. 나의 완벽한 가설을 다 들은 아내는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말없이 뒤돌아서 카페로 내려간다. 뒤늦게 아까의 유레카의 느낌이 낯설지가 않다. 똥꿈을 꾸고 잠결에 로또번호를 써내려 갔을 때의 느낌이다……


아내는 가끔 나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잘 들어준다. 항상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 눈을 맞추며 귀 기울여 들어준다. 가끔 맞장구도 쳐주면서 웅기 등기도 해준다. 그런데 오늘과 같은 초점 없는 눈빛은 처음이다. 하루 종일 아내의 눈치를 살핀다. 왠지 느낌일까?? 유독 한숨을 많이 쉬는 듯하다. 


함께 살아주어 고맙고 고생이 많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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