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신애 Mar 27. 2023

고향이 사라졌다

글 쓰던 터전의 상실을 마주하고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다니기 시작한

동네 카페가 문을 닫았다

시인으로 등단하고 책을 여러 권 쓰는 동안

아침저녁으로 카페 문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그중 주인이 한 번 바뀌었지만

손님은 늘었고

소상공인에게 위험천만이었던

코로나 시기를 잘 넘어가는 것 같았다


굳건히 자리를 지키던

싹싹하던 젊은 주인이 보이지 않고

아르바이트생이 자리를 채웠지만 괜찮았다

주인이 전수한 커피맛은

그대로 유지되었고

밝은 아르바이트생들의 활약으로

가게는 계속 상향세를 이어가 보였다


어느 날, 이른 아침 오픈은 하던 가게가

문을 열지 않았다

드디어 이 가게의 운명이

이즘에서 그치는가 하여 불안했다

나의 예감은 적중했고

가게를 내놓았다는 소식을 멀리서 들었다

소식과 함께 가슴 한편에

구멍이 난 것 같았다

혹시나 해서 근방을 며칠 서성거렸고

늘 헛걸음이었다. 다른 주인이 인수하길 바랐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고향에 대한 의식이 약하디 약한 나에게

그곳은 마치 고향 같았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특출 나지 않은 실내와 멋스러운 포토존조차 없는 곳이었지만

나의 사건과 시간이 누적되어서인지

느긋하게 나를 품어주는 기분을 느끼곤 했나 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일터가 아닌 곳을 자주 들렀다.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책을 읽는 공간이 기다린다는 사실이

사뭇 큰 동기부여가 되었는데

요즘은 아침마다 머리를 굴리는데 시간을 보낸다.

가야 할 곳이 떠오르지 않는 난감함

오늘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들른 곳이 조용하다.

내일 아침 이곳이 떠오를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이곳에서 짐을 풀었다.

특별한 취향도 없는가 했는데, 딱딱한 의자와 고요하고 좁은 실내 디자인에다

배달이나 테이크아웃을 주로 하는 이곳.

내 취향이 아마도 이런 소박한 모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곳이 새로운 터전이 되던지, 이전의 터전이 다시 부활하던지

#월요일이면글쓰고시작하는

#바쁜데글쓰는중

#공간의힘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의 안쓰러움이 만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