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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Oct 02. 2019

죽도록 쓰기 싫다

다 싫다. 던져버릴까?

아,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시원하게 내릴 땐 속이 시원했는데 실내에 흥건한 물, 찝찝하게 젖은 옷이 몸에 들러붙는다. 아이들이 묻는다.  

"선생님, 비가 오는데 왜 힘들죠?"

"힘들다는 상태를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볼 수 있겠니?"

이럴 때도 불쑥 올라오는 직업병. 질문으로 다가가기! (나도 힘든 찰나 아무 말이나 던졌다.)


"자세히 이야기한다는 것은 힘들다는 생각의 이유를 하나하나 따로 떼는 거야"

"음, 일단 온몸이 찐득거려요. 그리고 짜증이 나요. 그리고 더 덥게 느껴져요. 가을인데 더우니까 황당해요"

"므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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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찐득거리는 것은 올라간 체온을 땀으로 배출할 때 몸에 열을 가져간다. 그 땀이 몸에 남아있지 않고 말라야 하는데 습도가 높은 날은 공기 중에 수분으로 몸에 붙은 땀이 증발하기 어렵다. 건조한 날 빨래가 습한 날 빨래보다 빨리 마르는 원인과 같다.


더 덥게 느껴지는 이유는 습도로 땀을 배출하지 못하니 상승한 체온을 낮추지 못해 덥게 느끼게 된다. 이런 증상으로 사람들은 유쾌 통쾌 상쾌를 느끼기보다 불쾌를 호소한다. 공기 중의 습기에 후끈거리는 사람들의 밀집이 더위를 가중하기 때문이다. 만사가 귀찮고 쾌적을 향해 이동하고 싶어 진다.

(괜히 투정어린 글에 날씨관련 정보를 추가한다. 정말, 오늘 쓰기는 날씨만큼 질척거린다. 뜬금포 정보방출이라니)


가을인데 장마에 태풍이 날벼락같다. 태풍이야 간혹 닥치는 자연현상이지만 오늘 이런 쏟아지는 폭우와 바람 그리고 그치지 않는 비는 사양하고 싶다. 글쓰고 싶지 않아 버티고 있다. 왜 쓰고 싶지 않은지 들춰보기 싫다. 이유를 조목조목 나열하듯 하면 별 이유도 아닐텐데 그것도 하기 싫다. 하나로 묶어서 죽도록 쓰기 싫다고 말하고 싶으니 날씨에 핑계를 댄다.


불쾌지수가 높으니 뭐라도 쓰기 싫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다. 뇌세포가 눅눅해져서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찮은 일상을 글감으로 건지려는 시도도 그만두고 싶다. 오늘은 그렇다. 날씨 때문인지 떨어지는 자존감 때문인가? 매일이 사소한 것 투성이, 낙하하는 꽃 같은 누추한 일상이라 그런지도. 오늘 멜랑꼴리 절대로 안 쓸 것이다. 이같이 안 쓰겠다는 마음을 브런치에 쓰는 표리부동이 땀처럼 몸에 끈적거리고 있다. 쓴다는 거니 말겠다는 거니? 저만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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