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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Jul 25. 2019

당신의 닭볶음탕

당신은 나와 통하는

붉은 마음이 비치네요

회오리를 그리는 고추기름  

군침이 돌던 우리의 저녁은

가끔 늦었죠


일주일을 기다려야 만날 수 있던

당신의 서걱거리던 얼굴

불거진 광대뼈만큼 보고 싶었는데

그리움이란 말을 몰라서

아이는 숟가락만 만지작 거렸죠


설컹거리는 감자와 양파의 질감처럼

어색하게 둘러앉아

웃음은 목구멍을 타고 먼저

미끄러지고

무슨 말을 할까요


질기다고 뱉던 터벅한 살

등짝을 맞고서 서러워

아이는 숟가락만 만지작 거렸죠


당신 곁에 앉으려 동생과 싸우다

누나라 양보하라니 또 서러워

아이는 숟가락만 만지작 거렸죠


돌아앉아 훌쩍이며 밉다가

매콤한 국물 바닥을 보일 때

결국 당신 곁에 끼어 앉고는

배보다 더 부른 밤이 되었죠


어린 나를 키우던 당신의 나이가 되어

냄비를 꺼내 기억을 요리하면

칼칼한 감칠맛이 닮아서

우리의 길은 서로를 향해

이어져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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