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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Dec 15. 2018

독서 꽝! 꾸륵 왕!-#4

(어른을위한)초등현실동화

이상한 아저씨

아이들 중 몇은 하교하고 몇은 봉사 맡은 구역을 청소며 심부름을 했다. 나는 교실에 뒷정리와 재활용 분리수거를 했다. 오늘따라 선생님이 책상에 앉아 계속 통화를 했다. 선생님이 오늘 바쁘셔서 분리수거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방해가 될까 봐 내 마음대로 해치웠다. 오늘따라 일반쓰레기통이 꽉 차 있었다. 일반쓰레기는 선생님이 하시는 일이다. 나는 1층 후문 쪽에 위치한 분리수거장으로 갔다. 

오늘따라 햇볕이 따가웠다. 엄마가 선크림을 바르고 가라는데 손사래 쳤던 게 후회가 되었다. 이마에 땀이 맺히고 콧등에도 땀이 났다. 2층에 있는 교실은 백두산처럼 높았다. 교실 뒷문에 도착해보니 교실에 손님이 와 있었다. 남자목소리가 들렸다. 들어갈까 말까 고민했다. 일단 밖에 신발장을 정리했다. 공연히 안 해도 되는 일이었다. 어른 남자 운동화가 보트처럼 우두커니 놓여있었다. 윤기 꼬질꼬질한 운동화와 똑같은 운동화였다. ‘누구지?’ 안을 들어다 봤다. 머리카락이 조금 길어 꽁지를 조금 묶었고 젊어 보이는 아저씨였다. 아저씨의 청바지가 군데군데 구멍이 숭숭 나 있었다. 

잠깐 복도에서 어슬렁거리는데 안에서 인기척이 났다. 선생님과 아저씨가 앞문으로 나왔다. 아저씨에게 시원한 숲의 냄새가 났다. 우리 아빠가 쓰는 파란 향수랑 냄새가 같았다. 아저씨는 바둑무늬 스냅백을 쓰더니 복도 끝으로 무겁게 걸어갔다.

선생님이 분리수거한다고 고생했다며 곰젤리를 주셨다. 그것도 작은 게 아니라 대용량 큰 봉지로 받았다. 앗싸, 내가 이 맛에 도우미 봉사를 한다니까’

선생님이 학년 선생님들 회의 때문에 옆 반으로 가시고 나는 마지막 미션인 선생님 책상을 정리했다. 선생님 수첩 사이에 종이쪽지가 튀어나와있었다. 윤기의 흐느적거리며 꾹꾹 누른 글씨가 보였다. 

‘아빠에게 조금 일찍 자고 등교를 도와달라고 한다, 다음날 읽을 책을 꼭 챙겨 넣는다. 아침을 간단하게라도 꼭 먹는다. 한 달에 한번 엄마를 만나게 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몇 줄 더 있는데 끼어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청소함에 빗자루를 넣는데 선생님이 오셨다. 윤기에 대해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속으로 꾹꾹 눌렀다. 윤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이상해 보일 것 같았다.

 가끔 친구들이 짝꿍인 데다 이름도 윤기, 윤지라서 쌍둥이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화를 냈다. 그리고 둘이 티격태격 싸우고 있는데도 사귀냐는 오해를 받아서 윤기가 자꾸 싫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모든 게 미안해졌다. 돌아오는 길에 소낙비가 오려는지 아파트 단지 위쪽에 시커멓게 무거운 먹구름이 끼었다. 비가 오기 전 후드득 달려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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