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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Aug 19. 2019

공방에 식물이 필요한 이유

공방 오픈 6개월 차. 그럭저럭 유지합니다. 공방에 사람들의 소리와 책과 무엇을 채울까 고민했습니다. 생명의 역동성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하나둘 식물이 늘어났습니다. 어느 가게에나 있을 스투케는 선물로 들어왔습니다. 6개월째 새싹 하나 올라오지 않는 통에 마음이 많이 아립니다.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알 길이 없어서요. 뱅갈 고무나무도 선물로 들어왔습니다. 5개월 동안 꼼짝도 않고 이파리가 파랗게 멈춰있었습니다.

누렇게 시드는 잎도 없으니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러다가 최근 연둣빛 새잎이 올라오는데 몇 주나 끙끙거렸습니다. 그러더니 잎이 나오자마자 하루 만에 본래 있던 잎의 크기에 가까워졌습니다. 다음날 오면 또 자라면서 오래된 잎이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새 생명을 만들려면 얼마의 희생이 있나 봅니다. 용쓰던 어른 잎들이 바닥에 뚝 떨어져 있던 아침에 장렬한 전사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작은 화분을 사 왔습니다. 아이들에게 식물들의 각자 습성을 말해줄 때 아이들 눈이 반짝였습니다. 생명을 아끼는 마음이 자라나겠다 싶어 당장 식물을 주문했죠. 열대 야자는 소분해서 수경재배로 전환했습니다. 물에 담그니 더 시원해 보였습니다. 두 달이 지나가니 잎 사이에 작은 잎이 쑥 뻗어 나오고 어느새 자기 잎보다 더 커졌습니다. 물만 먹고 자라는데 자기 잎보다 더 큰 소바닥을 내미는 신비에 하루에도 몇 번 그 앞을 서성거립니다.

홀리 페페라는 잎이 딱딱하며 두꺼운 종을 도착했습니다. 반은 그대로 분갈이했고 반은 수경재배로 바꾸었죠. 3주가 지나니 마디마다 하얀 뿌리가 돋았습니다. 이제 뿌리가 더 튼튼해 지기만 한다면 옮겨 심을 작정입니다. 두꺼운 이파리 사이 고를 쏙 내민 작은 싹이 아기가 낼림거리는 혀 같아 종일 귀엽습니다.

말라죽을 위기 다육이 몇을 지인으로부터 입양했습니다. 남의 손에 고사될 아이들이 제 손에 다시 소생할 수 있다 생각하니 얼마나 기쁜지요. 입양한 아이들은 거칠게 다룹니다. 너무 쳐다보면 목이 마를까 물을 부어주게 됩니다. 그러면 썩어 죽죠. 그래서 마음을 끊고 물을 주지 않으면서 볕과 바람에게 맡깁니다. 통풍이 제일 중요하다는 전문가의 말을 빌어 최대한 문에 가깝게 둡니다. 거칠수록 단단하게 자라는 다육이들. 이전 주인들의 사랑이 넘쳐 과습 상태였습니다. 지나친 관심과 사랑이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새깁니다. 아이들에게 지나친 관심과 배려가 다 좋지만 않거든요. 어쩔 때는 무관심과 맡겨둠을 선택해야 합니다. 다육이들이 다글다글 힘을 내고 있습니다.

다시 주문한 식물 몇을 기다렸습니다. 타라, 워터 코인, 트리안, 카멜레온, 호야가 도착했습니다. 욕심이 과했나 자문하며 택배박스를 열어보니 모두 축 쳐져 안쓰러웠습니다. 하루 반나절 뜨거운 기운으로 더위를 먹었나 봅니다. 쳐진 아이들을 꺼내 한 김 식혀줍니다. 여전히 힘을 잃은 모습에 물을 뿌려주고 기다립니다. 조금 생기를 얻었다 싶게 고개를 듭니다. 이파리마다 생기가 어립니다. 윤기가 감돌면 때가 왔습니다. 새 화분과 분갈이 흙을 준비하고 조심스레 줄기가 다치지 않게 흙을 다지며 넣어줍니다. 사람에게 어려운 이사처럼 아이들도 분갈이는 힘든 일입니다. 뿌리마다 조밀하게 흙이 닿도록 꾹꾹 눌러줍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물을 흠뻑 뿌리고 가만히 둡니다. 저도 쉬어야 하니까요.

하루만 지나도 새집에 적응한 아이들의 잎이 생생합니다. 잎에 초록의 기운이 더 진해졌네요. 살아있습니다. 호들갑스럽게 공방 여기저기 자리를 찾아줍니다. 아이들이 공방에 들어서면 귀신같이 새 얼굴들을 알아채거든요. 식물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곳에 두면 공간이 두배나 넓어진 기분입니다. 숨소리 하나가 더 들리는 듯, 여럿이 함께 있는 것만 같은 풍성함이랄까요?



고민 끝에 선택한 트리안 포트 둘을 큰 화분에 분갈이하고 물을 많이 줄까 적게 줄까 고민했습니다. 물을 좋아하는 종인데 어느 정도 물을 줄지 고민했습니다. 오래전 몇 번이나 키우다가 말려 죽은 전력이 있거든요. 이번에 말라죽던 과습으로 썩어 죽던 이판사판입니다. 도착한 날부터 물을 주었습니다. 하루에 한두 번 흠뻑 머금도록 물을 주었습니다. 예전 트리안을 키울 때 너무 소심하게 물 주던 게 문제였나 봅니다.

공방에 트리안들이 매일 아침 나를 반겨줍니다. 위로 향하며 옆으로 뻗는 팔이 아주 깁니다. 이제 소심하지 않습니다. 분무기를 장만해 자주 분사해주면 얇고 푸른 이파리들이 바르르 떨며 물방울을 통통 튀깁니다. 더 많이 부어줘도 될 아이입니다. 먼저 도착해 죽음의 고비를 넘김 유칼립투스와 닮아 물을 좋아합니다. 유칼립투스도 살렸다면 이 아이 튼튼하게 키울 수 있겠지요.


식물이 반기는 아침이 좋습니다.

거칠게 강하게 키워야 할 식물과
계속 들여다보며 물을 많이 줘야 할 식물들이 있는 공방에

하루라도 출근하지 않으면
금방 표가 납니다.

개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딸 집에 일박하지 않고
서둘러 가시는 부모님과 같은 처지자
된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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