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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Nov 05. 2022

가을에 '시'감상이지

<방문객>정현종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_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은 다양한 매체에 소개되와 시를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도 꽤 익숙한 작품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이 구절은 말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쉽고 강렬하다. 한국사회는 불평등과 차별, 혐오와 분열이 극심한 나라 중 상위에 속한다고 한다. 세대 간, 성별 간의 갈등, 정치적 노선의 차이와 소득 수준의 격차로 일상에 차등과 차별이 곳곳에 깔려있다.


비교와 경쟁의 방식으로 점철한 사회구조 속에 사는 개인은 고유한 자신을 존중하고 지지하기 어렵다. 나 스스로를 채점하고 위치를 가늠하는게 익숙하다. 기준에 미달하면 열등감을 느껴 자책하고, 기준 이상이면 잠시 위안을 얻다가 다음 목표를 정해야 하며 기준 이하로 떨어질까 늘 조바심을 낸다. 나에 대한 태도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야박한 기준을 들이대며 비난과 평가질을 하는데 누구나 익숙하다. 인간의 존엄을 인정하고 환대하는 태도와 지극히 멀다. 동반성장이라는 이상을 외치지만 현실에서 누군가를 제쳐야 성공하겠다는 분위기를넘어서기 어렵다.


모든 사람은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 중요한 타자와 교류하고 일면식 없는 이들과 스치며 살아간다. 나의 외부에 존재하는 이들은 '내가 지극히 소중하듯' 소중하다. 그런 중한 사람을 어떤 계기로 만난다는 것은 우주를 돌아 돌아 만날만치 위대한 일이다. 누군가를 만날 때, 외적인 조건과 지금의 위치를 가진 존재 정도로 만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전 인생을 마주하는 경험이다. 그가 현재 실패의 자리에서 제자리걸음 하고 있더라도, 그 사람의 과거를 함부로 추측할 수 없고 미래를 재단할 수 없다. 지금 그 사람이 나에게 곁을 내 주기까지 수많은 여정을 건너왔을지 헤아릴 수 있을까?


이 표현을 거꾸로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여기 이런 모습이지만, 지난한 과정을 견디며 고단하게 여기 도착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이를 붙들고 물어도 "내 삶을 책으로 쓰면 소설 5권은 되겠다"라고 말할 것이다. 녹록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을까.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라는 표현처럼 그 어떤 사람도 어쩌다 보니 흘러 대강 지금의 모습일 수 없다. 부서지기 쉬운 존재였으나 견뎠으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부서지기도 수 차례 하지 않았을까. 내가 그런 길을 걸었다면 타인의 삶도 그러하다고 다정하게 바라봐야한다. 나와 타인에 대한 존중, 부서질 수 있는 여리디 여린 존재가 자신의 인생을 짊어지고 지금 여기 걸어가고 있음은 '어마어마한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이 어마어마한 기적 같은 일을 볼 수 있으려면, 고단한 여정을 포기하지 않고 부여잡고 지나온 나를 환대해야 한다. '환대'란 사전적 의미로 반갑게 맞아 후하게 대접하는 것이라 한다. 나의 현재 모습을 달가워하기, 그리고 매일 후하게 대우함이 나를 환대하는 것이다. 스스로 대견하게 여기고 기특하다 칭찬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부터 환대는 시작되겠다. 그리고 타인을 환대함도 이 시와 같, 한 사람의 존재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겠다.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나도 그런 존재이며 타인도 매양 그러함을 다시금 속으로 다짐해본다.


세상이 흉흉하다. 경제적 위기에 나라가 휘청이고 있다. 연일 쏟아지는 부정적 관점의 뉴스가 사람들의 피로도를 높인다. 제 2의 IMF를 예견하는 사람도 적잖이 있다. 누구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지만 사람들은 용기를 잃지 않고 일상을 분투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좁은 땅덩이에 기적처럼 살아오던 150여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어마어마한 기적을 매일 쌓던 존재들이었다. 부서질 뻔한 무수한 시간을 뚫고 여기에 이른, 그리고 부서질지도 모를 앞으로의 시간을 준비하던 목숨이 낙엽 떨듯 낙하했다. 환대받아 마땅한 기적들의 '이른 낙하'를 보고 망연자실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기적을 일구던 이들, 그들을 보살피던 가족들의 마음갈피를 바람은 더듬을 것인데 우리는 어떻게 더듬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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