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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니가 참 좋아!

#1

휴무일에 아내와 함께 집에서 티비로 영화를 같이 보면서 초코파이를 간식으로 하나씩 먹고 있었다. 먹고 나서 슬쩍 뭔가를 내 앞으로 내민다. 초코파이 껍질이 연애편지 쪽지처럼 이쁘게 접혀있다. 난 버릇처럼 주워서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아내가 쓰레기를 버리고 뒤돌아 오는 날 빤히 보고는 한마디 한다.

 

“니가 왜 좋은지 알았어”

 

 

#2

아내에게 스타벅스 기프티콘이 생겼다. 그래서 휴무일에 아내와 함께 스타벅스로 향했다. 휴무일에는 남이 타 준 커피를 마셔야지~!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과 카스텔라 하나를 사 와서 반반 나눠 먹는다. 커피도 너 한 모금 나한 모금 마신다. 연애할 때부터 상대방 배려 없이 빨리 다 먹어버린다고 혼났었다. 그래서 음료도 얼추 반반 마셔야 하기에 양을 잘 체크하면서 마셔야 한다. 

 

“남은 거 너 다 마셔~.”

 

웬일로 아내가 반 정도 남은 아메리카노를 나에게 주었다.

 

“이게 찐 사랑이지~~.”

 

평소에 아내와 함께 먹느라 늘 양을 체크하면서 찔끔찔끔 먹다가 좋아서 다 벌컥벌컥 마셔버린다. 아~~ 뭔가 대접받고 사랑받은 기분이다.

 

다음날 아내와 공방에서 우리 카페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오랜만에 마시는 중배전의 향긋한 산미 있는 스페셜티 원두의 아메리카노~~ 캬!! 어제 마셨던 아메리카노와 비교하면서 우리 커피가 최고라고 엄지 척을 한다. 아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한마디 한다. 

 

“맞아~ 우리 집 커피가 훨씬 맛있지~ 어제 마셨던 커피는 괜찮았지만 커피 찌꺼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더라~.”

“…… 그래서 다 마시라고 한 거냐??”

 

“니가 왜 좋은지 알았어.”

 

 

#3

얼마 전 아내가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고구마 1.5kg 한 박스를 사다 주었다. 기쁜 마음으로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고구마를 정성스레 씻어서 찌기 시작했다.

잘 쪄진 고구마를 아내와 먹기 위해 락앤락 통에 넣어 1층 공방으로 가져갔다. 아내 앞에 고구마가 들어있는 락앤락 통을 내려놓고 자리를 잡았다.  아내는 핸드폰을 보며 무엇인가를 열중하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늘 그랬듯이 아내가 먹을 고구마의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손으로 잡을 밑동 부분을 제외하고 껍질을 야무지게 까서 아내에게 건넸다. 하던 일을 멈추고 물끄러미 날 보던 아내가 한마디 한다.

 

“니가 왜 좋은지 알았어.”

 

 

#4

아내는 손이 끈적거리거나 손톱에 무엇인가 끼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어렸을 때도 놀이터에서 흙놀이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과일이나 간식을 고를 때도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과일은 껍질이라는 것이 있고 껍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과즙이 생기기 때문에 손이 끈적거리는 것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아내는 과일을 잘 먹지 않는다. 챙겨 먹는 과일은 비교적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귤과 바나나 정도이다.

 

아침 사과는 금사과라고 한다. 이제 몸에 좋은 것은 챙겨 먹어야 하는 나이이다. 얼마 전 마트에서 산 사과 2개를 꺼내서 뽀득뽀득 깨끗이 씻어서 꼭지에서 수직으로 두 번 잘라 4조각을 만든 후 껍질과 씨 부분을 깔끔하게 제거해서 접시에 담아 포크와 함께 아내 앞에 무심하게 가져다 둔다. 물끄러미 사과를 한참 보더니 한마디 한다.

 

“니가 왜 좋은지 알았어.”

 

 

누군가 좋아지는데 큰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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