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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멀티가 안돼.ㅜㅜ

얼마 전 나의 참스승님께 나의 소식을 알렸다.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일처럼 아파하시고 걱정해주셨다. 선생님께서도 10여 년 전 파킨슨병에 걸리셔서 지금까지 몸 관리를 하고 계신다고 한다. 죽을 날까지 관리를 해야 하는 병이라는 점에서 나의 강직성 척추염과 닮아있다. 뭔가 동지가 생긴 느낌이 들어 든든하였다.

 

선생님께서 도움을 많이 받으셨다며 유튜브 채널을 하나 소개해 주셨다. 

영상은 글자만 가득하고 어떤 장년의 남자분의 내레이션만 흘러나온다. 재미가 없다. 영상이란 고로 눈이 즐거워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도 선생님께서 소개해 주셨으니 약간의 인내심을 가지고 2~3개의 영상을 봤다. 어떤 명상법을 알려주고 여러 힘든 상황들을 극복해낸 사연들이 소개되기도 한다. 뭐지?? 세뇌되는 거 아니야?? 요즘 드라마에서 사이비 종교에서 신도들을 영상으로 세뇌시키던데…… 약간의 의구심과 함께 영상을 일단 끝까지 봤다. 다행히 그런 영상은 아니다. 명상법을 통해서 상황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뭔가 광고를 하거나 꼬셔내는 내용은 없다. 요즘은 광고성 영상들이 많아서 항상 불편하다. 다행히 그런 류의 영상은 아니다. 힘든 상황들을 극복해낸 이야기들이 마음에 든다. 그래! 어떤 명상법인지 한번 따라가 보자!!

 

명상의 방법에 대한 영상을 찾아서 차례대로 따라 해 본다. 음…… 따라가지지 않는다. 나와는 맞지 않다. 내용을 다 이해하기도 힘들다. 내용에 따르면 나의 나쁜 생각과 에너지들이 나의 병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긍정적이고 좋은 에너지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겠지. 

 

몇 년 전 병원에서 너무 아파서 힘들었을 때 명상에 빠진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 고통을 줄일 수 있을까 방법을 찾다가 인터넷에서 소개해주는 방법으로 명상을 했었다. 눈을 감고 몸에 힘을 풀고 편안한 자세로 앉는다. 꼭 양반자세를 취할 필요는 없었다. 가장 거슬리는 것이 없는 자세를 찾는 것이 포인트다. 그리고 미간에 집중하고 천천히 호흡하면서 호흡수를 세는 것이다. 천천히 100까지 세고 눈을 뜨면 뭔가 머리가 맑은 느낌이 들고 비교적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가끔 명상 도중에 잠에 빠져서 앉은 채로 침을 질질 흘리며 자기도 했다.

 

그때 깨달은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한 가지에 오롯이 집중하면 다른 것들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하면 오히려 잡생각이 더 많이 떠오른다. 하지만 한 가지에만 집중하니 오히려 잡생각이 없어졌다. 그때부터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도록 노력했다. 덕분에 고통을 이겨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이게 버릇이 되고 생활 전반에 적용되다 보니 단점이 생겼다. 멀티가 안된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에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회의에서 대화를 하면서 동시에 메모를 하거나 눈과 손은 컴퓨터로 일을 하면서 귀는 대표님의 말씀은 듣거나 하는 멀티플레이. 지금은 작업을 하면서 아내의 말을 듣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아내와 나는 거의 모든 시간을 한 공간에서 함께 보낸다. 그렇다 보니 아내의 대화 상대는 대부분 한 공간에 있는 나다. (가끔 혼잣말로 지겨워 지겨워~를 반복한다……) 그리고 아내는 인터넷이나 SNS에서 본 재미있는 이야기나 기사들을 공유하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내가 작업을 하는 중이면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 아내가 말을 걸어도 나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는다. 뭐라 뭐라 하는 것 같은데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뭐라고 했는지 다시 되물어 보곤 하지만 아내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미 작업하는데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긴 버릇이 일단 대답을 한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응~응~’ 하고 일단 대답을 한다. 그러나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을 아내가 모를 리 없다. 일단 집중할 때 표정이 굳어있어서 화난 듯이 보인다. 그런 표정으로 로봇처럼 건성으로 대답하고 있으니 대화가 하고 싶을 리가 만무하다. 그때마다 그냥 하던 일이나 하라며 포기하듯이 이야기한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니 대화다운 대화를 잘하지 못한다. 부부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인데 말이다. 그래서 나름 대화의 시간과 작업의 시간을 분리해서 가지려고 노력한다. 아내도 나의 작업시간에는 온전히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배려를 해준다. 

 

멀티가 되지 않는 나를 이해해주는 아내가 고마울 뿐이다. 과연 평강공주 사주를 타고난 대인배답다. 멀티가 되진 않겠지만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그리고 집중할 때 온화한 표정을 유지하도록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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