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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Mar 26. 2020

2000원으로 행복하라

한 번만,,,

컵을 사랑하지 않지만 너무 많다. 그렇다고 영국 고급 커피잔 세트 하나 변변히 없지만 우아하게 새끼손가락 치켜들고 커피를 홀짝거릴 취향도 아니다. 가끔 구매하는 저렴한 컵 하나가 염려를 환기하고 현실을 맛보게 한다. 


공방이 잘 돌아갈 아이들과 취미 삼아 다*소에 들러 원하는 품목을 각자 담곤 했다. 코로나가 길어져 발걸음을 끊었다. 사람이 많은 곳은 마트도 금하고 배달을 받는 요즘이다.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그렇다. 사실은 꼭 필요하지 않지만 있으면 편리를 줄 것 같아 구매하는 소비행태를 두 달간 멈추기로 했다. 굳이 필요 없는 것을 소유하고 보관하기 위해 지출하는 시간과 공간과 비용. 생활비를 줄이자는 의도로 출발해 결국 없어도 사는데 지장 없는 물건에 매달리는 습관을 깨트리고 있다. 


그곳에서 사 오는 물건은 유용할 때도 있고 생각만큼 편리를 주지 못해 서랍으로 직행할 때도 있다. 언젠가 쓰겠지라며 물건을 그득 채운다. 졸속한 품질로 부러지거나 구겨지면 이내 쓰레기통으로도 직행하니 하나둘은 적은 돈인데 모이면 일 년에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이 된다.


독거어르신과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급식단체에 적은 금액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더 늘려가야겠다고 했지만 진행을 서두르지 않으니 사람 인심이 참 간사하다. 내가 줄인 몇만 원에서 몇십만 원이라면 몇 군데를 돕고도 남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 편리는 위중했고 약자의 필요는 작아 보여 합리화를 늘어놓을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각설하고 다*소를 끊었고 한번 들어가면 십만 원 단위가 우스워지는 대형마트도 끊었다. 안 쓴 지 오래 던 장보기 리스트 수첩을 꺼내 체크하며 장을 본다. 이 것도 저것도 끌어넣던 습관도 딱 잘라버렸다. 카드값은 의식하지 않고 쓰면 금세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코로나로 자영업이 무너지는 게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지속될 경기침체가 문제다. 대한민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문제다. 이제 지구행성은 모두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환경, 경제, 정치, 문화 모두.


경가 어렵다는 말은 늘 듣던 말이다. IMF를 직격탄으로 맞던 그 시절, 나는 취업이라는 관문을 넘어보도 못하고 바로 실업자가 되었다. 노동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을 부르는 기업주나 학원장도 어렵기 매한가지. 청년실업이라고는 어휘가 존재하지도 않을 시절 나는 백수를 경험했다. 취업한 친구들의 한숨도 컸고 나의 백수 공백도 깜깜했다. 그런데 요즘 그 IMF를 능가할 불황의 최전선 앞에 전 세계가 위태로다. 정치적 이슈몰이로 가짜 뉴스도 판을 친다. 모두가 야단이다. 과거의 어두운 기억. 매일 자살하는 가장과 자영업자들, 공장 부도로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가족해체와 갑작스러운 이혼율의 증가 등, 이루 설명하기 아픈 사건이 떠오른다.


소비를 줄이는 방법 중 속으로 5번 YES, NO를 해보라는 말이 있다. 그 물건이 필요하다에 YES, NO. 5번 물이나 10개가 넘던 품목이 2개로 줄었다. 애용하던 그곳으로 갔다. 예전에 나의 소유욕을 일으키던 소소한 물건이 손짓했다. 바구니에 담기만 하면 되던 것들. '웃기지 마라. 필요 없다.' 잘라내는 단호한 나를 칭찬했다. '잘했어!' 두 가지를 들고 나오다가 눈요기만 하는 아이들에게 간절한 눈빛을 발사했다. "한 개만" 너무도 간절했던지 아이들이 기다려주었다. 빛의 속도로 머그컵 하나를 바구니에 넣었다. "앗싸" (2000원이 뭐라고, 금액이 문제가 아니리 결심이 문제였던 거죠)

자태 보이소, 하체비만형 쉐이프를 자랑한다.

최선을 다해 실천하는 나에게 선물하고 싶어 졌다. 2000원으로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대신 아이들은 자기 용돈으로 꼭 필요한 것만 사도록 했다. 아이들은 단호했다. "지금 필요한 건 없어"


단 돈 2000원이라지만 머그컵의 자태는 우아했다. 카페에 들러 라테를 테익 아웃하던 것도 끊고 봉지로 된 라테 커피를 꺼냈다. 그리고 데운 우유통을 마구 흔들었다. 수동 우유 거품 제조방법이다. 2000의 가치에 봉지커피와 우유 거품을 담으니 풍성해진다.

거품처럼 부푼 마음. 하루의 문을 연다.

오늘도, 어디서 살 수 없는 흡족함을 만들어 냈구나. 

"고소하다."

"고소하다."


설탕 한 꼬집 추가한다. 

"아, 달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하자. 오늘 걱정은 오늘로 족해"

일어날 확률이 없는 염려 90%를 꺼내 차곡차곡 접어 저 멀리 날려버린다. 그리고 현재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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