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 놈에게 전화를 했다. 아내와 육아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보니 생각이 났다. 아이도 없으면서 관심은 많아서……ㅎㅎㅎ
“헬로~~ 와따시와 xx데스.”
특유의 톤과 억양이다 그놈이다. 늘 그랬듯이 시답잖은 농담을 몇 마디 나누고 근황과 가족들의 안부를 물었다. 집값이 미쳤다면서 대충 몇 마디 나누고 나이 좀 먹었다고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도 한다. 잘 모르면서 심각하게…… ㅋㅋㅋㅋㅋㅋ
건강에 대해 물어봤다. 몇 년 동안 몸무게를 잘 유지하고 한다. 그런데 몸의 구성물질들의 변화가 있다고 한다. 지방의 비율이 늘어나고 근육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즉 부피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운동 좀 하라고 잔소리를 늘어놨다. 나는 이렇게 힘들어도 관리한다고 한참을 다다다다 쏘아대고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뭐지?? 이 묘한 감정은..
지난겨울에 학창 시절부터 친한 친구 두 명이 왔을 때도 비슷한 기분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친구를 보는 것이라 굉장히 설레어하면서 맞이 했었다. 한참 학창 시절 때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대화를 나누다가 이젠 예전 같지 않다며 서로 얼마나 늙었는지 견주다가 좀 충격을 받았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흰머리 때문에 염색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예상보다 건강이 좋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의 소식도 들을 수 있었는데 썩 좋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더 좋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도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 혼자 병마와 싸우면서 힘겹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다들 나이를 먹으면서 한두 군데씩 고장이 나고 있다는 사실에 뭔가 소속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뭔가 한 팀인 것 같은 묘한 느낌…… 그리고 안도감이 들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기묘한 기분이다. 그리고 나는 흰머리 때문에 염색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몸의 하드웨어는 그들보다 좋을지도 모른다는 우월감이 들었다.
노화가 이제 점점 가속이 될 것이고 당연한 일인데 왠지 약간 서글픔을 느꼈다. 친구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이 느껴져서 그런가.
어차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시간을 거스를 순 없다. 언젠가는 끝이 나는 것이 당연하지. 하루에 24시간 동안 행복할 순 없겠지만, 모두가 행복과 즐거움의 비율이 더 많은 인생을 살길 바란다.
요즘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계속 신메뉴가 나오고 있다……. 너무 멀기도 하고 코로나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갈 수가 없다. 얼른 코로나가 끝나서 신메뉴들을 탐닉하는 행복을 느끼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