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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May 04. 2019

어린이날 사뿐하게 넘어가기

이벤트 과잉에 치이다 보면

이 글은 학부모 입장에서가 아니라 학원 밀집가에 끼어있는 소규모 기관 운영자의 입장으로 쓰는 글이다. 올해는  5월 5일이 일요일이라 다행이다. 5월 5일이 평일일 경우, 아이들은 과잉 흥분상태로 학원에 출석한다.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것은 기본이고 각종 게임에 맛난 간식에 선물까지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5월 5일이 일요일이면 그 흥분을 직접 다루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다행히 아니기도 하다.


다행히 아닌 이유는 어린이날 전 일주일 동안 이른 경축 이벤트를 해야 한다. 어린이날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기대감의 압력은 생각보다 거세다. "뭐해줘요? 선물 있어요? 누구는 어디 학원에서 뭘 받는대요." 


나름대로 형편과 소신에 맞게 축하해주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학원 밀집 상가에 위치한 터라 부담이 가중된다. 아이들 손에 들린 화려한 선물, 어느 학원에서 해준다는 특별 이벤트가 그리 편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 나처럼 호객행위가 아닌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려는 마음일 텐데 규모에서 밀린다. 아이들을 향한 나의 마음도 평가절하될까 두렵다.


 어린이날이  뭐 대단한 날이나 되냐고 말하고 싶은 어른들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중 하나이다. 집에서 조촐히 축하해 주던 문화는 어느새 학원가로 흘러 화려한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누구의 이벤트가 아이들을 흡족케할까 링위에 올라서는 기분이다. 이제 오픈한 지 두 달밖에 안된 신생 글 공방으로 조촐한 스낵타임과 선물 정도를 계획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상가 1층 공방에서 유리문 밖에 지나가는 아이들의 자랑하는 소리가 들린다.



햄버거를 들고 가는 아이, 그것을 보고 어디서 받았냐는 아이, 예쁜 과자봉지를 든 아이 옆에 박스크기의 선물을 든 아이가 씩씩하게 지나간다. 그 뒤로 꽃 한 바구니를 들고 흔드는 아이도 있다. 나의 심플한 이벤트 구성이 왜소하게 보인다.


꿋꿋하게 다른 원과 비교하지 않으려 마음을 붙잡는다. 수업을 시작한다. 밖을 향한 시선을 거두고 아이들에게 몰입한다. 방정환 인물 책과 그의 동화들을 내민다. 어린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젊음을 다 바친 그의 올곧은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무엇을 위해 자기 인생을 다 바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해본다.

전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다는 대한민국의 어린이날이 처음에 5월 1일었었다는 새로운 사실에 아이들의 입이 벌어진다. 그리고 어리다는 말의 옛 의미가 어리석다는 것이고 지금은 나이가 적다는 차이에 화를 내는 아이도 있다.


어느새 글공방에 갇혀 반 자발적으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아이들은 친구들 손에 쥐어진 선물 봉지를 잊고 스토리에 집중한다.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를 생각하는 참 어린이로 자라게 돕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내년 행사를 기획하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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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글공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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