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를 읽으면서 '에움길'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다. 사용하지 않는 언어만큼 좁은 세상에 살고 알고 사용하는 언어가 많은 만큼 더 넓고 풍성한 세상에 사는 것이다. 나는 에움길을 모르는 세계에서 에움길을 아는 세게로 진입했다. 에움길처럼 아름다운 순우리말이 널렸는데도 모르고 살아온 삶을 한탄하며 순우리말을 공부하기 시작한 때가 이 시를 접하면서였다.
에움길을 알게 되면서 지름길을 찾던 나의 삶의 태도에 파문이 일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 나아가는 것이 최선이며 최고라는 신념에 균열을 느끼기 시작했다. 에움길로 돌아가도 괜찮겠다는 사유가 짧은 순간에 찌르고 들어와 깊이 침잠하기 시작했다. 삶의 태도를 바꾸는 데 시어 하나가 영향을 줄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시에 매료되어 내가 사용하는 일상어를 뛰어넘고 싶어졌다. 시적인 말을 찾아 매 순간 옅은 햇볕도 허투루 보지 않았게 되었다.
이 시가 연애시든 종교적 갈망을 적은 것이든, 인생의 길을 논하는 것이든 그 무엇이라도 시인의 의도와, 시적 화자의 태도와 나의 강렬한 인상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수만 가지 길을 헤매면서 올곧게 어딘가로 향하고 싶은데 내가 싫다고 해도 나의 삶에 그려진 어떤 방향으로 인도함을 받는다는 불가항력을 나는 자주 느낀다. 이 시는, 내가 싫다고 밀어내거나 다른 길을 찾는 여정이 결국 하나로 귀결될 것이라 말한다. 에움길로 둘러가든 지름길로 빨리 가든 가고야 마는 것이 사람의 삶의 모습 아닐까.
찬찬히 이 시를 몇 번이고 곱씹는 중이다. 처음 이 시를 접할 때와 또 다른 감정의 요동을 느끼면서 '시'의 힘을 다시 확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