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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주인공.

누구를 위한 날인가!

7월 23일은 나의 생일날이다. 올해는 유독 축하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축하를 받아본 것이 처음이다. 결혼 후에는 아내가 항상 최선을 다해서 챙겨주었지만 올해만큼 주변인들에게 관심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라 마치 생일잔치를 치른 느낌이다.


일단 나의 생일날은 여름방학식날이었다. 항상 날짜가 똑같았다. 학창 시절 나의 생일은 여름방학의 설렘에 묻혀 버리곤 했다. 정말 친한 친구 몇몇이 간소하게나마 축하인사와 선물을 챙겨주곤 했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생일파티를 하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친구들의 생일에 초대를 받아서 가보면 잘 차려진 각종 인스턴트 음식과 화려한 케이크가 차려져 있다. 선물 증정식을 하고, 마치 해방을 맞이한 듯 친구들과 미친 듯이 논다. 뭐하고 놀았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냥 재미있었다. 그리고 부러웠다. 그날만큼은 생일 당사자의 날이다. 


나의 생일날을 떠올려 본다. 어머니께서는 새벽부터 생일상을 준비하신다. 내 흐릿한 기억으로는 찰밥과 미역국과 조기구이와 몇 가지 반찬들로 구성된 한상을 준비하신다. 그리고 바로 밥을 먹지 않는다. 거실에 얼마 동안 그냥 모셔둔다. 내 생각에는 이것 또한 조상님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의식이라 생각이 된다. 그렇다. 이것은 의복을 차려입고 절을 하지 않을 뿐, 간소한 제사와 다름이 없다. 화려한 생일파티 따윈 없다. 


생일날은 조상님과 부모님께 감사를 드리는 날이라 세뇌되었다. 물론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나는 그저 친구들이 부러웠을 뿐이다. 불만이 있다면 부모님은 자신의 생일 당일이 되면 주변인들과 친인척들에게 축하인사와 선물을 받고 그날을 만끽했다는 것이다. 그 온도차는 꼬맹이었던 나에게 너무 크게 느껴졌다. 왜 나는 내 생일날에 주인공이 될 수 없지?? 어려서인가??  


청소년이 되어서는 생일날 아침에 주어지는 10000원짜리 한 장이 가족이 챙겨주는 생일의 전부다. 뭐 나도 그게 편했다. 별 기대도 없었지만 조상에게 감사를 드려야 한다는 거추장스러운 의식은 없었으니까.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친구들과 노래방 정도는 갈 수 있었으니… 그 당시 노래방이 한 시간에 5000원이었다. 그리고 서비스가 거의 무제한이었지. 점점 생일이라는 단어에 무덤덤해져 갔다. 그냥 노래방 가는 날 정도?


그래서 이번 생일이 너무 신이 난다. 오히려 친구들의 축하보다 생각지도 못한 주변인들이 축하인사를 건네는 것이 너무나 감동적이다. 몸이 망가진 이후로 내 건강을 챙기느라 주변을 챙기지 못하고 있는데…


배후에는 아내가 있다. 내가 병마와 치열하게 싸우는 동안 아내는 나의 지인들까지 챙겼다. 가만히 살펴보니 축하해주시는 분들이 나의 지인들보다 아내의 지인들이 많다. 카페를 오픈하고 알게 된 손님들도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카페는 아내가 거의 온전히 운영을 했기 때문에 카페 손님들은 아내의 지인들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생일 축하의 들뜸과 설렘을 느끼게 해 준 것은 아내의 정성이구만. 직접 생일 케이크도 만들고 생일상도 차려주고 축하노래도 불러주고 여러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게 해 주었다. 덕분에 난 생애 처음으로 어렸을 때 꿈꾸던 생일파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글을 쓰다 보니 또 반성하게 된다. 아내에게 아프다고 너무 찡짜부리지 말아야겠다. 조금 전에 나의 옷을 깔고 앉았다고 버럭 했는데……쏴리~~ 내년 아내의 생일 계획을 짜 봐야겠다. 할 수 있는 활동이 한정적이기 하지만 뭐라도 짜내 보자. 디자인 석사잖아!! 짜내 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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